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를 찾아서 ④ 롯데백화점 MBC 문화센터 ‘보컬 트레이닝’

지역내일 2011-10-27

보컬 트레이닝 받는 ‘나도 가수다’ 

 최근 슈퍼스타 K, 위대한 탄생 등 넘쳐나는 오디션 프로그램 덕에 보컬트레이닝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일반인처럼 보이지만 보컬 트레이닝을 거친 가수 지망생이 대부분이랍니다. 가수뿐 아니라 아나운서, 방송인 등 목소리를 활용하는 분야에서도 보컬트레이닝이 인기인데요. 이런 관심은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도 이어졌습니다. 취미로 배우는 노래교실을 넘어, 호흡과 발성부터 제대로 배우는 ‘보컬 트레이닝’ 수강생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꿈을 좇아 노래하는 사람들
 일요일 오후 3시, 보컬트레이닝 수업에 맞춰 문화센터 B홀을 찾았다. 수업을 이끌고 있는 정우일 강사는 “노래 실력을 겨루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노래실력 향상에 관심이 높은 거 같다”며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계속 될 거 같다”고 한다.
 정우일 강사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자 중년의 신사가 악보를 내밀며, 다가왔다. “강사님, 이 노래예요. 음 따라 갈려니 힘드네요.” 그러고는 대뜸 노래를 시작한다. ‘동창회 합창단에서 바리톤을 맡아 맹연습 중’이라는 심준보씨(54세)다. “청춘 합창단처럼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 왔다”는 그는 노래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음악 동아리 공연을 잘 하기 위해서 온 남매도 열심이다. 아나운서 지망생인 24살 김모양은 “발성 때문에 찾았다”며, 인사를 건넨다. 주부 안재숙씨(62세)는 “예전에 합창단 활동을 했었다”며, “뮤지컬이 좋아서 수강한다”고 한다.
 보컬 트레이닝 수강생은 풋풋한 대학생, 직장인, 중년 남성, 60대 주부로 다양하다. 인원은 여자 셋, 남자 다섯으로 소수 정예이다. 노래를 잘하고 싶은 수강생부터 못다 이룬 꿈을 위한 수강생까지. 크고 작은 자신들의 꿈을 좇아 온 그들의 노래가 잔잔한 설렘으로 다가왔다. 

호흡·발성은 기본, 듣는 귀가 열려야 
 보컬 트레이닝은 가장 기본적인 호흡·발성에서부터 디테일한 감정표현까지 노래의 기본기를 교정해주는 수업이다. “노래를 잘 하려면 호흡과 발성, 노래를 전달하는 발음이 중요합니다. 우리 대화가 가장 좋은 노래입니다. 말할 때 숨 쉬어야지 하지 않듯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호흡이 자연스러워야죠.” 정우일 강사의 말이다.
 “자, 호흡.”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고, 호흡에 집중한다. “상체 세우고, 깊게 마시고, ‘스~시’ 내린다.” 아랫배에 힘주고, “아~” 정우일 강사의 깊고, 굵은 목소리가 뒤쪽까지 울려 펴진다. 그에 뒤질세라 수강생들도 우렁찬 목소리로 화답한다. 여러 차례 호흡과 발성 연습이 있은 후, 개별 수업으로 진행됐다. 개별 수업은 한사람씩 나와 노래를 부르면, 나머지 사람들이 그 노래를 평가해야 한다. 제일 먼저 심준보씨 차례다. 그의 열창이 끝나자, “우리 선생님, 앨범 내셔도 되나요?” 정우일 강사가 노래에 대한 평가를 주문한다. “밴딩, 노래가 꺾이는 거 같습니다.”(이도형씨) “저음 부분에서 약간 흔들렸는데, 자신감이 문제인거 같아요.”(안재숙씨) 제법 냉철한 평가가 쏟아졌다. 정우일 강사는 “듣는 귀가 열려 있어야 노래를 잘 할 수 있다”며, “주의 깊게 노래를 듣고 관찰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귀가 열리면 본인의 색깔로 표현하라”고 덧붙였다. 수강생들의 노래와 평가는 1시간 동안 계속됐다.  

늦깎이 뮤지션, 연습벌레 ‘정우일 강사’
 정우일 강사는 선배의 추천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지난 여름방학 8주 특강을 시작으로 이번이 두 번째다. 친구사이인 이도영, 오현준씨는 방학특강부터 함께 했다. 그들은 “편안하고, 체계적인 수업”이라고 말한다. 뒤에 있던 안재숙 주부도 “너무 편안하게 해 주셔서 바쁜 주말에도 이렇게 나온다”며 거든다.
현재 정우일 강사는 청운대, 주성대, 국제대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가르치고 있다. 원래 ‘전자계산기’를 전공했지만, 군대를 다녀오면서 자신의 길을 찾았다. 초등학교 때 어깨너머로 배운 기타가 시작이었을까.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은 늦깎이 뮤지션의 길을 가게 했다. “실용음악과에 입학하기 위해 1년 동안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어요. 다들 재능이 없다고 했죠. 그게 자극이 돼서 하루에 12시간씩 지독하게 연습했어요.” 정우일 강사는 “노래를 잘 하기까지 그 과정이 꽤나 길었다”며, “연습, 꾸준한 연습이 그의 실력을 키웠다”고 털어 놓는다. 정우일 강사의 보컬 선생님은 MBC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 출현한 가수 김연우씨다. “김연우 교수는 발성도 정석이고, 정말 타고나셨어요. 오죽하면 연우신이라고 하겠어요.” 그래도 학생을 가르치고 보니 “열심히 하는 학생이 제일 예쁘다”고 힘주어 말한다. “열심히 하면 되니까.” 
이남숙 리포터 nabis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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