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예쁜 사람은 인물값을 한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다. 예쁜 외모 때문에 그 사람의 단점들이 가려질 수 있으니 너무 인물만 따지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못 생긴 사람, 성격도 안 좋다’란 말을 들으며 살고 있다. 십 년이면 변하는 게 강산뿐만 아니다.
어느 대학 학생회장 선거에서 졸업 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며 ‘성형수술 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학자금 대출 때문에 취업 전부터 신용불량자가 되는 이 시대에, 이 공약은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일까? 아니면 외모가 실제로 취업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고민할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을 위한 사려 깊은 약속일까? 같은 스펙을 가지고 있더라도 외모가 더 나은 사람이 취업이 잘 되는 시대상의 단면을 반영한 것인가 보다.
실제 취업 시즌이 되면 성형 상담이 많아진다. 면접 전 보톡스나 필러 시술을 받고 싶다는 학생들, 미리미리 지방 이식이나 쌍꺼풀, 코 수술, 피부 관리를 통해 외모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주력하는 취업낙방 경험자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토익 점수와 자격증이 몇 개냐에 목숨을 거는 듯 한 20대 취업준비생들을 보면서 ‘저렇게 까지 해야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며 뭔가 탈출구가 없는 것 같아 답답하다는 느낌을 갖곤 했는데 이제는 그 정도는 기본이 되었고 거기다 외모까지 준비해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토익 점수가 높은 사람 모두가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지는 못하듯, 자격증이 있다고 반드시 기술이나 실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듯, 번듯하고 홍보 잘하는 성형외과라고 다 수술 잘 하는 게 아니듯, 외모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의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직업이기도 하고 병원을 잘 키우고 싶은 욕심도 있어, 가능한 한 교과서적이고 객관적인 성형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을 잘 해서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 하고, 수술을 더 잘 하고, 더 고급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노력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성형에 목숨 거는 사회가 되어 가는 것 같다는 생각에 편안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필요한 부위를, 필요한 만큼 성형 수술로 개선하여 그 사람의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기여할 수 있고, 내 개인적 가치관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취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열심히 즐거운 마음으로 노력해야 겠다고. 그리고 변화를 외면하기 말고 받아 들여야 하겠다고.
청담심스성형외과의원 심희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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