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보며 ‘단풍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가을을 보내는 게 아닐까?’ 하는 조급증이 난다면 더 늦어지기 전에 떠나보자. 지금, 가을 낙엽은 막바지 열정으로 단풍색의 향연에 펼치고 있는 중. 그 한가운데 서서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낙엽의 색상을 즐겨보자. 짜릿한 현기증이 날 것이다.
단풍과 푸르른 해솔이 있는 ‘대부도 해솔길’
대부도 해솔길은 국토해양부 해안누리길 52선(2010년)에도 소개 될 정도로 걷기에 아름다운 길이다. 안산시는 2015년까지 94.11km의 해솔길을 조성한다고 밝힌바 있는데 그 중 아름다운 숲과 해안을 즐길 수 있는 곳이 구봉도 해솔길이다.
구봉도는 대부도 끝머리에 있는 곳으로 봉우리가 아홉 개로 되어 있다고 붙어진 명칭. 대표적인 명물은 선돌바위, 바닷가에 나란히 서 있는 바위 중 큰 것이 할아비 바위, 작은 것이 할매 바위다. 오늘의 걷기는 구봉도 남쪽부터 시작해 종현 어촌체험마을, 천영물 약수터, 구봉솔숲 해수욕장을 지나 백사장해안, 방아머리 입구까지 약 10km의 거리. 구봉도 입구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한 펜션 옆에 세워진 예쁜 풍차.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종현 어촌마을은 갯벌 등 어촌 체험마을로 유명한 곳. 여름에는 어촌 체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지금은 훨씬 한적하므로 걷기에 제격. 천영물 약수터 내려가는 곳은 나무 계단이 잘 정비되어 있고, 주변에 나무도 많아 깊은 숲속 온 듯 느낌이 나는 곳이다. 약수는 인천 개항 당시 구봉이라는 사람이 채석장에서 돌을 캐다가 물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바닷가에서 약수 물을 먹을 수 있는 색다른 장소다. 해솔길 북쪽에서는 방아머리에 세워진 하얀색의 대형 풍차와 저 멀리 인천대교와 송도 신시가지가 아득하게 보인다. 구봉도 북쪽 해안은 낙엽에 물든 나무와 푸른 푸릇한 해송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데 이곳 해안가 굴곡은 어느 해안 못지않게 깊고 예쁘다.
붉은 가을산의 우아함 ‘수리산’
컴퓨터와 학원에 지친 아이들에게 가을 숲을! 매연으로 꽉 찬 폐에 건강한 산소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세 명의 엄마는 늦가을 수리산 산행을 하기로 의기투합 했다. 문제는 산이라면 손사래를 치는 아이들. 갑자기 성장한 키와 몸무게를 주체 못하는 아이들은 조금만 운동을 해도 헉헉 거리는 속빈 강정이었다. 이들을 숲으로 향하게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철수도, 민수도 간다’는 말은 돌하르방 같은 녀석 6명을 드디어 움직이게 했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했다면 친구는 묵직한 사춘기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단어!
수리산으로 결정한 이유는 리스트에 올라 온 관악산, 청계산 보다 친근하고 걷기 만만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들 동행인 산행은 걷기 힘들어 흥건한 땀내 풍기고 도중에 포기하는 곳보다는 완만한 경사와 경관으로 걷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제격!
수리산 산행의 출사표를 던진 아이 다섯 명과 어른 셋은 보무도 당당하게 산으로 향했다. 4호선 지하철 수리산역에서 내린 이들은 방향 표시에 따라, 일정표를 못 보면 알록달록 등산 배낭을 멘 사람들을 따라 산 입구에 도착했다. 지하철 탑승에서 산 입구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30여분. 날 좋은 일요일이라 등산객수가 많았다. 오랜만에 산에 오른 아이들은 놀거리, 볼거리 많은 산에서 앞으로 진행하는 시간이 더뎠다. 잘린 나뭇가지를 가져다 신선 놀이를 하고, 후다닥 올라간 정체 모를 존재가 ‘다람쥐인가? 청설모인가?’로 설왕설래. 목표로 한 2300미터의 용진사는 가보지도 못하고 12시가 되자 아이들은 배고프다고 난리가 났다. ‘여기도 단풍 좋은데 꼭대기에서 가서 단풍을 봐야 하는 이유가 뭐냐?’는 절규에 결국 하산을 선택, 산본역으로 내려왔다. 칼국수 집을 향해 걷던 아이들이 멈춘 곳은 ‘수리산 가족캠프장’. 시와 야생화가 있는 산길, 운동 할 수 있는 길 등 오밀조밀한 테마형 길이 배고픔을 잊게 했다. 곳곳에 걸린 작은 새집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성우 목소리 흉내를 내며 시를 읽는 엄마, 방금 아빠와 산행을 마친 유치원생들의 재잘 거리는 소리에 가을 단풍은 더욱 붉어진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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