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모임도 많아지고 행사도 유난히 많은 시기가 돌아온 것이다. 이즈음이면 누구나 공통으로 하는 고민이 있다. 바로 모임 장소. 모임의 분위기를 흐트리지 않으면서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무난한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라야 한다. 거기다 조용한 곳이라면 더욱 좋다.
시골정취 느껴지는 통나무집
안양권의 대표적인 외식공간인 백운호수. 호수 주위로 한식을 비롯해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맛 집들이 즐비한 이곳에 명품 한정식 전문점 학의뜰이 있다. 예전 정동원 자리에 위치한 이곳은 맛과 멋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날, 학의뜰을 찾았다. 차를 몰아 입구에 들어서자 KBS 1박2일의 마스코트였던 개 상근이의 새끼 상순이가 꼬리를 흔들며 반겨준다. 마치 친근한 이웃집에 나들이를 간 느낌이 들었다. 갈색 통나무로 지어진 건물은 아늑함이 느껴지고 주렁주렁 감이 달린 감나무며 향나무, 주목, 단풍나무 등이 뿜어내는 가을향기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또 집 주위 텃밭에는 배추와 열무, 호박이 심어져 있고 햇살이 잘 드는 곳에는 빨간 곶감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모락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며 새소리가 귀 끝을 간질이고 시골의 정취가 흠뻑 느껴져 마치 소풍을 나온 기분이 든다.
정겹고 소박한 바깥 풍경과 달리 실내는 아늑하고 심플한 분위기다. 1층은 상견례, 소규모 모임에 맞는 룸이 있고 2층은 돌잔치, 회갑연, 회식 등 많은 사람들의 모임에도 적합한 80여석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물론 1, 2층 모두 식사하면서 내다보는 전망 또한 예술이다.
자극적이지 않는 웰빙 푸드
고즈넉한 분위기에 젖어 식사주문도 잠시 잊었다. 옆 테이블의 손님들이 잘 먹었다며 자리를 뜨자 그제서야 점심특선을 주문했다. 따끈한 흑임자 죽부터 코스별로 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는 음식들. 찬 음식은 차게 뜨거운 음식은 따뜻하게 조리되어 쉴새없이 상에 오른다.
이름도 생소한 비타민이라는 채소와 비트, 양상추, 새싹 등의 신선한 야채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곁들인 유자샐러드는 에피타이저로 입맛을 당겨준다. 닭가슴살과 궁합이 잘 맞는 참깨를 뿌린 냉채는 아몬드와 잣 등 견과류가 들어있어 고소했다. 홍어찜도 삭힌 홍어를 다시 한 번 쪄내 암모니아 냄새를 없앤 점이 특이했다. 산성화 되어가는 현대인에게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인 홍어는 몸엔 이롭지만 그동안 냄새 때문에 멀리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아 미나리와 함께 먹으니 입안 가득 부드러운 홍어의 맛이 느껴진다. 이어서 나온 해파리 냉채 또한 송화단과 싱싱한 해산물, 야채 등이 곁들여져 눈으로 보고만 있어도 그저 입이 즐겁다. 해파리 냉채에 들어가는 재료 한가지를 구하기 위해 인천, 수원, 서울 등 농수산물시장으로 발품 팔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이 집의 엄영식 조리실장의 말처럼 명품요리의 기본은 바로 좋은 재료라는 것. 버섯불고기를 잴 때도 인공적인 맛을 첨가하지 않고 파인애플과 양파를 갈아 만든 소스에 잘 숙성시켜 음식을 만든다고 한다.
"원재료가격의 상승으로 조리방식이 인스턴트화 되고 재료도 간편한 것을 추구하지만 저희 집에서는 제대로 된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신선한 야채나 해산물 등의 천연 양념을 사용해 음식을 만들게 되면 굳이 인공조미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음식의 맛 또한 자극적이지 않아 건강에도 이롭다"는 것이 엄 실장의 요리철학이다. 30년 동안 한식만을 전문으로 요리해온 그녀도 음식을 만들 때마다 무섭고 두려워 늘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그 마음으로 요리에 임한다고 말했다. 조리관련 자격증만 해도 6개를 취득했지만 손님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메뉴개발에 늘 고민하고 있다는 그녀. 달거나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추기보다 우선 내 몸이 원하고 몸에 이로운 음식을 만들기 위해 메뉴 하나 하나에도 신경을 쓴다는 것. 처음엔 다소 음식 맛이 심심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설탕이나 소금을 최대한 배제한 탓에 먹으면 먹을수록 깊은 맛이 느껴지는 게 이 집 음식만의 특징이라고 소개한다. 매달 새로운 메뉴가 상에 오르고 계절에 따라 신선한 제철 재료를 사용해 만든 음식은 한 번 맛 본 고객이라면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김치도 직접 만든다며 권하길래 맛보았더니 역시 그 맛이 깊고 은근했다. 특히 텃밭에서 일군 배추로 만든 백김치는 달거나 짜지 않아 김치사발을 두 손에 들고 단숨에 후루룩 마셔버렸다. 올해처럼 고추, 무, 마늘 등 양념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양념을 아끼지 않고 버무린 겉절이 또한 따끈한 밥 위에 올려먹으니 입안이 금새 개운해진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 전완근 대표는 주차장까지 배웅을 나오며 다음과 같은 말을 들려주었다."저희 집에 오신 손님은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는게 저의 운영 방침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전망좋은 곳에서 깔끔하고 정갈한 음식을 드시는 일이야말로 고객님들이나 저에게는 모두 행복하고 기쁜 일이 되니까요."
학의뜰 031-426-2004
배경미 리포터 ba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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