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화 ‘브라보 마이 라이프’, ‘즐거운 인생’의 공통점은? 바로 직장인 밴드의 출연이다. 궁지로 내몰린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은 음악을 통해 반전과 일상 탈출을 꿈꾼다. 나른한 일상, 상사와의 마찰, 경제력으로나 능력으로 봐도 엄청나게 비교되는 동료, 승진을 둘러싼 암투와 모사, 질투와 편 가르기….
직장 생활에서 염증을 일으킬만한 요소는 충분하다. 젊은 시절 꿈도 많고, 열정도 넘쳤건만 일단 사회인이 되고 보면 사는 게 그렇게 재미있지만은 않다. 이렇게 일상에 지칠 때쯤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남들은 뭘 하며 재미나게 살까? 원래 내 꿈은 무엇이었나? 이 글을 읽는 중에도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이곳을 적극 추천한다. 강남의 성격 좋은 직장인들이 모여 만든 밴드, 이름 하여 ‘줄라이 밴드’다.
연령 다양, 직업 다양, 사람들도 다양
직장인 밴드가 같은 회사 동료나 음악·연주 동호회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줄라이 밴드’는 순수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뭉친 밴드다. 간혹 세션이나 보컬을 지원하지 않은 채 음악감상만을 목적으로 ‘줄라이 밴드’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가능하다. 오히려 ‘줄라이 밴드’는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고집하거나 일방적인 음악적 방향을 주장하는 사람을 꺼려한다. 직장 내 각종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운 마음을 재충전하기 위해 찾아온 곳에서 또 다른 언쟁과 분쟁이 발생한다면 직장인 밴드의 의미를 찾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부터 회사원, 자영업자, 공연기획자, 심리학과 교수, 금융인 등등 음악적 관심만으로 뭉친 밴드답게 직업과 나이는 다양하다. 사회 초년생에서 40대 중반까지 직장 내에서라면 감히 올려도 볼 수도 없는 나이 차를 밴드 안에서는 형, 동생, 오빠, 누나라는 호칭으로 허물어 버렸다. 정기연습은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30분부터.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는 목요일, 금요일 두 팀으로 나누어 연습에 박차를 가하기도 한다.
모두가 클럽의 리더인 밴드
일인당 회비 10만 원씩을 모아 연습실 유지비용을 마련하고 개인적인 악기나 소장품, 밴드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물건들은 자유자재로 비치해 놓는다. 다른 곳에서 조금씩 직장인 밴드 활동을 했던 창단 멤버 12명이 초기 투자를 많이 했다. 천정이 높고, 소리에 제한을 받지 않는 장소를 물색해 방음장치도 했다. 지금 연습실의 위층은 양복점이라 밤에 야근하는 사람도 없다. 밴드를 아끼고 관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들어온 후발 멤버들은 당연한 것처럼 또 다른 집기며 악보, 소품들을 챙겨놓았다. 전공 악기 외에 다른 악기 공부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음악 외에 여행이나 골프, 스키 등의 또 다른 취미 활동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만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친구나 가족들의 합류 또한 자연스러워서 생일파티나 연말, 기념일은 어김없이 연습실이 파티룸으로 변신한다. ?
“제가 카페지기를 맡고 있긴 하지만 리더나 클럽짱은 아니에요. 초기 멤버였고 업무를 나누다 보니 대외적인 일을 제가 맡게 된 거죠. 시간이 허락하는 사람들끼리 자유로이 공연과 일을 나누어서 하고 있고, 누구도 무리해서 연습이나 공연을 하라고 강요하진 않습니다.” 카페지기와 보컬을 맡고 있는 조남현씨의 말이다.
