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다’는 말은 사전적으로 ‘보기에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염치없이 태연하게 구는 태도가 있다’는 뜻이다. 자기 이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나대는 것!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면 스스로를 착한 사람으로 규정해 놓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자기를 위해 주장하지 못해 늘 무언가가 불만족스러운 사람들이 상대를 그렇게 묘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줌마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뻔뻔스럽다는 것과 누가 뭐라 해도 주눅 들거나 쫄지 않은 강인함일 것이다. 그 뻔뻔스러울 정도의 강인함에서 나온 생존력과 적응력으로 자신을 지키고 버텨낸다. 조금만 뒤집어보면 뻔뻔하다는 것은 꼭 부정적인 의미만은 아닐 수 있다.
단주 모임에 참석해 효과를 극대화하자면, 완벽히 말하려고 하기보다는 솔직하게 개진해야 한다. 설령 남들 이야기가 길어지면 상대방의 말을 끊고서라도 자기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조금은 뻔뻔해져야 하는데 과음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이를 잘 못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오랜 세월 영어 교육을 시킨다. 그런데도 서양 사람들 앞에서 입도 벙긋하지 못한 이유는 뻔뻔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수치심을 사회생활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을 제외하면,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잘 모르는 외국어로도 잘 떠들고 자기를 주장한다. 외국어 교육을 위해서라면 교육 시간을 늘리기 보다는 수치심을 자극해 가르치려는 교육 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남에게 피해나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어려서부터 양육과 교육 중에 자꾸 수치감을 이용한다. 이는 진실로 한 개인을 위해 가르치려는 것보다는 통제하고 관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종년에게 밥 짓기를, 머슴에게 쟁기질을 가르치듯. 가르친다는 것조차 사실은 부려먹기 좋게 하기 위함에서야 말할 필요조차 없다. 아직은 모르는 것이 당연한 아동에게 수치심을 이용하여 복종하게 할 일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일상적으로 겪는 곳이 알코올중독 집안이다. 과음하는 가장은 물리적·정신적 폭압으로 노골적으로, 그 배우자인 어머니는 무력한 희생자 역할로 은밀하게 자녀들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 수가 흔하다. 그렇지 않아도 집안 꼴 돌아가는 것이 남부끄러운데다, 집안의 도리를 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하면 너무나 뻔뻔한 셈이 된다. 알코올중독자의 자녀들이 흔히 ‘착하다’ 는 소리만 듣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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