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번호 M10167. 그리고 김영현의 바람대로 수험번호는 학생번호가 됐다. 수험번호 M뒤에 S만 붙이면 청심국제중학교 학생번호가 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영현이는 마치 최면을 걸듯 책상 위에 두 개의 숫자를 적어 나란히 붙여놓았었다. 조동기국어논술학원 북수원 정자배움터에서 만난 영현이는 “당연히 합격할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누구나 바라지만, 특출한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라며 도전을 주저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합격의 비결, 지금부터 그 비하인드스토리를 풀어보자.
꾸준한 실적관리노트, 긍정적인 성격도 합격의 비결
영현이가 건네준 학습계획서에는 자신의 장단점, 자기주도적 학습 성공사례들이 솔직하고도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로 잘 빚어져 있었다. 정해진 시간과 제한된 자수, 더군다나 현장에 직접 가서 학습계획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자신의 실적을 정리해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 교내외 활동뿐만 아니라 특기활동 등 뭐든지 기록화해 별도의 파일에 모아두다 보니 자신의 이력이 한눈에 꿰어지고, 보강할 점도 생겼다고. 평소의 글쓰기, 토론훈련은 질문의 의도, 핵심을 짚어내는데도 도움이 됐다. 그리고 최종면접.
“다른 아이들은 긴장해서 도시락은 입에도 못 댔다는데, 영현이는 자랑처럼 싸간 김밥을 거의 다 먹었다는 거예요. 우리 아들이지만, 그 자신감에 저도 놀랐다니까요.” 영현이 엄마 이성미(42)씨는 영현이가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기도 하지만, 6세부터 3년간의 방송활동도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왠지 낯이 익다 했더니, EBS, 재능방송의 어린이 프로그램, TV드라마 아역, 홈쇼핑 등 장르 불문한 배우 출신이었다. 부모님도 미처 몰랐던 영현이의 숨겨진 끼가 발견되면서 가야할 길이 여긴가 싶었지만, 영현이는 초등2학년 때 모든 활동을 접었다. “학교 빠지는 게 싫더라고요. 2학년 되면서 반장도 하고 싶은데, 방송활동하면서 이런 것들을 충실히 해낼 수가 없잖아요.” 그 때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2012학년도 수원 유일의 청심국제중학교 합격생 ‘김영현’을 만날 수 있었을까.
도전을 즐기고, 스트레스조차 즐기는 ‘나는 욕심쟁이’
「아침 7시30분 기상, ~7시55분 아침식사, ~8시20분 구몬학습지 풀기, 오후3시 귀가, ~3시30분 숙제…」어느 집에나 있는 아이들의 스케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싶은데, 중요한 건 영현이가 자발적으로 일과를 지킨다는 점이다. 혹여 지키지 못한 스케줄엔 빨간색 밑줄이 쭉 그어진다. 영현이 엄마도 그 이유를 분석하고 다시 스케줄을 짤 때 이를 참조한다.
수원교육청 영재교육원, 발명교실, 최근엔 과학탐구토론대회 준비, 영어*수학학원에 피아노학원, 토론수업, 간간이 경시대회 준비, 아이들이랑 축구하기 등등 하는 일들이 정말 많다. 엄마는 몇 개는 내려놓으라지만 영현이는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 아파도 절대 학원, 학교에는 절대 빠지지 않을 만큼 친구도, 공부도 사랑하기 때문. “이렇게 욕심 많은 게 자신의 단점”이라 말하는 영현이는 “다양한 일에 도전하는 게 정말 좋다. 물론 스트레스도 받지만, 오히려 그 스트레스를 즐길 정도”라고 당차게 답한다. 그 결과는 성균관대 수학경시대회 전국 34등으로 동상 수상, 수학과학 성적 우수자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 표창, 전국과학탐구토론대회 경기도대표로 최우수상, 교내예능경연대회 합창부문 최우수상 등으로 증명된다.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엔 내가 행복해지고 좋아진다는 상상을 하며 마음을 다잡고, 결과에서 성취감을 맛보면 도전이 즐거워진다.
엄마의 메모습관, 허투루 낭비 않는 15분 단위 나만의 시간관리
영현이의 시간은 15분 단위, 아니 그 안에서도 분 단위로 쪼개져 운영된다. 포스트잇에 분 단위별 숙제, 공부할 분량을 적어놓고 도전하면 더 빨리 효율적으로 끝낼 수 있다.
“단어를 외우더라도 30분에 할 걸 15분씩 나눠서 하면 훨씬 더 많은 양을 정확히 외우게 되죠. 제가 즐겨하는 시간 관리방법인데, 영현이가 저보다 ‘한수 위’더라고요.” 자신의 경쟁자가 되어버렸다는 엄마의 장난스런 눈 흘김에 영현이가 배시시 웃는다. 둘의 관계는 부자유친보다는 붕우유신에 가깝다. 서로의 발전에 박차를 가하는 멘토, 멘티라고 할까. 등교시 엘리베이터 앞에서 벌어지는 가위바위보. 아침부터 정신은 번쩍, 승부욕이 불탄다. 엄마는 영현이를 자기 전이나 일어났을 때, 밥 먹을 때, 수시로 안아주고, 비록 1등을 했더라도 실수를 했다면 가차 없이 자로 손바닥을 때린다. 영현이의 표현을 빌자면 ‘부드럽다가도 ‘부’자를 뺀 드러운(?) 존재’가 엄마란다. 그렇다고 반감을 가진 적은 없다. 영현이 엄마는 지금까지 잘 따라와 준 영현이가 고맙다. “쓴맛을 보더라도 초등학교 때 경험해보는 게 낫다. 자신의 수준이나 성적이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며 중도에 그만두는 아이들이 참 안타깝다.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영현이 엄마는 덧붙였다. 지금도 자기 전 내일 할 일을 꼭 메모하는 영현이 엄마, 1분 1초를 허투루 쓰지 않는 영현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붕어빵 모자다.
국제법률가의 꿈을 이루는 과정, 또 다시 행복한 도전을 꿈꾸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락스미라는 친구의 집을 보면서 내가 노력하지 않고 얻을 수 있었던 물질적 풍요와 편안한 삶이 미안하게 느껴졌다.’ 굿네이버스 주최 ‘지구촌 나눔가족 희망편지 전국대회’ 수상자로서 지난 7월, 캄보디아를 방문했던 영현이에게 그 때의 기억은 국제법률가로서의 꿈과 역할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물질적 도움이 아니라 함께 마음을 나누고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진정한 봉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책상 위에 붙여놓은 하버드대 연필을 보며 하버드대를 목표로 또 자신을 담금질하는 영현이. “전 영특하진 않아요. 영특한 아이들은 따로 있더라고요. 그 대신 성실이란 무기가 있고, 여기에 열정을 보태 꾸준히 정진하는 힘이 있으니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고 믿어요.” 중학교에 입학하면 독립된 공간에서 좀 더 체계적인 자기주도학습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영현이는 참 다부지고도 다부진 아이였다.
오세중 리포터 aejoong7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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