대학 축제의 단골 초대 손님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사회에서 만나 끈끈한 가족이 되자는 줄라이 정신에 맞게 밴드의 가장 큰 공연 무대는 동료의 결혼식장이다. 진정성이 담긴 음악동료들의 노래에 신랑 신부는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줄라이 밴드’의 진가가 발휘되는 공연 무대 중 또 하나는 대학 축제. 연예인들의 본 무대가 시작되기 전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역할을 ‘줄라이 밴드’가 담당하는 것이다. 나이 많은 직장인 밴드가 젊은 대학생들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니 음악은 신체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거의 매달 출연료를 받는 공연 무대가 있다 보니 정기 연습은 거의 공연 연습일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한 두 시간으로 정해 놓은 연습시간은 새벽까지 이어질 때가 많고, 무대에 못 서보는 사람 없이 골고루 무대 경험을 할 수 있다.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이렇게 스케줄이 힘들어지면 일상에 틈이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회원들의 반응은 오히려 그 반대다.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들어와서 활동을 하다보면 오히려 활력과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지난달에도 2명의 회원이 직장에서 우수 사원으로 뽑히는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하면서 육체적, 감정적 찌꺼기들을 다 소화하고 돌아가니 일이 더 잘되는 것 같아요.” 회원들의 입장을 대신한 카페지기 조남현씨의 설명이다.
신입회원의 조건
강남에 근거가 있어야 ‘줄라이 밴드’에 가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습실이 강남에 있을 뿐이지 노래가 좋고, 음악이 좋고, 그런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며 공감대를 갖고 싶다면 언제든지 ‘줄라이 밴드’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노래를 부르고 싶은 사람, 악기를 연주하고 싶은 사람, 악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 작곡을 해보고 싶은 사람 (‘줄라이 밴드’에 들어온 후 실제 곡을 만들어 저작권료를 받는 멤버도 생겼다), 지친 삶에 활력이 필요한 사람, 마음을 터놓을 벗이 필요한 사람, 편안하게 쉬고 싶은 사람, 마음껏 음악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 모두 ‘줄라이 밴드’에 가입이 가능하다. 가입 지원서의 질문 항목들은 프로필보다 지원자의 생각을 묻는 항목들이 훨씬 더 많다. 카페 주소는 http://cafe.daum.net/Club-July. 지원양식의 내용을 빠짐없이 기입한 후 사진을 첨부해 이메일로 지원하면 3일 안에 인터뷰 연락이 온다. 희망이 있는 한 좌절도 슬픔도 그저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줄라이 밴드’를 알게 된다면 각박한 직장생활 또한 적응의 한 과정이 될 것이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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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에서 염증을 일으킬만한 요소는 충분하다. 젊은 시절 꿈도 많고, 열정도 넘쳤건만 일단 사회인이 되고 보면 사는 게 그렇게 재미있지만은 않다. 이렇게 일상에 지칠 때쯤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남들은 뭘 하며 재미나게 살까? 원래 내 꿈은 무엇이었나? 이 글을 읽는 중에도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이곳을 적극 추천한다. 강남의 성격 좋은 직장인들이 모여 만든 밴드, 이름 하여 ‘줄라이 밴드’다.
연령 다양, 직업 다양, 사람들도 다양
직장인 밴드가 같은 회사 동료나 음악·연주 동호회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줄라이 밴드’는 순수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뭉친 밴드다. 간혹 세션이나 보컬을 지원하지 않은 채 음악감상만을 목적으로 ‘줄라이 밴드’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가능하다. 오히려 ‘줄라이 밴드’는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고집하거나 일방적인 음악적 방향을 주장하는 사람을 꺼려한다. 직장 내 각종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운 마음을 재충전하기 위해 찾아온 곳에서 또 다른 언쟁과 분쟁이 발생한다면 직장인 밴드의 의미를 찾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부터 회사원, 자영업자, 공연기획자, 심리학과 교수, 금융인 등등 음악적 관심만으로 뭉친 밴드답게 직업과 나이는 다양하다. 사회 초년생에서 40대 중반까지 직장 내에서라면 감히 올려도 볼 수도 없는 나이 차를 밴드 안에서는 형, 동생, 오빠, 누나라는 호칭으로 허물어 버렸다. 정기연습은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30분부터.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는 목요일, 금요일 두 팀으로 나누어 연습에 박차를 가하기도 한다.
