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하거나 상가를 담보로 제공할 때 은행에서는 임차인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한다. 아파트의 소유자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하였더니 은행에서는 임차인이 살고 있고, 임대보증금이 너무 많아서 대출금을 높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소유자는 임차인을 찾아가서 자신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고 하는데 전세보증금이 너무 많아 은행에서 대출을 많이 해 줄 수 없다고 하니 도와달라고 했다. 임차인이 망설이자 소유자가 자신이 꼭 대출금을 갚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도와달라고 했다. 임차인은 소유자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 은행에서 전세보증금이 얼마인지 물어보았을 때 보증금이 없이 살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소유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은행에서 경매신청을 하자 임차인은 자신이 실제 임대보증금을 낸 임차인이라고 주장하면서 배당요구를 하였다. 경매가 진행되어 낙찰이 되고 소유자가 임차인을 상대로 부동산 인도명령을 신청하였다.
임차인은 자신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한 확정일자를 받고 주민등록전입신고를 마친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라고 주장하였다. 법적으로는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매수인이 불리하다.
아파트의 매수인은 신의성실 원칙을 주장하면서 임차인이 신의에 반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매수인은 은행으로부터 은행이 담보대출할 때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임대보증금이 없다는 확인서를 넘겨받아서 법원에 제출하였다.
우리 민법에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형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동생 소유의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하면서 자신은 임차인이 아니라는 확인서를 작성하여 준 경우 나중에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담보대출을 받을 때에는 임차인이 아니라는 확인서를 써주었기 때문에 대출을 받았음에도 나중에 경매 절차에서 임차인으로 인정받고 다시 임대보증금을 배당받게 될 경우 은행이 손해를 보게 된다. 판례의 근거는 금반언 및 신의칙 위반이었다. 금반언이란 한 입으로 두 마디를 하는 것, 이미 말을 했으면 반대되는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민법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말을 바꾸는 사람들은 이러한 법원칙에 따라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재구 변호사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