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를 준비하는 지방자치단체와 조직위원회간의 마찰이 심상치 않다.
조직위원장 선임, 조직위 운영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재정난 등을 함께 극복해야 할 주체들이 오히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직위원장 선임 놓고 충돌
=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최근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를 2018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겸 집행위원장에 추대했다.
강원도는 발끈했다. 강원도는 “조직위원장 내정자를 조율하는 자리로 알고 있었는데 도와 조율 없이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반발했다. 도 관계자는 “평창동계올림픽의 모든 책임과 부담을 다 안고 가야하는 중요한 결재라인에 강원도지사가 빠지게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단체장이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천시와 달리 아예 조직위원장이 집행위원장을 겸하게 되면서 반발은 더욱 컸다.
이같은 반발은 직후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정감사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방침을 맹비난했다. 날치기라는 주장부터 “어떻게 알펜시아로 강원도를 피폐하게 만든 장본인을 조직위원장에 앉힐 수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강원도 관계자는 “강원도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조직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사정은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를 준비하는 인천시도 마찬가지다. 다음달 10일 2년 임기가 끝나는 조직위원장을 새로 선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천시와 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회간의 마찰이 심각하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조직위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난하는 등 지역과 조직위간의 마찰로 비화되고 있다.
조직위 집행위원회는 지난 5일 ‘임원 선임의 건’을 보류했다. 지역에선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인천시장이 현 이연택 조직위원장의 연임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갈등 증폭
=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등 지원법’에 따르면 조직위는 법인으로 대회 계획을 수립·시행하고 국제스포츠기구와의 협력 등을 수행한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의 경우 인천시 공무원, 문광부 공무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표면적인 마찰은 조직위원장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마찰원인은 조직위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지자체의 불만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재정난 속에서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작 조직위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조직위원장은 문화관광부 장관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해당 지자체장의 동의를 구한 후 조직위 총회에서 추인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 사실상 대통령이 조직위원장을 결정하는 구조다.
최근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국비지원 등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선 지자체의 불만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조직위는 어느 편인가’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더구나 인천 강원 단체장은 모두 야당인 민주당 소속이다. 지자체와 조직위간 마찰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지자체와 조직위간 마찰이 극심해지면서 이들 기관의 관계 재정립과 조직위의 위치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지역의 불만은 조직위가 중앙정부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조직위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소통의 통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조직위 구성원도 인천시 공무원이 훨씬 많다”며 “소통부재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윤여운 한남진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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