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국립국어원 권재일 원장

지역내일 2011-10-18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 한글 쉽고 편리하게 다듬는 疏明者

 한글이 만들어진지 565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말은 사회가 변함에 따라 함께 변화를 겪으며 발전해왔다. 언어는 사회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을 담아내고 현상을 반영한다. 순기능이든 역기능이든 언어는 그 사회를 가늠하는 척도이고 그 중심에 국립국어원이 있다. 우리말과 글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담당하며 개원 20주년을 맞은 국립국어원의 권재일 원장을 만났다.

국민의 언어생활에 직접적으로 도움될 터
 우리말과 글을 발전시키고 국민들이 언어생활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국립국어원이 강서구 방화동에 우리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국립국어원은 국민의 언어생활을 과학적으로 조사ㆍ연구하고 국어사전을 편찬하고, 한글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등 각종 어문 규정을 제정하여 언어생활의 표준을 제공하고, 각종 어문 자료를 수집해 국어 유산을 보존하는 국립국어원을 이끌어 가는 국가기관으로 수장은 권 재일 원장(58)이다. 눈과 입 얼굴 전체로 미소를 보여주는 마음씨 좋은 교장 선생님 같은 권 재일 원장은 경상북도 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언어학 박사를 거쳐 서울대 교수로 재직한 교육자이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언어 이해’ ‘언어학 개론’ 등의 저서를 펴내며 교육과 저술 활동을 하던 권 원장은 2009년부터 국립국어원의 원장을 맡아 또 다른 보람과 책임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요즘 권 원장의 화두는 국어원이 국민 언어생활 향상에 직접적으로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첫 번째가 어문규범의 현실화이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생활 언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과 언어규범 사이에 차이가 생기게 되는데 그것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규정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변화가 있다고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예로 얼마 전까지 표준어로 사용되던 ‘자장면’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짜장면’을 복수표준어로 지정한 것과 같은 것들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사용하지만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하던 39개의 단어를 실태조사와 심의를 거쳐 복수 표준어로 지정한 것처럼 우리말을 연구한 이론을 국어원에서 응용해 성과를 내는 일에 열심을 내고 있다. 

청소년과 공공언어의 순화로 우리말 지켜갈 터
 한글은 창제한 사람, 창제한 날짜가 정확하게 알려져 있으며 창제한 원리를 적은 기록이 전해오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글자다. 그 기록인 ‘훈민정음해례’는 국보 70호이자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올랐다. 이러한 한글은 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고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우리말이 동시통역어로 선정되었다. 이와 같이 나라 밖에서는 우리말과 우리글이 그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데 나라 안에서는 외래어와 섞인 신조어가 난무하고 은어와 속어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일상적인 언어가 된지 오래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매체가 바뀌면서 휴대폰 등의 매체에서의 줄임말은 세대 간의 괴리로 의사소통이 단절될 정도다. 권 원장은 청소년들의 언어를 순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는데, 청소년 언어 순화는 부모들이 관심을 가질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결론을 얻어 가정에서의 바른말 사용과 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권 원장이 관심을 기울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또 다른 분야는 행정기관의 용어들이다. 행정기관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언어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훨씬 더 쉽고 정확해야 하지만 행정기관의 용어들은 어렵기도 하고 더 나아가 우리말을 파괴하고 있다. 정책 이름과 공문서에 불필요한 외국어나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말을 섞어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힘내自! 중소氣UP, 공공구매路’라는 어느 행정기관의 구호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에서 볼 수 있는 한글 파괴처럼 우리말 표기를 아예 무시하고 있다. 국민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경우 국립국어원은 알기 쉬운 말로 다듬어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시정을 권고하는 일을 하는데 행정, 방송, 교육 등의 공공언어를 국민들이 알아듣기 쉽고 쓰기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세계 최초의 개방형 한국어지식대사전 준비 중
 국어원의 원장을 맡으면서 권 원장은 국어전문가와 SBS 아나운서가 한 조가 돼 강서·양천·영등포의 중학교를 방문해 실시하는 국어 강연과 지역의 학부형들을 초청해 국어원을 소개하거나 자녀 교육에 대한 방법을 알려 주는 교육을 하고 있다. 어린이날에는 강서·양천 지역의 초등학생들에게 한글 사용을 위한 컴퓨터게임 경진 대회를 개최하는 등 지역 주민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국립국어원이 강서지역에 위치한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일반 국민들의 국어교육을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국어원 내에 국어문화학교를 운영하면서 국어 공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나 배울 수 있도록 하고, 강사를 요청하면 직접 찾아가 강의를 하기도 한다. 아이티 강국 한국의 특성을 살려 인터넷을 통한 누리집을 통해 묻고 답하기와 표준국어대사전 검색도 가능하다. 누구나 국립국어원에 문의하면 국어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요즘 권 재일 원장의 최대 관심사는 세계 최초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개방형 한국어지식대사전이다. 아이티 기술과 국립국어원의 자료들이 합해져 100억원을 들여 준비 중인 한국어지식대사전은 현재 51만 어휘가 등록돼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 방언, 전문 용어 등 50만 어휘를 더 추가해 100만 어휘를 담는다. 종이로 편찬하는 사전이 아니라 Web을 기반으로 하는 사전이기 때문에 다양하고 풍부한 용례와 단어마다 역사정보를 수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2년 한글날 발표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개방형 한국어지식대사전이 완성된다면 또 한 번 아이티 강국 한국의 위상을 세계 속에 드높이게 될 것이다. 권재일 원장은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과 우리글에 대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쉽고 정확하고 그리고 품격 있는 언어생활을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유창림 리포터 yumus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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