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전통문화의 진·면·목, 한옥을 배우다!!

파주전통문화예술학교

지역내일 2011-12-17

십여 년 전만 해도 한옥은 고궁이나 유적지에서 볼 수 있는 과거형의 집, 잠시 둘러보는 것은 좋아도 살기엔 불편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참살이의 대명사가 되면서 점차 한옥을 동경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북촌마을이나 삼청동의 한옥을 개조한 병원이며 개인사무실, 레스토랑 등은 TV나 잡지에 ‘예쁘고 독특한 집’으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요즘은 한옥을 짓는 대목 일을 배우려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 삼척 한옥학교를 시작으로 청도 평창 화천 등 전국적으로 서너 곳에 불과하던 한옥학교가 몇 년 사이 직업학교 내 대목과정까지 10여 곳으로 늘어났고, 이들 강좌는 일찌감치 마감이 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9월 파주 광탄면에 들어선 ‘파주전통문화예술학교’(교장 이신열)는 서울 경기지역에 위치해 그동안 한옥을 배우고 싶어 하던 수도권지역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진정한 장인정신으로 가진 기술 아낌없이 전수
파주전통문화예술학교는 (사)이시대의좋은소리 이사장이자 이화여대 조형대학 명예교수인 김옥조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문화재관리국 제2483호 이신열 대목장이 교장이다. 이신열 교장은 스승 변도원 대목장 직계로 그동안 군산 은적사 대웅전,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 산신각 신축공사, 장수 논개 생가지 복원공사, 신사임당 사당 신축공사, 서울 혜화문 복원공사, 민족사관학교 신축공사 등 30여 년간 수 십 채의 한옥을 지어온 도편수. 또 국내 최초로 한옥교육을 시작, 10여 년간 2000여 명 이상의 제자를 키워온 전문 교육인이다,
“그동안 한옥학교들이 대부분 지방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수도권에서 배우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힘들었어요. 아예 가족과 떨어져 마음먹고 와서 배우지 않으면 안됐지만 이제 수도권에서 한옥을 배울 수 있으니 주말을 이용해 배우려는 사람이 많아요. 반가운 일이죠.”
한옥은 외형적 아름다움을 넘어 우리나라의 자연과 기후, 한국인의 삶을 모두 응축하고 있어 조상들의 과학과 철학이 담긴 건축물이라는 이 교장. 그는 잘 지은 집의 덕목으로 ‘정성이 깃든 집’을 제일 먼저 꼽는다. “장사 속으로 지은 집은 살다보면 금세 티가 난다”는 이 교장은 집을 지을 때마다 내가 살 집이라 생각하고 허술하게 지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자부한다. ‘대목장 이신열’이라는 이름 석 자 걸고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이 교장의 깐깐한 자존심은 교육현장에서도 예외가 없다.
“한옥은 그냥 집이 아닙니다. 수 십 년 된 소나무를 베어 집을 짓지만 대들보 서까래로 쓰인 그 소나무는 집과 함께 백 년 넘게 함께 생명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집을 어떻게 함부로 짓겠소. 기술만 막연하게 배워선 안돼요.” 이 교장은 한옥이 인기를 끌자 이것도 저것도 아닌 한옥을 짓는 일이 많고, 전형적인 한옥의 미가 변질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지금도 문화재 복원사업이며 신축공사 현장에서 그를 모셔가려고 하지만 한옥을 제대로 짓는 일을 전수하기 위해 파주전통문화예술학교에 올인하고 있다 “예전엔 기술을 제대로 전수를 안 해줬어요. 몇 년 씩 궂은 일만 하고 그러면서 옆에서 보고 배우는 도제식으로 이어져 왔지요. 또 중요한 기술은 더더욱 가르쳐주지 않았어요. 그런 전통(?)은 이제 버려야 해요. 앞으로 남은 인생 파주전통문화예술학교에서 한옥의 진면목을 제대로 가르치고 아낌없이 전수할 계획이에요.”


-대목장(大木匠) 교육과정 동안 한옥 한 채를 동기생들과 직접 지어보면서 기술 익혀
파주전통문화예술학교는 전통대목수 양성과정과 목공기능사 2급/문화재수리기능자(대목) 국가자격증 취득관련 과정을 교육한다. 한 채의 한옥을 짓기 위한 도면교육부터 3D설계로 시작해 지정과 기초, 구들을 포함한 한옥토목공사의 이해와 경험을 갖고 목재선별, 수매, 치목, 결구과정, 기와착공, 벽재와 창호시공 등 전 공정을 배우게 된다. 대체로 40~50명 단위를 1기수로 해서 3~6개월 교육과정 동안 한옥 한 채를 동기생들과 직접 지어보면서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한옥학교 수강생들은 실제 노후나 은퇴 후 한옥을 지으려는 이들이 많다. 한옥을 짓는데는 일반 목조건물보다 나무의 양이 많고 원목을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두 배 정도 많이 든다. 하지만 한옥학교를 수료한 뒤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집을 지을 경우 서로 품앗이를 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도 매력. 또 자재구입과 설계, 치목(治木:조립할 수 있게 목재를 다듬는 일), 장비대여 등은 학교에서 도와주기 때문에 직접 한옥을 지으려는 이들의 문의가 많다. 현재 제3기 대목과정과 제2기 소목과정 모집 중에 있으며 2012년 1월 21일 OT를 갖고 1월 24일 개강할 예정이다. http://www.kitca.org 문의 031-943-3170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꿈꾸던 한옥, 원리를 알고 나니 자신감이 좀 생기네요
파주전통문화예술학교 제 1기 대목과정 신상욱 씨


“어릴 적 살던 신당동 한옥집에 대한 향수가 가슴 한 쪽에 있었죠. 이제 퇴직할 나이도 다가오고 해서 귀농의 꿈을 실천해볼까 합니다.” 교하에 사는 신상욱 씨는 제2의 인생은 귀농해서 한옥을 짓고 살고 싶다고. 집과 가까운 곳에 한옥학교가 생겨 일과 병행하면서 배울 수 있는데다, 기본적 원리부터 한옥 짓는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주는 이신열 교장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한다. 처음엔 손에 익지 않은 일에 보름은 근육통을 앓았지만 지금은 나무냄새 맡으면서 적당히 운동도 하고 하루하루 기술도 늘어 자신감도 붙고 있는 중이라고. “한옥 건축비가 타 건축에 비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형편 닿는대로 ㄴ자로 지었다 나중에 덧붙여 ㄷ자, ㅁ자로 지을 수 있고 다시 허물어 새로 지을 수 있으니 경비 대비 효율성이 더 높지 않을까요?” 또 하나 아주 큰 장점은 수료 후 동료들과 품앗이를 하면 건축비를 40% 줄일 수 있다는 것,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경비로 자신만의 한옥을 지을 꿈에 벌써부터 설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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