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일방이 자녀를 양육한 경우 나중에 상대방에 대하여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자녀를 키울 때는 정신이 없어 양육비를 청구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자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상대방을 원망하게 된다.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양육비를 소급해서 받아낼 수 있는지 물어보는데 대부분이 시간이 오래 지난 후이다.
10년이 지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통상의 민법에 의한 금원지급 청구는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그래서 과거의 양육비를 청구하는 경우에도 당연히 소멸시효가 지난 10년 이전의 양육비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양육비에 관한 한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보아 10년 이전의 양육비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근거가 무엇일까?
부모는 미성년의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고, 그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과거의 양육비는 양육자가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위와 그에 소요된 비용의 액수 등을 고려하여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분담의 범위를 법원에서 정할 수 있다.
양육자가 상대방에게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기본적으로 친족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인정되는 하나의 추상적인 법적 지위에 불과하고, 당사자 사이의 협의 또는 당해 양육비의 내용 등을 재량적·형성적으로 정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전환되게 된다.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의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양육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는 추상적인 권리에 불과하므로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판례에 의하면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양육비가 정해지기 전에는 양육비 청구권이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10년이 지난 양육비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양육비에 대한 각서를 받거나 양육비에 대한 합의를 한 경우에는 10년이 지나기 전에 양육비를 청구하여야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자녀 양육은 부모의 공동책임이고, 양육비에 대한 책임도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지만, 양육비는 자녀가 미성년자일 때까지만 인정된다. 다 큰 성년자의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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