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야기

깊어가는 센트럴 파크의 가을

철새들도 머물다 가는 뉴요커들의 쉼터

지역내일 2011-11-21

영화〈뉴욕의 가을〉,〈세렌디피티(Serendipity)>, <나 홀로 집에> 등의 배경이 되었던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위치한 이 공원에는 아침이면 조깅하는 뉴요커들이 쏟아져 나오고, 여름날 저녁에는 곳곳에서 멋진 공연들이 펼쳐진다. 공원 밖 세상은 너무나 숨 가쁘게 돌아가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서면 모든 것과 단절된 듯한 한적함과 평화로움에 젖게 된다.


 아이스링크와 어우러진 가을의 향연


서울 여의도 면적의 60퍼센트에 해당하는 센트럴 파크. 때문에 공원으로 진입하는 출입구도 여러 곳에 위치해 있는데 어디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어느 날,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아이스링크를 먼저 보기 위해 5번가 동쪽 입구로 들어섰다. 이미 개장한 울먼 메모리얼 아이스링크에는 많은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하얀 얼음판은 숲 너머 보이는 다양한 형상의 고층 빌딩들과 울긋불긋한 가을 단풍으로 둘러싸여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곳은 겨울에는 아이스 스케이트 링크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테니스나 미니 골프를 위한 코트로 사용된다. 센트럴 파크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관광안내소인 데어리(The Dairy)로 향했다. 1873년 빅토리아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데어리는 당시엔 소와 양을 기르면서 우유를 생산하던 곳이었다고. 공원 안에는 어린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동물원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그 안에는 100여 종의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살고 있다. 동물원 입구에는 솜사탕, 캔디, 아이스크림 등 우리나라 놀이공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가게들이 꼬마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카루젤 회전목마를 지나 센터 드라이브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다. 걷다 보니 노란 줄로 바리게이트를 쳐놓은 통제구역에서 쓰러진 나무들을 손질하고 다시 세우는 정원사들이 보인다.


 가이드 설명 들으며 마차나 자전거택시로 관광


지난 10월 말, 때 이른 폭설로 인해 넘어지고 부러진 나무들을 수습하는 중이었다. 그 사고로 떡갈나무와 느릅나무, 자작나무와 딸나무, 매그놀리아와 오디나무 등 1천여 그루가 힘없이 쓰러졌다고 한다. 이번 눈은 한겨울보다는 적설량이 적은 편이었는데도 예상보다 피해가 컸던 것은 낙엽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눈이 내려 나무가 무게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공원의 한 관계자는 “게다가 온도마저 섭씨 0도 전후에 머물면서 물기를 잔뜩 머금어 눈의 무게가 가중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뉴요커들의 휴식처인 센트럴 파크. 공원의 면적은 약 3.4제곱킬로미터이고, 맨해튼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센트럴 파크라고 한다. 인공호수와 연못, 산책로, 두 개의 아이스링크, 동물원, 정원, 야생동물 보호구역, 넓은 자연림 등으로 조성돼 있다. 외부 원형극장에서는 여름마다 셰익스피어 축제가 열린다. 또한 이곳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될 뿐만 아니라 운동경기를 위해서도 유용한 공간이다. 철새들이 쉬며 머물고 가는 곳이기도 해 새 연구가들도 자주 이 공원을 찾는다고 한다. 넓디넓은 센트럴 파크는 공원 내의 오솔길을 따라 산책하거나, 자전거로 직접 돌아볼 수 있다. 걷는 게 불편하면 관광 꽃마차 혹은 페디캡이라고 하는 ‘자전거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이때 가이드가 공원 구석구석을 돌며 설명해주는 장소에 얽힌 유래와 사연을 들으면 더욱 흥미롭다. 또 연인이나 가족끼리의 여행이라면 호수 내에서 보트를 타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좋다.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 지도를 보면서 명소를 찾아다니는 관광객, 꽃으로 장식된 마차에 올라 즐거워하는 가족 등. 주말이어서인지 공원 안에는 센트럴 파크의 가을을 만끽하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을 음미하며


72번 스트리트를 향해 걷다가 호젓한 벤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빨갛고 노란 단풍잎 사이로 높이 솟은 고층 빌딩들이 보인다. 콘크리트 정글 속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정글, 그 모습이 신기하고 기이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느낌이다. 스트로베리 필즈를 찾았다. 비틀스의 전설 존 레넌이 살았던 다코타 아파트에서 내려다보이는 공원의 한 모퉁이를 아내인 요코가 사들여 기념공원으로 만들었다는 곳. 존 레넌의 대표곡 <이매진(Imagine)>이 새겨져 있는 비석 위에는 팬들이 갖다 놓은 꽃들이 그를 추억하고 있었다. 이 비석은 한 이탈리아 팬이 기증한 것이며, 스트로베리 필즈라는 이름은 비틀스의 노래 <Strawberry Fields Forever>에서 따왔다고 한다. 공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베데스다 분수 앞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뮤지션들이 펼치는 무료 공연과 마술, 이벤트 등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분수 옆의 아치형 다리와 곡선형 계단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때마침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델이 분수 안쪽으로 들어가 광고 촬영을 하고 있어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무선 조정 보트들이 떠다니는 콘서버토리 연못을 중심으로 멀리 두 조각상이 보인다.


 곳곳에 안데르센과 앨리스 등 다양한 조각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오리에게 《미운 오리 새끼》를 읽어주는 안데르센 조각상이 바로 그것. 앨리스 조각상 위에는 아이들 몇 명이 올라가 장난을 치거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호숫가 옆의 보트하우스에 들렀다. 해산물과 아메리칸 요리가 주 메뉴인 이곳은 연인들의 청혼이나 웨딩 장소로 인기가 높다. 그날도 웨딩사진 촬영차 나온 몇 쌍의 신랑신부가 눈에 띄었다. 거북이 연못 옆에는 스코틀랜드풍의 벨베디르 성이 있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저 멀리 단풍으로 물든 센트럴 파크의 아름다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에서 내려와 오솔길을 따라 걸었다. 베토벤 동상 앞에서 만난 조혜리(유학생, 27세) 씨는 “바쁜 뉴욕 생활에 지치거나 힘들 때 이곳을 찾아 휴식을 취한다”면서 걷고 나면 기분도 좋아지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 같아 시간이 날 때마다 들른다고 했다. 이외에도 공원에는 델라코르테 극장, 그레이트 론, 콘서버토리 가든,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 그리고 곳곳에 많은 동상들이 세워져 있다. 공원 옆길을 따라 82번 스트리트로 나오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나타난다. 충실한 내용과 볼거리로 사랑받고 있는 이곳은 매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특히, 로마의 멸망에서부터 르네상스의 시작까지 포괄하는 중세미술전시관은 놓쳐서는 안 될 코스이다. 5시간여에 걸친 투어를 마치고 공원을 빠져나왔다. 어느덧 주위는 어두워졌고, 거리는 분주히 오가는 뉴요커들로 여전히 활기가 흘러넘쳤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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