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 ‘워 호스 (War Horse)’
전쟁에 동원된 말의 여정을 중심으로 1차 세계대전의 아픔과 휴머니티를 그린 영화 ‘워 호스’가 개봉됐다. 전쟁을 배경으로 감동을 선사했던 영화 ‘쉰들러 리스트’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이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워 호스’에서는 어떤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가 컸다.
말과 소년의 우정으로 시작되는 스토리
아버지가 경매 시장에서 길들여지지 않은 순종마 조이를 사오면서 앨버트(제레미 어바인)는 조이에게 헌신적인 애정을 베푼다. 조이를 지키기 위해 힘든 밭농사도 조이와 함께 헤쳐 나가지만 폭우로 농사는 물거품이 되고 결국 조이는 군마로 팔려간다.
조이는 영국 기병대 장교의 말로 군 생활을 시작해 험난한 지형에서 힘겹게 독일군의 대포를 끄는 역할까지 하며 전장 속을 누빈다. 생사가 갈리는 전장이지만 조이는 동료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용기도 보여준다. 조이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 앨버트는 결국 입대를 하고 치열한 전쟁의 끝 무렵에 그들은 감동적으로 재회한다.
1차 세계대전의 아픔을 현장감 있게 재현
칼을 찬 대규모 기병대가 동원되는 전투로 시작해 기관총, 자동포, 탱크, 독가스 등의 신무기가 투입되고 지루한 참호전으로 이어져 사상 초유의 희생을 초래했던 1차 세계대전의 아픔을 우리는 역사책을 통해서만 접해왔다. 그런데 영화 ‘워 호스’는 4년여에 걸친 1차 세계대전의 전장 곳곳을 현장감 있게 재현해 전쟁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전달한다.
조이는 대규모 기병대 장교의 말로 출전해 바로 주인을 잃고 독일군의 포로(?)가 되고,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대포와 같은 무거운 짐을 운반해야하는 동물로 전락한다. 실제로 1차 세계대전에는 말이나 개와 같은 동물들이 수없이 동원되었다. 조이가 대포를 끄는 장면은 우리가 몰랐던 전쟁의 리얼리티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참호로 연결된 서부전선의 비참한 상황도 사실적이다. 흩어진 시체로 피범벅이 된 진흙탕 참호에 대포 소리는 끊임없이 울리고, 그 속에서 함께 살아 보겠다고 쥐들이 들끓는다. 대적하고 있는 참호와 참호 사이에는 철조망이 뒤엉켜 있고 고착화된 참호 전선을 뚫기 위한독가스도 사용된다. 리얼리티를 위한 감독과 제작진의 치밀한 노력이 엿보인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수려한 영상미
영화 ‘워 호스’는 가혹한 전장의 모습을 담고 있으면서도 여느 전쟁 영화와는 달리 아름답다. 앨버트와 망아지 조이가 뛰놀던 드넓은 평원의 평화로운 장면, 독일군 탈영병에 이끌려 전장의 틈바구니 속에서 찰나와 같은 휴식을 취한 딸기 농장, 전쟁이 끝나고 앨버트와 조이가 함께 가족의 품으로 귀향하는 노을 속의 장면 등은 압도적인 스케일의 수려한 영상미를 선사한다.
워 호스 조이의 여정과 함께하는 휴머니티
조이의 여정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휴머니티를 보여준다. 조이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관계를 맺고 서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성장해간다. 밭을 일구는 노동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조이와 앨버트, 가난하지만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는 앨버트의 부모, 조이를 군마로 데려가면서도 조이와 앨버트의 이별을 함께 아파하는 감성 군인 니콜스 대위, 최전방으로 향하는 소년병 동생을 지키기 위해 탈영을 감행하는 청년, 힘겹게 짐을 나르는 말들의 고통을 가슴아파하는 독일군 조련사, 철조망에 뒤엉킨 조이를 구하기 위해 서로의 적진으로 접근하는 영국군과 독일군, 이들의 관계는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지 않으며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판단하지 않는다. 따뜻한 감동의 휴머니티를 보여줄 뿐이다.
이선이 리포터 sunnyyee@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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