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설 명절 이야기

지역내일 2012-01-22 (수정 2012-01-22 오전 12:38:14)

 설 명절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차례음식 준비할 걱정에 막히는 귀경귀성길, 주부들에게 설날은 분명 즐겁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연 중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을 의미 없이 보낼 수는 없는 일. 올해는 아이에게 엄마 어릴 적 설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어떨까. 설날 음식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주고 예쁜 우리 옷 한복 입는 바른 예절도 설명해 주자. 특별한 덕담을 준비해 보는 것도 좋겠다. 40∼50대 부모라면 갖고 있을 보물 같은 기억. 하늘 높이 연을 날리다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윷이야’ 동네 어르신들의 흥겨운 윷놀이 한판에 저도 모르게 흥겨워졌다. 친구보다 높이 널을 뛰기 위해 있는 힘껏 발을 구르기도 했다. 그 소중한 기억들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나눠 보자. 배경미 백인숙 김은진 이민경 리포터  bae@naeil.com




설날에 맛보는 명절음식 이야기
조선시대, 민가에서 약과를 먹으면 곤장에 처했다
 설날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떡국이다. 동국세시기에는 떡국을 백탕 혹은 병탕이라고 적고있다. 나이를 물을 때 ‘병탕 몇 사발 먹었느냐’ 고 하는데서 유래하여 첨세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통 설날 아침에 떡국으로 조상 제사의 메(밥)를 대신하여 차례를 모시는데 그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하지 않다. 지금은 방앗간에서 기계로 가래떡을 뽑아내지만 예전에는 마당엔 안반을 두고 남자들이 떡메로 떡을 쳐 일일이 손으로 길게 늘여 만들었다.
 원래 떡국의 국물을 만드는 재료로는 꿩고기를 으뜸으로 쳤다. 하지만 지금은 쇠고기로 만들어 먹는다. 떡국은 지역마다 맛과 모양이 제각각이며 각 지역 특산물이 더해져 지방색이 두드러진다. 경기도나 서울지방에서는 조랭이떡국을, 충청도에서는 생떡국을 만들어 먹었고 황해도나 함경도에서는 꿩을 넣어 만든 큼직한 만두를 넣고 국을 끓여먹었다.
한국약선음식개발연구원 정은수 원장은 “조랭이떡국은 경기도 지역의 대표 명절 음식이며 떡을 가늘게 뽑은 멥쌀 가래떡을 굳기 전에 작게 토막 내 나무칼로 비벼서 조롱박 모양으로 만들어 먹었다”며 유래에 대해서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서자 개성 사람들이 원한을 풀고자 목을 비틀어 만들기 시작한 것이 조랭이 떡의 시초”라고 설명했다.
 수정과 또한 정월 초하루에 먹는 고급 음료로 궁중에서 여름에는 제호탕, 겨울에는 수정과를 만들어 먹었다. ‘해동죽지’에는 고려의 궁인이 설날 곶감과 생강 끓인 물로 음료수를 만든 것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데 수전과로 불리며 새해가 되면 한 그릇씩 마셨다고 한다. 이처럼 수정과가 궁중이나 양반계층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것은 수정과의 주재료인 생강과 계피가 유교의 사서삼경 중 하나인 서경에서 선비의 강직한 성품에 비유되면서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밖에 설날 차례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제물인 약과를 조선시대에서는 사치품으로 여겼다. 최남선의 ‘조선상식’을 보면 ‘민가에서 혼례를 치르거나 장례식 때 유밀과를 사용하면 곤장 80대에 처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했다. 임금도 함부로 맛보기 힘들었던 사치품인 약과는 삼국시대 무렵부터 사용했다는 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또 예전에는 각 가정마다 명절이 다가오면 술을 빚었는데 흔히 동동주로 알고 있는 부의주가 그것이다. 찹쌀이나 멥쌀, 누룩으로 빚은 부의주는 맑은 술에 밥알을 동동 뜨게 빚은 약주다. 개미가 물에 떠 있는 것과 같다고 해 부의주 또는 나방이 떠 있는 것 같아서 부아주 혹은 녹의주라고 부르기도 했다.




