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선정된 대전형 예비사회적기업 17곳 중에서 참신한 단체로 주목받고 있는 공감만세를 탐방했다. 작년 1월,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공감만세는 올해 4월 법인 설립을 한 지 3개월만에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2010고용노동부 소셜벤처 경연대회 우수상’ ‘2010한국청년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감만세가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중구 대흥동 필방거리에 위치한 공감만세를 방문, 고두환 대표(27세)와 이야기를 나눴다.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
공감만세는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을 줄여 만든 이름이다. 공평하고 올바른 세상에서 살고 싶은 20대들의 소망을 담은 회사명이다.
공감만세가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방법론으로 택한 것이 여행이다. 여행은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고, 일상을 바꾸어 놓는 힘이 크다는 판단에서 다. 그래서 공감만세는 유엔관광기구(UNWTO)의 핵심의제로 제시되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훌륭한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공정여행의 대열에 합류했다.
공감만세가 추구하는 공정여행은 렌터카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입맛에 맞는 먹을거리 대신 주민들과 함께 식사하는 등 ‘착한 소비’를 한다. 인연을 맺은 현지인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다.
여행 경비의 90% 이상을 현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목표로 공정여행을 계획하고, 여행 수익금의 일부를 적립하여 현지인들을 돕는데 사용한다. 해외 공정여행 장소였던 필리핀에서는 빈민지역 공부방 사업을, 태국에서는 언청이 수술을 도왔다. 빈민지역 아이들의 정서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한국사람 10명이 여행을 떠날 때마다 현지인 1명을 여행 보내는 ‘나눔여행’을 기획해 지난 해 현지인 26명을 여행시켰다.
공감만세가 현지밀착형 여행을 기획하는 데는 고두환 대표의 경력이 큰 몫을 한다. 고 대표는 2008년 제대 후, 태국과 필리핀에서 해외통신원으로 활동하면서 동남아 관광의 폐해를 직접 목격했다.
고 대표는 ‘후진국을 여행하면 그 수익이 외국의 소유주에게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경제적으로 낙후한 나라를 여행할 때 자기가 여행하면 그 나라 지역 경제에 좋을 것이라 생각해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공감만세는 ‘내가 떠나는 여행이 그 지역 사회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함으로써 그 지역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꾸어나가는 여행’을 기획하게 되었다.
문화유산을 복원하는 필리핀 공정여행도 주관
여행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1월, 세계 8대 불가사의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계단식 논이 있는 필리핀 이푸가오주의 작은 마을로 첫 번째 공정여행을 떠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현지인들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고 대표는 “세계에서 모여든 수많은 관광객이 무너뜨린 계단식 논을 복원하고 가겠다”고 말했다가 사기꾼 취급을 받기도 했다. “현지인들의 집에서 묵으면서 숙박비를 마을에 기부하겠다”고 설득하여 간신히 허락을 받아냈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 지난해 1월, 16명의 대학생이 ‘젊음, 열정으로 복원하는 세계문화유산 대학생 공정여행 캠프’를 떠났다. 약속대로 발루이(baluy)라 불리는 전통가옥에서 머물며 이푸가오족의 먹을거리로 식사를 하고 계단식 논의 복원작업에 참여했다.
여행의 수익금으로 현지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며 신뢰를 쌓은 덕분에 같은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10회 이상 공정여행을 진행할 수 있었다. 올해 3월부터는 반경을 넓혀 태국으로도 공정여행을 떠났다. 공감만세는 외국뿐만 아니라 서울 북촌, 충남 공주, 제주 등에서 지금까지 40번 가량의 공정여행을 진행했다. 직접 기획하거나 위탁을 받아 진행하는 공정여행은 70%는 비슷하게 진행되지만, 30%는 여행 참가자들의 성향과 요구에 맞춰 매번 다르게 진행한다. 5명의 공감만세 실무자와 수십 명의 현지 스태프들이 의논하여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현지의 전통가옥에서 홈스테이를 하면 안전이나 위생에 문제가 없을까? 이에 대해 고 대표는 “대형여행사는 현지에 위탁해서 진행하지만, 공감만세는 여행 코디네이터들이 직접 현지까지 인솔해서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더 안전하고 더 위생적인 장소를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여행경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고 대표는 “고시된 가격만 보면 비싸게 보일 수도 있지만,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싼 편”이라고 말했다.
기존 여행사에서 진행하는 공정여행과의 차별성에 대해 묻자, 고 대표는 “패키지 일정에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조금 끼워 넣거나 프로그램의 차별성 없이 공정여행이란 단어만 사용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여행”이라고 차이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고 대표는 “기존 여행사가 공정여행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며 모든 여행사가 공정여행을 제대로 진행해 공감만세가 필요 없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의 : 042-253-2238
전소연 리포터 azuma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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