머리말
TV와 각종 매체를 통해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서울의 명소. 하지만 서울에 살아도 가본 적이 없거나 오랫동안 가보지 않았던 곳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명동과 이태원이 바로 그런 곳. ‘오래 전 그곳’으로 기억하거나 “거기에 가서 뭐해?”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면 이번 주말 명동과 이태원 나들이에 도전해보자. ‘오래 전 그곳’은 ‘다음 주에 또 오고 싶은 그곳’으로, “거기에 가서 뭐해?”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문화체험”이라는 답을 안겨다줄 것이다.
사람들의 열기가 넘치는 그곳, 명동
서울에서 ‘가장 비싼 땅’이 있는 곳, 항상 넘치는 인파로 북적이는 곳, 바로 명동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와는 동떨어진 곳’ ‘젊은이들의 거리’로 여겨지면서 서울에 살면서도 명동에 가 본지 5~6년, 길게는 10년이 넘었다는 주부들도 많다.
여기가 일본이냐? 중국이야?
명동의 넘쳐나는 인파는 예전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 인파 속 넘쳐나는 외국인들의 수는 거의 그 절반에 다다르는 듯하다. 화장품, 신발, 음식점 등의 모든 매장에서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직원들을 만날 수 있고, 중국어 역시 심심찮게 들려온다.
거의 10년 만에 명동에 나왔다는 주부 김효정(46·대치동)씨는 “한눈에 봐도 일본인, 중국인처럼 보이는 관광객들이 많아 놀라우면서도 그 적응이 쉽지 않다”며 “마치 동경 거리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고 말했다.
쇼핑삼매경에 빠져 있는 많은 외국인, 커다란 트렁크를 밀어가며 겨리를 활보하는 외국인을 만나는 것이 그 어느 곳보다 일상화된 곳이 바로 명동이다.
주부들도 이젠 SPA브랜드 마니아
패션거리 명동은 요즘 SPA((제조·유통 일괄화)브랜드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SPA매장이 몰려 있다.
그 중 자라(ZARA), H&M, 포에버21(FOREVER21), 유니클로(UNIQLO), 에잇세컨즈 등은 주부들의 관심이 큰 대표브랜드. 명동에서는 이 모든 브랜드의 쇼핑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 번에 모든 매장을 돌아보기엔 체력이 역부족. 몇 개 브랜드를 콕 집어 집중적인 공략을 하거나, 구입해야 할 옷의 종류(아웃웨어, 바지, 블라우스, 재킷 등)를 정해 모든 브랜드를 돌아보는 것도 현명한 쇼핑이 될 수 있다.
이들 SPA브랜드는 자사가 제작에서 유통까지 한꺼번에 운영하기 때문에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자 장점이다. 여기에 빠른 유통 또한 필수, 그렇기 때문에 세일 또한 빈번히 또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브랜드별로 세일기간을 정해 전체 세일을 진행하지만, 열심히 발품을 팔다보면 구석구석 숨어진 세일제품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H&M 눈스퀘어점 4층 아동복 매장은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영유아부터 키 170cm의 청소년 크기까지 패셔너블한 옷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짧은 티의 경우 세일가 1만 원대, 바지나 점퍼의 경우 세일가 1만~3만 원대 구입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홍유선(42·문정동)씨는 “가족들을 위한 모든 쇼핑이 가능해 한 달에 1번 정도 이곳에 온다”며 “오늘도 아이들과 남편 옷을 샀는데 6만 원대에 구입한 남편 점퍼가 특히 마음에 든다”고 했다. 또 “입고 싶은 옷을 맘껏 입어볼 수 있고, 아무런 간섭 없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문을 연 에잇세컨즈는 국내브랜드로 다른 외국 브랜드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SPA브랜드, 이제 주부들도 관심을 가져보자. 전체적인 콘셉트나 분위기는 다소 영(young)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아이템 구입이나 디자인을 잘 선택하면 충분히 저렴하게 SPA브랜드를 즐길 수 있다.
검증된 블로그 맛집들
일단 명동의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이라면 선택에서 ‘실패’할 확률은 적다고 할 수 있다. 명동의 맛집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예전부터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역사’가 있는 음식점을 선택하거나 인터넷 블로거들 사이에서 맛있다고 소문난 음식집을 찾아가는 것이다.
역사가 있는 음식점으로 명동교자(구-명동칼국수), 하동관(곰탕), 명동돈가스, 명동할머니국수 등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옛 추억을 더듬으며 방문한 중년의 신사부터 엄마 손을 잡고 온 초등학생들까지 모든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그야말로 ‘역사가 깃든’ 맛집들이다.
블로그에 많이 오르는 검증된 맛집들도 많다. 그 중 알쌈쭈꾸미&최씨아저씨 부대찌개, 일번지 곱창·대창, 별다방미스리, 불낙지불냉면을 추천한다.
