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한 다음날 새벽, 변기를 붙잡고 토하다 보면 지난밤의 술자리가 지긋지긋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물을 들이켜도 입은 바짝바짝 타들어갈 뿐이고, 편해지려고 몸을 이리저리 뒤치락거려도 더 어지럽고 구역질만 심해질 뿐이다. 모두 숙취 때문이다.
숙취는 과음하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나타나는 일련의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증상들을 말한다. 사람마다 알코올에 대한 반응이 다른 만큼 숙취를 일으키는 술의 양 또한 일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많이 마실수록 숙취 증상은 심해진다.
숙취는 탈수를 일으키는 알코올의 이뇨작용과 장기에 미치는 알코올의 독성 효과, 알코올의 금단 작용과 대사산물, 술을 제조하는 과정에 투입된 화학적 성분들, 음주한 개인의 행동 특성 따위에 영향 받는다.
숙취를 완화하는 방법들이 예전부터 많이 알려져 왔는데, 일부는 증상을 더 악화시키기도 하고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특별한 조치 없이도 8~24시간이 지나면 숙취 증상은 저절로 없어진다.
숙취 해소 방법 중에 널리 알려진 것이 소위 해장술이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숙취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으로 떨어질 때 가장 심하므로, 해장술은 필연적으로 나타날 숙취 증상을 단지 연기할 뿐이다. 잠깐 동안 증상을 감소시킬지언정 간에 대사시켜야 할 알코올을 더 많이 안겨 나중에 불편을 더 많이 겪게 한다. 더욱 문제는 해장한다고 술을 더 많이 마셔 궁극적으로 알코올중독으로 진행하는데 기여할 뿐이다.
숙취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알코올 성분이 없는 음료수를 마시면 숙취 증상이 나타날 리가 없다. 일반적으로 절주를 해도 숙취는 거의 없다. 건강한 성인 남성이라면 하루에 두잔 이내, 건강한 성인 여성이라면 하루에 한잔 이내를 마신다면 숙취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특별히 숙취를 심하게 겪고 난 후에는 ‘앞으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 는 동기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숙취를 계기로 술을 끊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심각한 숙취를 반복적으로 겪으면서도 계속 과음하는 사람이 더 흔하다. 알코올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과음을 계속하는 것은 최소한 알코올 남용이거나 아니면 알코올중독의 한 징후일 수도 있다. 숙취를 겪고 나서 ‘이제 다시는 안 마시겠다’ 고 결심하고는, 며칠 후 다시 예전의 모습을 똑같이 되풀이하는 사람은 정의상 알코올 문제가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연세대 원주기독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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