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통 ‘담양 국수’

무심해보이지만 음식 철학이 있는 국수

지역내일 2011-12-02

 


 


가을 끝자락에 무등산을 찾는 등산객이 즐비하다. 반나절을 산행하다보면 마음은 자연의 향가로 가득 채워지지만 허기진 배는 달랠 길이 없다. 이럴 때 증심사에서 찾아갈 만 곳이 ‘담양국수’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가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오는 집. 30년 전통의 담양국수의 원조집이다. 하루 천그릇 이상 주문이 쇄도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담양국수를 모르면 간첩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예나 지금이나 착한 가격으로 출출한 배를 달래줄 서민의 국수, 담양국수에 빠져보자.


 


짜지 않고 담백한 멸치가 육수의 비법


뭐 별다를 게 없어 보인다. 심지어 정성도 없어 보인다. 고명이라고는 대충 썬 대파와 양파, 김가루가 전부다. 게다가 양념장도 눈대중으로 성의 없이 뿌려져 있어 보인다. 국물에 비해 면발이 많다. “이게 과연 맛있을까?”하는 의심마저 든다. 그.러.나. 일단 먹어보면 안다. 성의 없는 고명이 양념장과 어우러져 간이 꼭 맞다. 괜히 30년 전통의 맛이 아니었다. 면발도 쫄깃하다. 일반 소면이 아닌 중면이다. 면 담당은 주인장의 남편 몫이란다. 30년간 면만 삶아 눈 감고도 삶아 낼 만큼 면에 관한한 도사다. 쫄깃한 면발은 불조절과 냉수에 달렸단다. 센 불로 삶다가 불을 줄여가며 마지막에 찬물을 부어 탱탱하고 쫄깃한 면발을 살려내는 것이 담양국수 맛의 숨은 비결.


맛의 종결은 육수에 달렸다. 담양국수는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그 맛의 비밀은 멸치육수에 있었다. 평범한 멸치는 사절. 통영 등 남해안에서 어획한 중간크기의 멸치만 고집한다. 멸치를 생으로 먹었을 때 짜지 않고 담백해야 육수를 내도 떫은맛이 없다고. 멸치와 함께 무, 양파, 대파 등도 함께 넣어 우려낸다.


양념장도 단순하다. 태양초 고춧가루에 다진 마늘, 참기름, 그 외 비밀의 특재양념 2가지가 전부란다. 성의 없어 보였지만 담양 국수에는 나름 음식 철학이 있었다. 국수 삶는 동안 기다리는 지루함을 달래줄 또 하나의 별미가 있다. 일명 ‘약계란’이다. 담양 국수에서만 시식할 수 있는 특허 받은 계란이다. 멸치 우려낸 육수에 한약재를 넣어 10시간 이상 삶은 영양 만점 달걀이다. 그냥 삶은 달걀이라 부르기에는 좀 민망해서 이미 ‘약계란’으로 통한 지 오래다. 오래 삶아서 간도 적당히 배어 있고, 한약재 색깔로 변신해 정말 약계란이 맞다. 추억의 맛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다.


열무김치를 넣은 비빔국수도 맛있다. 매콤달콤한 양념 맛도 맛이지만 얼음을 갈아서 양념장과 같이 버무려서 그런지 면발이 쫄깃하고 감칠맛이 난다.


담양국수가 30년 전통을 이어가는 동안 창업을 시도한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었단다. 그런데도 똑같은 맛을 낼 수 없었던 이유는 담양국수만의 전통 맛을 흉내 낼 수 없었던 건 아닐까.


‧차림표: 멸치국물국수 3500원, 비빔국수 3500원, 도토리 해물파전 돼지고기머리 5000원, 홍어무침 1만원


‧위치: 광주시 동구 운림동 985, 증심사 상가 내 노스페이스 맞은편


‧문의: 062-226-1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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