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erspacing the City 전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무대에 알리다
뉴욕 ‘첼시미술박물관’에서 펼쳐진 그들만의 ‘도시’
뉴욕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구겐하임 미술관’ 등의 유명 미술관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크고 작은 미술관들이 곳곳에 있다. 특히, 첼시(Chelsea)지역에 모여 있는 많은 갤러리들은 예술적 향취가 넘쳐나 시크한 뉴요커들의 아지트가 되고 있다. 20세기 초 첼시는 황량한 공장지대였지만 소호에 있던 예술가들과 갤러리들이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현대미술 보급을 위한 복합문화의 산실
맨해튼 서쪽 22번가, 버스에서 내려 노란 은행잎이 수북이 쌓인 거리를 걸으니 1850년에 지어졌다는 붉은색 벽돌의 3층 건물이 보인다. 뉴욕의 신 현대 미술가들을 지원함으로써 현대미술의 보급을 위한 중요한 장소로 인정받고 있는 곳, 바로 첼시미술박물관(Chelsea Art Museum)이다.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3만 평방피트(850평가량) 크기의 첼시미술박물관은 현대미술 및 20~21세기에 상대적으로 미국에서 많이 조명되지 않은 예술가들을 선보였고, 필름, 퍼포먼스, 작가와의 대화 등을 끊임없이 제공함으로써 복합문화의 장을 구축하고 있다. 출입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니 깔끔하게 단장된 로비 한 쪽에 커피숍과 안내데스크가 있다. 계단을 올라가니 오는 12월 10일까지 진행될 전시 ‘Innerspacing the City 전’ 오프닝 행사준비가 한창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그곳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재욱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이번 단체전은 미술비평가 드니스 카르발요(Denise Carvalho)가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을 세계무대에 소개한다는 취지로 준비된 ‘도시’에 관한 전시입니다. 뉴욕에서 세계적인 미술비평가가 직접 한국작가들을 선정해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요.”
기획자는 세계적 미술비평가 드니스 카르발요(Denise Carvalho)
드니스 카르발요(Denise Carvalho)는 권위 있는 미술잡지 《Art in America》, 《Sculpture》, 《Flash Art》 등에 수많은 글을 기고했으며, 2012년 폴란드에서 열리는 비엔날레〈Mediations Biennale Poznan〉의 큐레이터로 초청받은 인물이다. 또한 그는 ‘Smack Mellon’, ‘White Box New York’, ‘Chelsea Art Museum’ 등 뉴욕의 대표적인 미술기관에서 많은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약 10개월 동안 준비한 이번 전시에는 일곱 명의 20~30대 한국 젊은 예술가들이 비디오, 사진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선사한다. 이재욱은 여러 장의 슬라이드 프로젝터를 이용한 All Men Are Created Equal Bullshit(2011)를, 안정주는 4채널 비디오 스테레오 사운드(6분 50초 분량)인 Breaking to Bits(2007), 박희진은 가변크기의 사진 Graffiti(2011)를 전시했다. 박관택은 투명필름, 바인더 클립, 줄을 사용하여 Slide Show : The Future of The Present(2011)의 제목으로 표현했고, 신경진은 퍼포먼스 비디오(8분 분량) 기법으로 Mimicking Venus(2011)를, 나현은 멀티채널 비디오(9분 15초 분량)로 Painting Landscape at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2009) 그리고 찰리한은 가변크기 혼합재료를 이용하여 스탠드(3D)를 설치했다.
뉴욕무대에 우뚝 선 한국의 젊은 작가들
‘Innerspacing the city(도시, 공간 안으로 들여오기)’는 우리의 신체, 인간관계, 언어를 통한 도시 경험의 이중적 감정(ambivalences)을 탐험한다.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추상적이고 원거리이며 접근하기 어려운 유토피안 사회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표현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도시는 현실과 이상의 대화를 위한 매개물이 되었으며, 그들 작품에 나타난 근본적인 개념은 모두 이원성을 지닌다. 즉, 뉴욕과 서울, 남과 북, 로컬과 글로벌, 공간과 시간 그리고 과거와 미래가 그것들이다. 우리가 ‘실재’라고 부르는 철학적 인식은 역사 안에서 변화돼 왔다. 또한 데카르트학파의 정신과 신체의 분리로부터 칸트식 이성과 움직이는 신체를 통한 현상학적 공간 인식을 탐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번 전시는 주관적이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집단적 의식에 집중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음과 같은 의문이 남는다.
우리가 부르는 실재, 또는 실재의 결핍은 무엇인가? 단지 상징적이고 개념적인 것인가? 아니면 실재 그 자체 이상으로 우리가 꿈꾸는 그 무엇을 허락하는 개인적 행동들의 특수화된 단편인가? 이상적 도시는 우리가 도시에 직접 개입하는 능력을 넘어 여전히 전체적이며 원거리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전시는 서울과 뉴욕, 남한과 북한, 지역과 세계, 과거와 미래, 공간과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도시를 젊은 한국작가들을 통해 재구성했다.
이날 오프닝 행사에는 아시아 현대미술 전문 평론가인 Jonathan goodman, 전시 기획자인 Thalia Vrachopoulos를 비롯하여 Alex Villar, Terese Svoboda, Stevebull 등의 작가들 그리고 뉴욕에 거주하는 많은 한인 미술계 인사들이 참석해 더욱 훈훈한 자리가 되었다. 생성과 파괴, 아름다움과 위기를 통해 우리의 미학본성을 되새기겠다는 이재욱 작가는 “본 전시의 훌륭한 기획력과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무대에 알린다는 측면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rt Flux, KUXart 등 여러 단체의 적극적인 후원과 협조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선미 리포터 srakim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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