‘알쌈쭈꾸미&최씨아저씨 부대찌개’와 ‘불낙지불냉면’은 매운 쭈꾸미와 매운 낙지를 만끽할 수 있는 곳. 두 곳 모두 깻잎알쌈이 무한리필된다. 세트메뉴를 주문하면 다양한 메뉴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일번지 곱창·대창’은 낮에는 친구와 함께 전골을, 밥에는 남편·아내와 함께 술 한 잔 하기에 딱 좋은 곳. 아이들과 함께 하기 좋은 곳으로는 ‘별다방미스리’가 있다. ‘학교급식’에 익숙해 도시락이 뭔지 모르는 우리 아이들에게 철재도시락의 진수를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곳. 추억의 ‘뽑기’와 ‘불량식품’도 만나볼 수 있다. 엄마 아빠 몰래 사 먹던 추억의 불량식품을 보며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맛?멋?예술 삼박자가 어우러진 이태원
‘다문화 1번지’ 이태원은 서울이 글로벌 도시로 부쩍 성장했다는 것을 실감케 해주는 거리다. 맛집과 패션숍들이 몰려있는 이태원역에서 녹사평역까지의 거리에 몇 년 전부터 ‘강북의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일명 ‘꼼데길’이 뜨면서 이태원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제2의 가로수길 ‘꼼데길’
6호선 한강진역에서 제일기획 쪽으로 곧게 뻗은 700m 길을 ‘꼼데길’이라 부른다. 중심이 되는 꼼데가르송 빌딩은 유명 디자이너 레이 카와쿠보가 직접 디자인했다. 특이하게도 각 층은 경사진 터널로 연결되어 있으며 의류매장 뿐 아니라 카페, 아트갤러리로 꾸며져 있다.
‘꼼데길’의 터줏대감은 2004년 개관한 삼성미술관 리움. 그 뒤로 계속해서 감각적인 맛집, 유명 건축가, 설치 미술가들의 숍이 들어서면서 문화예술의 거리로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대로변은 이미 유명해져서 요즘엔 골목 사이사이로 단독주택이나 소형점포를 리모델링해 들어오는 작은 숍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뮤지컬?대중음악 전용관 블루스퀘어는 6호선 한강진역과 바로 연결돼 접근성이 좋다. 서울시가 민간기업과 손잡고 만든 복합문화공간으로 현재 ‘엘리자벳’ 등 대작 뮤지컬과 국내 인기가수들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상업뮤지컬이라는 평을 얻고 있는 ‘위키드’의 첫 내한 공연이 5월31일부터 예정되어 있어 뮤지컬 마니아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태원에서 만나는 ‘세계의 맛’
해밀턴호텔 뒷길에는 다국적 먹거리 골목이 조성되어 있다. 이태원의 ‘음식재벌’로 불리는 탤런트 홍석천의 태국음식점을 비롯해 인도, 그리스, 파라과이, 불가리아, 남미, 멕시코 등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특히 밤만 되면 이태원 일대에 샌드위치, 케밥, 크레페, 피자 등 다양한 길거리 메뉴를 판매하는 푸드 트럭들이 선보여 새로운 야식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태원 언덕에 세워진 이슬람사원 근처에는 약 5백 명의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다. 아랍 제빵사가 직접 만든 케이크, 빵, 과자를 판매하는 아랍 베이커리숍을 비롯해 무슬림 마트와 식당들도 여러 군데 있다.
유럽풍 가구를 골라보는 앤티크 거리
해밀턴 호텔 맞은편으로 뻗어있는 보광동길 양 옆에는 앤티크 거리를 만날 수 있다. 1960년대 미군들이 본국에서 가져온 가구를 창고 세일로 내놓기 위해 하나 둘 생겨난 것이 이태원 앤티크 거리의 시작이다.
100여개의 샵에는 소파, 의자, 장식장를 비롯해 시계, 샹들리에, 도자기 등 각종 소품을 선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물론 신혼부부들과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백화점에서 취급하지 않는 ‘한정판’ 빈티지도 꽤 있으며 운이 좋으면 점포 안쪽의 보관 창고도 둘러볼 수 있다.
이태원 추천 맛집
소문난 만두집 ‘쟈니 덤블링’
해밀턴 호텔 맞은편 골목길에 위치한 이태원의 대표 만두집. 서너 평 남짓한 공간은 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단골손님들로 북적인다. 중국인 현지 조리사가 북방식 만두의 참 맛을 재현해 내고 있다.
이집의 인기 메뉴는 ‘구운 반달 만두’와 ‘홍합 만둣국’ (7000원). 반달모양으로 직접 빚은 만두는 한쪽은 바삭하게 굽고 다른 한쪽은 물만두처럼 육즙이 배어나와 독특한 맛을 선사한다. 여기에 칭다오 맥주를 곁들이면 일품이다. 시원하고 깔끔하게 홍합으로 국물 맛을 낸 만둣국도 찾는 손님이 많다. 만두는 포장판매가 가능하며 해밀턴호텔 부근에 2호점도 생겼다. (02)790-8830
담백한 빵집 ‘오월의 종’
제일기획 맞은편에 위치한 아담한 빵집으로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 사이에도 인기가 높다. 빵이 좋아 뒤늦게 제빵인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정웅 세프는 천연효모를 사용해 수수하면서도 담백한 유럽식 빵맛을 선보이고 있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무화과를 듬뿍 넣은 무화과 호밀빵이 인기 메뉴다. 저녁 6시까지 밖에 영업을 하지 않고 오후 무렵이면 인기 있는 빵은 동이 나기 때문에 다양한 빵을 고루 맛보려면 오전에 찾아 가는 것이 좋다. 일요일은 휴무. (02)792-5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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