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불공평한 채권자 취소권의 가액배상 제도에 관한 글을 썼다. 사해행위 취소 제도는 채무자에게 재산을 원위치 시킨 후 모든 채권자들이 채무변제를 안분하여 변제받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가액배상의 경우에는 가액을 채무자에게 반환하지 않고 채권자에게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실무인데, 이런 경우 채권자가 가액을 먼저 변제받아 우선 변제받을 수 있다. 나중에 다른 채권자가 가액배상금에 대하여 권리를 주장할 수 없기 때문에 채권자 평등주의 원칙에 반한다.
이러한 법리는 채권자 대위권에서도 문제가 된다. 채권자 대위권이라 무자력인 채무자를 대신해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채무자 앞으로 찾아온 재산은 채무자에 귀속되고 모든 채권자를 위한 책임재산이 된다. 채권자들은 채무자의 재산에 다시 강제집행을 해서 나눠 가져야 한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금전채권과 같은 경우에는 채권자가 우선변제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가 B에 대해 1천만원의 대여금 채권이 있고, B가 C에 대해1천만원의 손해배상 채권이 있다면 A는 C에게 1천만원을 자신에게 직접 지급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 돈을 지급받은 A는 1천만원을 B에게 반환하는 대신 자신의 1천만원 대여금 채권과 상계처리할 수 있고, 이로써 사실상 우선 변제를 받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총채권자의 일반재산의 보전이라는 채권자 대위권의 취지와 모순되는 것이다. 이는 채권자 평등주의에도 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와 판례는 채권자의 직접 수령권을 인정하고 있고, 직접 수령한 채권자가 그 후 자신의 채권과 상계하거나 채무자가 그 돈으로 변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우선 변제의 결과가 나타난다.
채권자가 직접 수령하는 것만으로는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 직접 수령한 돈을 채무자에게 반환하지 않고 상계 등의 절차에 의하여 자신이 우선 변제받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수령을 인정하는 것이 곧 채권자의 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이유로 채권자 대위권의 취지와 이론상 모순은 아니라거나 법의 흠결이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주장은 그럴듯하지만 결과는 결국 같다. 채권자 대위권 제도도 법에서 명백히 규정하고 있지 않는 불분명한 영역이 있기 때문에 채권자 평등주의에 반하는 불공평한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의하면 누구든 먼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유리하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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