모두가 클럽의 리더인 밴드
일인당 회비 10만 원씩을 모아 연습실 유지비용을 마련하고 개인적인 악기나 소장품, 밴드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물건들은 자유자재로 비치해 놓는다. 다른 곳에서 조금씩 직장인 밴드 활동을 했던 창단 멤버 12명이 초기 투자를 많이 했다. 천정이 높고, 소리에 제한을 받지 않는 장소를 물색해 방음장치도 했다. 지금 연습실의 위층은 양복점이라 밤에 야근하는 사람도 없다. 밴드를 아끼고 관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들어온 후발 멤버들은 당연한 것처럼 또 다른 집기며 악보, 소품들을 챙겨놓았다. 전공 악기 외에 다른 악기 공부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음악 외에 여행이나 골프, 스키 등의 또 다른 취미 활동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만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친구나 가족들의 합류 또한 자연스러워서 생일파티나 연말, 기념일은 어김없이 연습실이 파티룸으로 변신한다. ?
“제가 카페지기를 맡고 있긴 하지만 리더나 클럽짱은 아니에요. 초기 멤버였고 업무를 나누다 보니 대외적인 일을 제가 맡게 된 거죠. 시간이 허락하는 사람들끼리 자유로이 공연과 일을 나누어서 하고 있고, 누구도 무리해서 연습이나 공연을 하라고 강요하진 않습니다.” 카페지기와 보컬을 맡고 있는 조남현씨의 말이다.
대학 축제의 단골 초대 손님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사회에서 만나 끈끈한 가족이 되자는 줄라이 정신에 맞게 밴드의 가장 큰 공연 무대는 동료의 결혼식장이다. 진정성이 담긴 음악동료들의 노래에 신랑 신부는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줄라이 밴드’의 진가가 발휘되는 공연 무대 중 또 하나는 대학 축제. 연예인들의 본 무대가 시작되기 전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역할을 ‘줄라이 밴드’가 담당하는 것이다. 나이 많은 직장인 밴드가 젊은 대학생들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니 음악은 신체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거의 매달 출연료를 받는 공연 무대가 있다 보니 정기 연습은 거의 공연 연습일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한 두 시간으로 정해 놓은 연습시간은 새벽까지 이어질 때가 많고, 무대에 못 서보는 사람 없이 골고루 무대 경험을 할 수 있다.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이렇게 스케줄이 힘들어지면 일상에 틈이 생기지 않을까 했는데 회원들의 반응은 오히려 그 반대다.
“회사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들어와서 활동을 하다보면 오히려 활력과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지난달에도 2명의 회원이 직장에서 우수 사원으로 뽑히는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하면서 육체적, 감정적 찌꺼기들을 다 소화하고 돌아가니 일이 더 잘되는 것 같아요.” 회원들의 입장을 대신한 카페지기 조남현씨의 설명이다.
신입회원의 조건
강남에 근거가 있어야 ‘줄라이 밴드’에 가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습실이 강남에 있을 뿐이지 노래가 좋고, 음악이 좋고, 그런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며 공감대를 갖고 싶다면 언제든지 ‘줄라이 밴드’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노래를 부르고 싶은 사람, 악기를 연주하고 싶은 사람, 악기를 배우고 싶은 사람, 작곡을 해보고 싶은 사람 (‘줄라이 밴드’에 들어온 후 실제 곡을 만들어 저작권료를 받는 멤버도 생겼다), 지친 삶에 활력이 필요한 사람, 마음을 터놓을 벗이 필요한 사람, 편안하게 쉬고 싶은 사람, 마음껏 음악을 감상하고 싶은 사람 모두 ‘줄라이 밴드’에 가입이 가능하다. 가입 지원서의 질문 항목들은 프로필보다 지원자의 생각을 묻는 항목들이 훨씬 더 많다. 카페 주소는 http://cafe.daum.net/Club-July. 지원양식의 내용을 빠짐없이 기입한 후 사진을 첨부해 이메일로 지원하면 3일 안에 인터뷰 연락이 온다. 희망이 있는 한 좌절도 슬픔도 그저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줄라이 밴드’를 알게 된다면 각박한 직장생활 또한 적응의 한 과정이 될 것이다.
이지혜 리포터 angus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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