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자녀 독서량의 절반이 만화책이라면 독서습관을 의심해봐야 한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이유로 만화책을 읽게 방치한다면 평생 독서습관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 독서교육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만화책은 독서의 청량제 같은 윤활유 역할에 그쳐야지, ‘주’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 특히 학교 교육이 독서를 바탕으로 이해력과 문제해결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글 독서 교육은 조기에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통합교육과 논‧구술면접, 자기소개서 등도 글쓰기와 독서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초등 때 습관을 바로잡지 않으면 학교 성적도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만화책 오래보면 어휘력 빈곤, 상상력 결여=초등 4학년 자녀를 둔 임미영(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씨는 만화책에 푹 빠진 아들 때문에 속이 타들어간다. 어떻게든 독서습관을 잡아주고 싶어서 만화책이라도 읽게 놔둔 것이 화근이었다. 글줄 책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만화책을 못 보게 하면 밖에서 보고 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성적은 고사하고 말투도 저속해졌다. 임 씨는 “어렸을 때는 어휘력이 상상력을 초월한다 싶었는데 만화책을 접하고부터 말투가 형편없어졌다”고 토로했다.
만화책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언어 때문에 쉽게 끌린다. 특히 만화 지면의 한계상 사전적 어휘보다 함축적인 의성어 표현 일색이기 때문에 단순해지는 경향이 있어 언어 순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만화책을 지속적으로 보게 되면 어휘력이 빈곤해지고 상상력이 결여될 수 있다. 문자를 통한 독서를 해야 상상력이 길러져 사고력과 감상력 등이 생성된다는 얘기다.
풍암포인트정석속독학원 김옥희 원장은 “독서 양과 시간을 10으로 봤을 때 평균 2할 정도면 독서습관 조절이 가능하지만, 절반 이상이 만화책을 차지하면 독서습관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습만화는 괜찮을까?=만화책의 달레마는 학습만화다. 요즘은 단편을 넘어 전집으로 출판돼 상업적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마법천자, 그리스로마신화, Why?, 세계사 등의 학습만화는 글 독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만화로 풀어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지식도 풍부해지는 것 같이 보인다. 이 때문에 학습만화 시리즈를 사주는 학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독서 전문가들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김화선(광주광역시 북구 매곡동)씨도 만화책이 아들을 망쳤다고 분개한다. 김 씨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는데 초등 3학년부터 학습만화에 재미를 붙이더니 지금은 만화책만 본다. 공부도 곧잘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만화책을 본 후로는 국어 성적이 갈수록 떨어져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한우리독서논술 남광주지부 박혜경 원장은 “짧은 글과 그림이 내용 파악을 쉽게 해 만화책에 빠지는 학생들이 많다. 고학년 때 자연스럽게 글로 된 독서로 전환하지 못하면 자료 해석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학교 성적도 떨어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학습만화에 빠지면 만화 주인공 캐릭터의 과장된 표현에 익숙해져 현실감이 떨어지고, 요점 정리 능력도 떨어진다. 또 긴 문장을 기피하고 대충 읽으려는 습관도 생긴다. 특히 이해력, 사고력, 문제해결능력을 요하는 통합교과 시대에 학습능력도 뒤떨어져 결국 학교 성적도 하위권으로 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만화책은 읽고 난 후에도 느낌이 남지 않아 표현력 신장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고.
김영희 리포터 beauty02k@hanmail.net
전문가에게 듣다
문패: 만화책은 무조건 나쁘다?
제목: ‘통제’보다는 ‘소통’의 기회로 활용
만화책을 단속한다고 해서 당장 글 독서로 습관이 바꿔지지는 않는다. 학교 도서관, 서점, 만화방 등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기 때문. 결국 ‘통제’ 보다는 ‘소통’의 기회로 활용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부모가 만화책을 함께 읽으면서 비판의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 좋다. 포인트정석속독 김옥희 원장은 “아이들도 만화책이 좋고 나쁜지를 모르지 않는다. 자녀에게 만화책을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자연스럽게 글 독서로 전환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만화책을 함께 읽고 소통하면 자녀의 관심 분야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때 관심분야의 글줄 책을 자녀와 함께 읽는다면 독서습관도 바꿀 수 있다. 글 독서로 전환하기 좋은 시기는 언어습관과 표현력을 흡수할 수 있는 초등 4학년 이전이 좋다. 처음에는 그림책 중심으로 자녀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쉬운 책부터 접근한다. 글줄 책의 경우는 부모가 읽어주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독서수준을 자녀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내용 파악을 어려워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의미 단위로 끊어 읽는 연습부터 한다. 하루 2~3권의 쉬운 책부터 스스로 이해할 수 있게 꾸준히 훈련해야 교과서 문학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부모의 도움이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을 풀어내는 기술과 다이내믹한 교수법을 통해 책에 대한 흥미를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 김 원장은 “무엇보다 자녀의 성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심 분야를 파악해 책의 양과 질을 점차 확대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글 독서로 전환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영희 리포터 beauty02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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