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도 함께 자란다. 아이가 클수록 억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공부도 성격도 외모도 그 어느 것 하나 부모 맘대로 되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 아이의 ‘키 크기’가 아닐까.
“솔직히 공부보다도 아이 성장에 더 신경 써요. 요즘 키 작은 남자를 ‘루저’라고 하면서 무시하잖아요. 아이들이 컸을 땐 더 하겠죠. 게다가 아이가 생일이 늦어서 그런지 해가 바꿔도 계속 또래 아이들보다 작은 편이에요. 신경 써서 골고루 먹이고 일찍 재우는데도 성에 찰 만큼 키가 크지 않으니 속상하죠. 억지로 되는 일은 아니란 걸 알지만 답답하네요.” 구월동 준서맘의 얘기다.
체형교정과 성장장애 클리닉을 전문으로 하는 홍성진 한의원 홍성진 원장은 “아이의 식습관과 수면 패턴을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대부분 좋아지지만 잘 먹고 잘 자는데도 불구하고 키가 크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척추측만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고 조언한다.
척추측만이 늘어난 이유
예전에 비해 청소년의 척추측만이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좋지 못한 자세 탓이다. 구부정하고 비뚤어진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오랜 동안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이 척추측만증을 야기한다. 또 의자에 앉을 때 다리를 꼬고 앉는 버릇이나 한쪽으로만 무거운 가방을 메는 습관도 좋지 않다.
또 다른 원인은 운동부족이다.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밖에서 뛰어놀기보다는 집에 앉아서 게임이나 텔레비전, 컴퓨터, 핸드폰 등을 조작하면서 노는 게 일반화되면서 활동량이 턱없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활동량이 충분하면 척추도 바르게 서고 주변 근육도 튼튼해집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야외활동은 적은 반면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척추가 휘기 쉬운 거죠. 특히 너무 어릴 때부터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거나 게임기나 휴대전화 같은 스마트기기를 장시간 사용하게 되면 무거운 머리를 떨구는 자세가 돼 자세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거우니까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고 척추에 영향을 미쳐 휘게 되는 것이죠.” 홍 원장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몸속 미네랄의 불균형과 중금속의 축적 역시 또 다른 원인이다. 척추측만증 환자의 모발을 검사해 보면 체내 미네랄 중 아연, 마그네슘, 망간 등 근골격을 구성하는 중요한 미네랄이 부족한 반면 구리나 납, 카드뮴 같은 유해한 중금속이 체내에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근골격을 약화시켜 쉽게 척추측만을 야기할 수 있다.
공부 잘하려면 척추측만증 치료부터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드물다. 부모가 옆에서 똑바로 앉으라고 야단쳐도 그때뿐, 이내 원래대로 흐트러지기 쉽다. 이유가 뭘까?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에요. 이미 척추가 휘어 있는 아이는 똑바로 앉는 자세가 힘들거든요. 버티기 힘드니까 어느새 한 쪽으로 기대거나 엎드리는 자세를 하게 되는 거죠.”
특히,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는 아이는 체력이 약하다. 휘어진 척추로 인해 주변 근육이 필요 이상의 피곤을 느끼고 있는 만큼 에너지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아이들과 같은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한다고 해도 느끼는 피로감은 훨씬 크다.
“아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힘들고 피곤해서 견디기 힘든 거지요. 또 경우에 따라 두통이나 소화기 장애까지 오기도 합니다. 실제로 척추측만증은 아이가 클수록 학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아이가 공부를 잘하길 원한다면 척추측만증을 반드시 치료해야 합니다.”
사춘기 이전에 치료해야
척추측만증 치료는 언제가 적기일까?
“아이가 어리다면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주의하면 됩니다.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기지개도 자주 펴고요. 무엇보다 잘 먹고 잘 뛰어 놀면서 신체활동의 양을 늘려주면 됩니다. 활동량이 충분하면 척추도 바르게 서고 주변 근육도 튼튼해집니다.”
하지만 초등 고학년이라면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에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특히 여자아이는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만큼 초등 4학년 무렵 반드시 척추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사춘기는 급격한 성장을 하는 시기입니다. 척추가 휘어진 아이는 휜 상태 그대로 자라게 됩니다. 곧게 자라야 할 척추가 휘면서 비정상적으로 자라게 되는 거죠. 게다가 성장이 빠른 만큼 만곡(휘는 정도)도 더 심해지고 척추 주변의 근육 역시 비정상적으로 높은 압력을 받게 돼 통증이 심해집니다. 때문에 사춘기가 시작되기 전에 척추측만증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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