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은 여성의 뇌를 더 빨리 손상시킨다. 임상에서 보면 2·30대 여성 알코올의존 환자들이 50대 남성 환자들보다 인지 능력이 훨씬 더 많이 손상된 경우를 자주 본다. 이는 단지 기억력이나 사고력에 그치지 않고 공간문제 해결 능력, 계산력, 남의 말이나 복잡한 지시를 이해하는 정보 처리 능력 등이 생각 밖으로 많이 떨어진다.
같은 용량의 음주를 해도 여성은 간 심장에 타격이 크고 암, 특히 유방암 등의 위험이 남성보다 훨씬 크다다. 최근 스웨덴 괴텐부르그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들은 과음한 기간이 남자보다 훨씬 짧아도 뇌 손상이 더 빨리 나타난다고 한다. 이 말은 여성 알코올의존자의 경우 다른 장기의 손상보다 뇌 손상이 더 빨리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래서 여성 환자들은 몸의 다른 문제보다 뇌 기능 장애가 문제 되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더 흔하다. 어린 아이를 둔 젊은 주부들이 기억장애나 치매로 일상생활이 아예 불가능하여 시댁이나 친정으로 집을 옮겨 살아야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과음 기간이 길지 않은 젊은 여성 알코올의존 환자들이 단주를 시작하면 전반적인 신체 상태가 이내 좋아지는데, 이때 판단에 착오를 일으키는 수가 있다. 이해력이나 판단력 같은 뇌기능 또한 멀쩡한 줄로 착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다가 매사를 오해하고 왜곡하여 지나치게 과격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고서야, 그녀의 뇌의 상태가 아직은 회복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런 점은 특히 보호자인 남편들에게 더 큰 좌절감을 안긴다, 과음한 기간도 얼마 안 된데다 엉망이었던 몰골이 얼마 사이에 퍽 달라지면 완전히 나은 것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확고한 단주 동기로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을 너무 빨리 기대한다. 그렇지만 아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 좌절감이 너무 크다. 여성 알코올의존자들의 배우자들이 이내 포기하고 가정이 해체되는 데에는 알코올에 의한 여성의 뇌 손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깊이 이해 못한 탓도 있다.
알코올은 뇌에서 세로토닌 체계를 망가뜨린다. 이는 기억이나 학습 능력만이 아니라 충동조절이나 기분 상태에도 영향을 끼쳐 우울이나 자살의 위험도 있을 수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바로 이 세로토닌 체계를 조절하는 것들이다. 많이 마시면 남녀 모두 세로토닌 체계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남성의 경우 약 12년인 것에 비해, 여성은 불과 4년 정도의 과음만으로 뇌의 세로토닌 기능의 약 50%가 손상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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