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하기’ 라는 말과 ‘술 안 마시기’ 라는 말은 얼핏 같은 뜻 같아 보이지만 그 말이 풍기는 뉘앙스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같은 사안에 대하여 전자는 긍정적으로 말하는데 반해, 후자는 부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행동의 변화를 이루기 위하여서는 가능하면 긍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목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물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고 연관되는 주위의 모든 것들을 모두 포함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쉽게 말해서 그물을 넓게 치고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스스로에게 ‘앞으로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하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기 쉽다. 더 이상 다른 것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음주와 쉽게 이어지기 쉬운 선행적 조건에는 신경을 쓸 생각을 못한다. 술로 이어지기 쉬운 장소나 상황을 굳이 피할 생각을 못한다. 술 생각나기 쉬운 음식이나 행동에 대하여 무관하게 여긴다.
‘술을 마시지 않겠다’ 는 식의 부정문으로 말하는 한, 그 사람의 삶의 기본 바탕은 술과 퍽 가까운 일상생활과 여건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셈이 된다. 본인이 ‘마시지 않겠다’ 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가족들 또한 스스럼없이 그 사람 앞에서 술을 즐긴다. 자신은 마시지 않더라도 집안에 고급술들을 진열해 놓고 흐뭇해한다거나, 동료들에게 자주 술을 사며 인심 쓰기를 좋아한다.
마시지 않는다면서도 이렇듯 술이 일상생활의 디폴트라면, 매 순간 경각심을 갖고 경계하고 정신적 에너지를 쏟아야 단주가 가능하다. 이런 식의 단주는 시간이 갈수록 피곤하고 힘들어 조만간에 다시 마시기 시작하는 수가 흔하다.
‘단주 하겠다’ 고 긍정적으로 말하면, 단주라는 물고기를 잡기 위하여 넓게 그물을 치고 그쪽으로 자신을 몰아간다.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물론 그물 바깥의 단주와 상관없는 쓸데없는 행동을 삼가고, 웬만한 것들은 내려놓는다. 단주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기꺼이 찾아 가까이 하고 활용하려는 마음이 자동적으로 우러나온다.
단주가 이미 몇 해째인데 계속 ‘안마시겠다’고만 하고 있다면 무언가 부족하다. ‘음주 안 하기’가 아니라 ‘단주하기’와 으레 이에 따르는 ‘단주생활 실천하기’가 중요하다. 술 없이도 만족하게 살아가기 위하여 ‘술 안 마시기’ 만으로는 부족하다. 행복한 단주자가 되기 위하여서는 ‘안 마시기’를 넘어서서, 새로운 ‘하기’를 시작해야 한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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