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인터뷰 / 실버성교육강사 박정근 씨

노년의 성, 아는 만큼 행복하다

지역내일 2011-11-21 (수정 2011-11-21 오전 9:57:38)

 “여자들은 남자와 달라 분위기를 띄워주는 게 중요해요. 내가 좋다고 무조건 요구하면 싫어합니다. 핑크색 속옷도 좀 선물하고 가끔은 촛불 켜놓고 술이라도 마시면서 ‘오래도록 고생하면서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며 손도 잡아주고 스킨십도 해주고…… 그러면서 50년 전 연애할 때처럼 해보세요. 다 넘어옵니다.” 실버성교육강사 박정근(75) 씨는 강의 때마다 열정적인 강의로 또래 노인들을 감동시킨다. 요즘 노인복지관이나 노인대학에는 성교육 강의가 늘고 있다. 성에 대한 욕구는 노년기라고 해서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규칙적인 성생활은 삶에 즐거움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지금 이 나이에 무슨 성교육?




박정근 씨가 성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9년의 일이다. 강남사회복지관에서 영어회화를 배우던 중에 실버성교육강사 양성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세대는 성교육이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잖아요. 선배나 친구들한테 얻어들은 게 전부지, 그래서 담당자에게 어떻게 교육할 거냐고 물어봤죠. 진짜 성에 대한 것을 가르친다는 거예요.”




그는 2년간 교육을 받은 후 강사로 나섰다. 청중은 주로 70~80대의 노인들. 재미있는 얘기와 노래로 분위기를 돋운 뒤에 성교육을 시작할 때면 “에이, 그거 다 해본 건데 뭘” 하는 반응을 보이거나 “지금 이 나이에 무슨 성교육이냐”라며 안 듣고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진지한 반응을 보인다.




“한 가지 방법으로 20년, 30년 하니 아내가 싫어합니다. 변화를 줘 보세요. 끝나면 기분이 어떤지도 좀 물어보시고. 나도 그렇게 물어본 지 한 20년밖에 안 됐지만.”




“시장도 부부가 같이 보세요. 예전처럼 서로 앞뒤로 떨어져 걷지 말고 손을 잡고 가세요. 마트에서 부부가 좋아하는 것을 사서 함께 요리해 먹고 설거지도 함께 하면서 일상을 공유하면 그게 행복입니다.”




그러나 노년층에는 아내를 배려하라는 그의 말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남성들이 있다. “아직도 유교 문화에 젖어서 남녀가 동등하다고 말하면 ‘뭐가 동등하냐, 집에 어른이 둘이면 배가 산으로 간다’며 화를 내요. 그렇게 생각하면 배우자와 함께 살아도 행복하지가 않지요.” 




규칙적인 성생활은 만병통치약




성생활은 건강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 성관계를 하면 혈압이 높아지고 혈액순환이 잘 되므로 몸 안에 있는 노폐물이 제거가 된다. 여성은 에스트로겐 분비가 촉진돼 골다공증이 예방된다. 남자들은 전립선 관련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면역력 강화, 노화 방지, 건망증, 우울증 예방에 치매와 자살까지도 예방이 된다. 편두통도 줄어든다. “결혼 안 한 노처녀들이 편두통을 많이 앓는데 결혼을 하면 그게 자연스레 없어진다고 해요.”




그러나 잘못된 성생활은 화를 불러올 수 있다. “파고다 공원이나 탑골 공원, 청계산 등지에서 여성들이 음료수에 돗자리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남성 노인을 유혹하는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최저 5000원에서 2만 원이면 성 욕구를 해결할 수 있다는데 이런 데서 임질, 매독 같은 성병이 말도 못하게 전염돼요.”




성병에 걸린 노인은 대부분 혼자 끙끙 앓는다. “병원도 못 가고 자식한테도 얘기를 못 해요, 민망스러워서. 그냥 내버려두었다가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는 비뇨기과에 가서 처방을 받으면 일주일이면 완쾌되니 꼭 병원에 가라고 당부한다.




배우자가 없는 노인들에게는 동네 노인정이나 복지관, 노인대학에 가서 친구를 사귀라고 조언한다. 성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므로 나이를 먹었다고 그만둘 것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성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가장 즐거운 일과는 아내와 시간 보내기




그는 전남 여수가 고향이다. 농사짓고 배를 부리던 넉넉한 가정에서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났으나 아홉 살 때 어머니가, 열세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중학교 1학년 때 책보 하나 짊어지고 서울로 올라왔다. 갖은 노력 끝에 대학을 졸업하고 회계사가 되었다. 지나온 고생길이 훤히 보였지만 그는 그런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모두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살았으니 제 인생이 특별하달 것도 없지요.”




그런 그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1997년쯤에 회계사를 그만두고 우량 기업을 인수해서 사업을 하던 때였다. 운영을 맡긴 사람한테 사기를 당했다. “눈치를 채고 조사해보니 이미 몇 백억 재산이 다 사라지고 없더군요.” 그 일로 그는 2년 동안이나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다 버려도 당신만 있으면 되니까 잊어버리라”며 사랑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아내 덕분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그 후 그는 바깥 활동을 모두 접고 자녀를 출가시킨 뒤 아내와 오순도순 살아왔다.




인터뷰를 마치며 일어서는 그의 얼굴이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시장 봐오는 아내를 만나 함께 귀가할 생각이란다. 그에게 가장 즐거운 일과는 황혼 동반자인 아내와 시간을 보내는 일인 것 같다.




사진 출처 : 강남종합사회복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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