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부모들 중에는 당신의 자녀가 스스로 계획성 있게 공부하는 법을 모른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그런 부모들은 학생들 스스로 공부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학습능력을 기르길 바란다. 하지만 정작 한 걸음 뒤에 있어야 할 부모가 자식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거나, 혹은 자식을 자신과 동일시하며 자식의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즉 학습자가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야 할 학습의 목표와 실천영역을 앞서서 학생에게 요구하고, 강사나 학원에 요구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이른바 학원 프로그램을 ‘합리성과 효율성’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하고 간섭하는 행위를 하는 셈이다.
부모가 자식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상태에서 학습과정에 대해 지나치게 앞서가다 보면, 학생은 학습의 시행착오의 주체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학습 과정과 결과에 대하여 지나치게 부모를 의존하거나 의식하게 하게 된다. 즉 공부가 누군가를 위한 과정이 되고 만다. ‘자존심’에 의한 경쟁심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으나 수능공부처럼 장기적인 과정일 경우 학생은 ‘모의고사 성적표’에 따라 대한 불안도가 커지게 되거나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불안도가 높은 학생은 집중력의 저하, 모의고사 성적의 지나친 의식, 부모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 등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이는 곧 스트레스성 두통, 스트레스성 장염 등으로 나타난다. 만성적인 불안증도 나타난다. 일부 고3 학생은 단기 개인과외를 부모에게 요구하며 그 불안을 해소하고 싶어 한다. 9월 평가원모의고사 이후부터는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수능 마무리를 실패하게 된다. 어쩌면 고3 시절 내내 그랬다면 그것이 곧 ‘재수의 원인’인 셈이다.
재수가 당초 인생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던 사람은 없다. 그리고 1년 후 미래 결과에 대하여 누구나 두려울 수 있다. 혹 당신은 ‘사랑’이라는 이유로 혹 ‘자식’이라는 이유로 당신의 자녀에게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볼이다. 오히려 재수를 결심한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믿음이다. 그것은 자녀가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신뢰이다. 특히 내성적인 자녀인 경우 어제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또 다시 걱정과 근심을 그리고 지나친 기대감을 표현한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김갑중
용인종로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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