설날 전통놀이와 풍습
어른들은 윷놀이 아이들은 연날리기
설날에는 친척과 마을사람들이 모여 여러 가지 놀이를 즐긴다. 대표적인 놀이로는 윷놀이와 널뛰기, 연 날리기, 썰매타기, 팽이치기 등이 있다.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하는 놀이로는 풍물굿이 어느 지방에서나 행해졌으며 지신밟기, 동채싸움(차전놀이) 등이 있다. 이웃마을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집단놀이는 개인과 가정은 물론, 마을 공동체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주로 어른들이 많이 하는 윷놀이는 두 사람 이상 상대만 있으면 언제나 놀이를 할 수 있으며, 사람이 많을 경우에는 편을 짜서 즐겁게 놀이를 할 수 있다. 야외에서 이웃이 모여 윷놀이를 할 때는 땅바닥에 멍석이나 가마니를 깔아 놓고 지상 약 1미터의 높이로 윷을 던진다. 이때 외치는 소리가 마을을 떠나갈 듯 우렁차 윷을 던지는 사람은 물론 구경하는 사람까지 흥겨움을 느낄 수 있다.
 널뛰기는 여자들이 즐기던 놀이다. 널판자의 한 가운데 짚단이나 또는 가마니를 접어서 괴어놓고 양쪽 끝에 한 사람씩 올라서서 번갈아 몸을 솟구어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는데 한창 높이 뛰어 오를 때에는 무려 1.5미터 가량 솟아오를 수 있다. 공중 높이 몸을 날리는 활달하고 개방적인 놀이로 그 기원은 여성들이 비교적 활발히 움직이던 고려시대로 추측되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연 날리기는 남자들이 즐기는 윷놀이, 부녀자들이 즐기는 널뛰기와 함께 우리나라 정초의‘3대 놀이’중 하나다. 연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신라 진덕여왕1년(648)에 이미 연날리기를 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시대의 최영 장군이 제주도를 정복할 때에 연을 활용했다는 설도 있다. 옛날엔 정초부터 날리던 연을 정월대보름 날이면 멀리 날려보냈는데, 이때는 연에다 송액(送厄)이라고 붓으로 크게 써서 하늘 높이 날린 후 연줄을 끊어 버린다. 이렇게 함으로써 집안에서 액이 사라지고 복이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편 정월 초하룻날에는 대나무를 쪼개 만든 복조리를 사는 풍습이 있다. 조리는 쌀을 씻을 때 돌을 거르는 도구. 설날 사는 조리에는 복이 묻어 들어온다고 하여 복조리라고 한다. 그래서 일년동안 쓸 조리를 이날 새벽에 몽땅 사서 두세 개씩 묶어서 문 위에 걸어둔다. 또 초하룻날에는 각자 신발을 방안에 들여놓고 자는 풍습이 있다. 야광이라는 귀신이 신발을 신고 가버리면 그 신발 주인의 한 해 운수가 불길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알아두면 좋은 명절예절
절할 때 남자는 왼손 여자는 오른손 위로
설이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설빔과 세배. 아이들은 설빔으로 받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집안 어르신께 세배를 드린다. 요즘은 한복보다는 활동성과 편리함을 강조해 의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꼭 한복이 아니더라도 깔끔하고 단정한 차림은 명절에 빼놓을 수 없는 예의다. 특히 평소보다 집안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만큼 요즘 유행하는 레깅스나 지나치게 짧은 스커트 차림은 피하는 게 좋다. 새해를 맞아 첫 인사를 드리는 자리에서 살짝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으니 지나친 패션감각 자랑은 잠시 접어두자.
