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모르는 우리가 진짜 오뚝이
박진감 넘치는 경기, 선수들의 고함 소리, 무섭게 나는 서비스 공, 허를 찌르는 블로킹. 문외한이 보기에도 보통 실력이 아니다. 지난 8일 오후, 탄현동에 있는 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 체육관을 찾아가 장애인전국체육대회 준비에 한창인 고양시좌식배구단을 만났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장애인에 녹록치 않은 현실…그래도 뛴다
네트 한 쪽에는 휠체어, 의족, 목발들이 놓여 있다. 운동을 마친 선수들이 일어서 세상 속으로 걸어갈 때 그들의 발이 되어주는 것들이다. 고양시좌식배구단 선수들은 소아마비, 절단장애 등 하체 사용에 어려움을 가진 이들이다. 30%는 살다가 장애를 갖게 된 후천적 장애인들이다.
어느 때라도 비장애인은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비장애인’이 아니라 ‘예비 장애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잊고 지낸다. 좌식배구단 선수들은 그런 현실을 온 몸으로 부딪치며 산다.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현실. 그래도 그들은 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두 다리가 아닌 엉덩이로 네트를 누빈다.
“땀 흘리고 나면 일주일 동안 힘들었던 일이 다 날아가요. 다른 운동으로 땀 흘리기 쉽지 않거든요.” (김영남 선수)
선수들은 “장애인 농구나 럭비와 달리 좌식배구는 휠체어를 타지 않고 운동을 하니 재활에 더 많은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실업팀이 아니라 생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선수들의 나이는 대부분 40대다. 일과 양육,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시기라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전국최강이라는 자부심
우리나라 장애인 스포츠는 1988년 서울 장애인 올림픽대회를 기점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고양시 좌식배구단의 역사는 1994년에 시작됐다. 현재 고양시좌식배구단장인 김경섭 씨를 중심으로 경기도신체장애인복지회 고양시지부에서 도입했다. 스포츠를 통해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이끌고 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취지에서다.
“초창기 국내 좌식배구 경기는 고양시 팀의 독무대였어요. 참가했다 하면 우승이었죠.”
최진원 감독이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선수들은 언제나 ‘전국 최강’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산다. 올해만 해도 천안시장기, 단풍미인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는 부산광역시장기, 천안시장기, 대한장애인배구협회장배에서 우승을,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안았다.
일본의 비장애팀과 장애팀을 아우르는 백마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해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11월에는 중국에서 열리는 클럽선수권대회에 참여해 아시아 여러 나라 선수들과 실력을 겨룬다.
역전의 명수, 선수 수급은 고민거리
고양시좌식배구단 팀은 극적인 우승을 만드는 일이 종종 있다. 결승전 마지막 게임에서 23대 18로 뒤지던 경기를 우승으로 이끌어 낸 일을 얘기하며 최진원 감독은 웃음을 지었다. “역전으로 이기는 게임을 자주 하니 우리가 지는 경기를 하고 있더라도 다른 팀들이 무시를 못 해요. 장애인전국체육대회에 나가서 계속 우승을 했죠. 올해도 우승 후보예요.”
경남 진주가 주 개최지인 이번 경기에서 배구의 결승전은 21일에 펼쳐진다. 군포 팀과 연합하여 경기도 대표로 출전하는 고양시 선수들의 경기를 눈여겨 볼 일이다. 88올림픽 대표 선수 출신의 윤철호, 박현동 선수와 아시안컵 국가대표 안종선, 2011장애인올림픽 예선전 대표 김일곤 선수가 눈에 띈다. 그 밖에도 10여년 호흡을 함께 해 온 베테랑급 선수들이 많아 실력은 걱정 없지만 길게 보면 새로운 선수들이 잘 들어오지 않아 고민이다.
고양시좌식배구단은 해마다 일본을 찾아간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좌식배구를 즐기는 모습에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 소아마비로 하반신 장애를 지니게 된 윤철호 선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땀 흘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벽이 허물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선수들은 “단체 종목으로 여럿이 함께 어울릴 수 있어 좋다”면서 “즐겁게 친목을 도모하는 즐거운 운동이니 후배들이 많이 와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은다. 좌식배구단에 가입해 재활효과와 친목도모를 같이 누리자는 것이다. 장애를 바라보는 견해가 넓어지는 것은 덤이다.
미니인터뷰 - 최진원 감독 “재활효과 좋은 좌식배구, 새 선수들 많이 왔으면”
“배구가 해보면 참 재밌거든요. 재활에도 큰 도움이 돼요.”
고양시는 대회 출전이나 국제 교류들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 정도라고 최 감독은 말한다.
“배구를 처음부터 가르쳐주면서 성장 시켜줄 겁니다.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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