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매매할 때 기존의 근저당채무를 승계하는 경우가 많다.
매매계약서에는 “중도금은 기존의 은행대출금 2억원을 매수인이 승계하고 채무자를 변경한다”고 기재하거나 “매수인이 은행대출금 2억원을 대신 갚고 나머지 금액만 잔금으로 지급한다”고 기재한다.
위 두 내용은 의미가 다르다. 판례에 의하면 첫 번째 계약서가 매도인에게 유리하다.
은행채무를 승계한다는 것은 은행의 동의를 받아 채무자를 바꾸는 것이므로 채무인수이고, 대신 갚는다는 것은 채무만 대신 갚으면 되고 채무자 명의를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므로 이행인수이다.
판례는 담보대출금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채무인수가 아니라 이행인수로 보고 있다. 이에 의하면 매수인이 위 채무를 현실적으로 변제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고 매매대금에서 그 채무액을 공제한 나머지를 지급함으로써 잔금지급 의무를 다한 것이 된다.
은행에서는 이자가 연체되는 경우 기존의 채무자에게 문자를 보내서 연체사실을 알리고 밀린 이자를 내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알려준다.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전화하여 빨리 채무자를 바꾸어 달라고 요구한다. 이행인수의 경우에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채무자를 변경해 달라고 요구를 할 수 없다. 판례 중에는 매도인이 매수인이 채무승계를 하지 않는다고 계약해제를 하였다가 패소한 것이 있다.
만약 매수인이 잔금까지는 다 주었지만 승계하기로 한 채무를 승계하지 않고 이자도 내지 않아서 근저당권자가 경매신청을 하면 어떻게 될까? 어쩔 수 없이 매도인이 은행채무를 대신 갚아야 할 것이다. 이 때에는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이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또는 구상채권을 갖게 된다. 매수인이 대금지급에 대신하여 채무를 갚아 준 것이기 때문에 그로인한 손해배상채무 또는 구상채무는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과 동일한 결과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매도인은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위 손해배상채무 또는 구상금 채무를 이행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담보대출금 채무를 공제하는 매매계약은 이행인수로 보지 않고 병존적 채무인수로 보는 판례가 많이 발견된다. 채무인수로 보는 경우에는 매수인은 채무자를 변경하는 채무승계를 하여야 하고, 은행은 직접 매수인에게 대출금 변제를 요구할 수 있다. 매도인은 채무승계 절차를 밟지 않았음을 이유로 계약해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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