 명절 분위기를 내는데 한복 만한 것이 없지만 바르게 입지 않으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여성의 경우 한복을 입을 때 특히 신경 써야 할 것은 치맛자락의 위치. 저고리는 안깃과 겉깃의 동정니를 잘 맞추고 치맛자락은 왼쪽으로 오도록 입는다. 남성의 경우는 바지를 입을 때 바지폭이 좁은 작은사폭이 왼쪽으로 가도록 입고, 대님을 맬 때 안쪽 복숭아 뼈에 사폭선을 대고 바지솔기를 마주잡아 발목을 중심으로 뒤로 돌려 바깥 복숭아 뼈에 대고 매도록 한다. 또 남자는 저고리에 조끼, 마고자를 입고 두루마기를 입는데, 두루마기는 정장에 속하므로 외출할 때나 예를 갖추어야 할 때 손님을 맞거나 세배할 때도 입는다.
 절하기는 명절에 빠지지 않는 예절. 특히 어린 자녀가 예의에 맞는 절하기를 할 경우 자녀교육 잘했다는 칭찬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살짝 기대해도 좋을 듯. 절하기에서는 공수할 때 남녀 손의 위치 중요하다. 남자는 왼손,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향하게 잡는 게 포인트. 절을 할 때는 남녀 모두 엉덩이가 발꿈치까지 닿도록 하고 머리를 숙일 때 목이 옷깃과 떨어져 목만 숙이지 않도록 주의한다. 절을 마친 후에는 공수한 손을 원위치로 한 후 목례로 마무리한다.
 어르신을 방문해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경우에는 하루 전에 미리 연락을 취하고, 방문시간은 점심시간을 피한 오후 3∼4시 정도가 적당하다. 명절준비와 손님맞이로 바쁜 안주인을 배려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또 멀리 떨어진 어르신께는 정월대보름인 15일 전까지는 찾아가 세배를 드려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새해 덕담
가족 간 훈훈한 정 나누고, 주변 사람에겐 희망 줘
설은 한 해가 시작되는,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는 날이다. 예부터 1년 동안 무사함을 기원하기 위해 바깥 외출을 금하고 근신한다는 의미로 신일(愼日)이라고 불렀다. 설에는 몸을 단정히 하고 어른들께 세배를 올려 예의를 다했다. 이 때 절을 하고 새해 첫 인사를 드리는 세배를 한다. 세배할 때는 좋은 말로 인사를 주고받는데 그 말이 바로 덕담이다. 덕담은 원래 세배를 받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인사로 덕담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처지나 환경을 고려해 건강, 혼인, 공부, 사업 등에 대해 적절한 말을 건네게 된다.
 표현방법으로는 ‘∼하세요, ∼하게’라는 미래형이 아닌 ‘∼그렇게 되었다지, ∼했다며’라는 과거형을 쓴다. 예컨대, “올해 시집 좋은 데 갔다면서, 아범은 빚 다 갚고 돈 많이 벌었다고? 큰 녀석은 이번에 득남까지 했으니 더 바랄 게 없겠네”로 말한다.
 이렇게 새해 첫날 아침 어른들이 아랫사람에게 내리는 덕담은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물론 노처녀·노총각이나 독신주의자들에게 “올해는 시집(장가) 가야지”라는 덕담을 하는데 이 말은 상처로 남을 수 있어 삼가는 게 좋다. 
 특히, 학생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덕담이 “공부 열심히 해라, 일류 대학에 가라, 좋은 회사에 취직해라”라는 것을 참작해 상대방이 부담이 될 수 있는 화제나 과거 허물을 들추는 말, 용기를 꺽는 말, 부담을 주는 말, 사생활 관련 내용은 배제한다.
 윗사람이라면 아랫사람에게 귀감이 될 덕담거리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만약, 절을 한 뒤에 덕담이 나오지 않을 경우, 어른께 말로 인사를 할 수 있다. 이 때 적당한 인사말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과세 안녕하십니까?”정도가 적당하다.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께는 건강에 관한 인사말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주의할 점은 윗사람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한다. “오래오래 사십시오, 만수무강하십시오”와 같은 인사말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달리 듣는 사람이 자신의 건강과 늙음에 대해 서글픔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한다. 따라서 “올해는 등산 많이 하십시오, 여행 많이 다니십시오”라는 기원이 담긴 인사말을 건넨다.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인 만큼 서로 정성을 다해 웃는 낯으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가족 간의 훈훈한 정을 나누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는 덕담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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