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칼럼-이상범 전 북구청장

간월재에 휴게소라? 누구를 위한 걸까?

지역내일 2011-10-17

지난 10월 2일, 영남알프스 간월재에서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임동창의 울주오디세이’ 공연이 성황리에 펼쳐졌다. 주최 측(울주문화예술회관)은 예상 밖의 대성황에 안도하는 모습이었고, 이날 행사를 취재하러 올라 온 언론기자들도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것을 보고 놀라워하는 반응이었다. 더욱이 간월재로 오르는 임도에 차량출입을 전면 통제한 것을 감안하면 등산로 곳곳이 정체를 이룰 정도로 대단한 열기였다.


물론, 같은 날 영남알프스 억새축제의 하나로 등반대회가 열렸고, 연휴를 맞아서 그냥 등산을 왔다가 눌러앉은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최소 두 시간 이상을 걸어서 올라와야 하는 고지대 음악행사에 연인원 5천명이 넘는 관객이 모인다는 것은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라 하겠다. 그만큼 ‘임동창의 울주오디세이’는 자연환경과 문화예술이 환상의 콤비를 이룬 명품공연으로서 간월재를 전국적인 명소로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대성황을 이룬 ‘임동창의 울주오디세이’공연장에서는 명암이 교차했다. 무대 뒤편으로 흉물스럽게 자리 잡은 공사장이 ‘옥의 티’ 였기 때문이다. 시민들 대부분의 반응은  ‘누구를 위한 공사를 하는 것이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문제의 공사가 울주군에서 매점을 겸한 휴게소를 건립하는 것임을 알고는 한마디씩 던졌다.
“여기다 휴게소를 짓는다꼬? 문디자슥들 씰데없는 뻘짓 하고 있네”
“누구 돈벌이 시켜줄라고 아까운 세금 쏟아 붓는구만”
“4대강 삽질로 모자라서 이제 산 위에까지 삽질하나?”


필자 역시 간월재에 휴게소를 건립하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행정을 집행해 본 경험을 가진 입장에서 다른 자치단체의 행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휴게소를 짓는 위치는 간월재의 가장 중심에 해당한다. 마치 목 좋은 곳에 점포를 내듯이 간월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싫든 좋든 휴게소를 거치게끔 자리를 잡았다. 설사 휴게소를 짓더라도 경관훼손을 최소화 하도록 위치선정을 해야 하는데 휴게소가 들어서는 자리는 인체에 비유한다면 배꼽에 해당한다. 사용자 편의를 고려했다고 할지 모르나 영업목적을 우선한 것 같아 씁쓸하다.


진실로 등산객의 편의증진과 안전, 생태계 보전을 위한 공사를 하는 것이라면 위치선정과 시설물 내용을 행정기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 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하고자 노력하는 산악인들과 시민 환경단체에 널리 의견을 구해서 꼭 필요한 곳에 최소한의 공사를 하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영남알프스의 아름다운 경관을 무대로 지역 언론과 문화예술인들이 극찬해마지 않는 명품 문화공연을 기획하여 성공적으로 치러내는 문화마인드를 지닌 울주군에서 다른 한편으로 자연경관을 크게 해치면서 인공 구조물을 또 짓는 발상을 하다니 너무나 대조적인 모순이다.
등산객의 안전을 위한 시설이 꼭 필요한 곳이고,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인공적인 시설물이 불가피한 공사라면 환경단체도 반대하지 않는다.
인공 구조물로 자연경관을 파괴하면서 편리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다소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이 자연보호를 실천하는 길이다. 따라서 간월재 휴게소는 굳이 그 자리에 없어도 된다는 생각에 한 표를 던진다.
시민들이 이를 묵과한다면 오래지 않아 영남알프스에는 케이블카도 설치하고, 곳곳에 인공조형물이 들어설 것이다. 제 2, 제 3의 자연훼손을 막기 위해서라도 뜻있는 시민들과 시민 환경단체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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