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만난 사람 - 기증 릴레이 이어가는 조만규씨

“기증하는 순간, 나는 행복합니다”

40년간 유물 2500점 곳곳에 기증하고 국립중앙박물관에 보물급 기증

지역내일 2012-02-17 (수정 2012-02-17 오전 9:09:27)


조만규씨와 직접 구입한 다양한 도자기와 토기


선진국으로 갈수록 기부와 기증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기증과 기부에 대한 인식부터 부족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난한 지역의 1인당 기부액이 부유한 지역에 비해 더 높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올바른 기부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이상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성숙한 기부문화 정착이 필수이다. 기부와 기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교육이 폭넓게 이루어져 더 많은 사람들이 기부와 기증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회, 바로 우리가 바라는 내일이다.


기증으로 받은 다양한 표창들


30년 전 구입한 보물급 유물 잘 보관해

이런 우리의 현실에서도 다양한 기부와 기증의 현장이 있다. 유물 기증 릴레이로 알려진 조만규(79·해운대 우동)씨가 이번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야토기 15점을 기증했다.
조씨가 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고배는 가야의 토기로 3세기 최고지배층이 사용하던 술잔이다. 30여 년 전 마산에서 구입한 것으로 시중에서는 거의 만나 볼 수 없는 보물급 유물이라고 한다. 외국으로 거의 다 빠져 나가고 몇 점 남지 않은 아주 귀한 유물이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40년 동안 유물을 모으고 2500점을 학교와 박물관에 기증한 조씨는 기증의 기쁨을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많은 좋은 일이 있지만 유물을 잘 보존하고 그것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이 제 몫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증을 하고 돌아온 날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낍니다. 소중한 유물이 오래오래 잘 보존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일생 최선을 다한 삶, 기증으로 꽃 피워

평양에서 태어난 조씨는 6·25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을 와 우동에 정착해 60년째 살고 있다. 가정을 이루고 부산북부위생주식회사에서 말단으로 입사해 대표이사가 되기까지 46년간 근무했다고 한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조씨가 유물을 구입하고 일본원서까지 사서 공부한 것은 아버지 조영길씨의 영향이 컸다.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도자기나 오래된 물건들을 모으고 아끼시던 것을 기억합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고향의 가족들, 그리고 아버지를 생각하며 하나둘 모으다 보니 많은 유물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것들을 다시 사회의 제자리에 잘 환원하고 싶습니다.”
조씨는 1950년 부산에서 최초로 자동차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인물이다. 직장에서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의 열정이 지금 유물 기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까지 기증한 유물의 가격은 5억짜리 아파트 5채 정도라고 한다. 실향하여 고생하며 열심히 살아 온 이야기, 고향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그의 삶의 자세를 모르면 이런 기증 릴레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지금은 거제박물관 명예관장, 미리벌민속박물관 명예관장으로도 활동하고 유물감정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여러 시장상을 수상한 조씨는 기증의 달인이기 이전에 우리 유물의 진정한 전문가이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을 지켜내며 사회의 온전한 자리로 옮기고 그와 동시에 기증문화의 큰 획을 긋고 있다.
제2의 고향 부산, 부산의 자랑스러운 인물이다.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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