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은 버섯을 ‘대지의 음식’이나 ‘신의 식품’으로 생각했다. 갑자기 나타났다 하루 만에 사라지기도 해 선택된 자만이 먹을 수 있다 여긴 까닭이다.
버섯은 10월 말부터가 제철이다. 여름부터 수확이 시작되지만 이맘때 수확하는 버섯은 밤낮의 기온차를 거친 덕분에 조직이 치밀해 씹는 맛이 좋고 향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버섯은 날것으로 먹거나 살짝 데칠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더라도 별다른 가공과정 없이 차로 끓여 마시는 것이 대부분이라 재배환경이나 유통과정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지역에서 생산돼 눈으로 확인 가능한 버섯을 이용하는 것이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울산의 대표적 버섯재배농장을 소개한다.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무농약 친환경 표고버섯 「한빛농장」
북구 무룡터널을 지나 정자방향에서 내리고도 구불구불 산길을 몇 구비 돌아 도착한 한빛농원. 둘러보니 산뿐인 곳에 자리했다.
한빛농장에서 출하되는 표고버섯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농약 친환경인증을 받은 것으로 맛과 품질이 뛰어나기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무농약 친환경인증은 적어도 2년 이상 종균이 접종된 나무에 약을 뿌리지 않아야 한다. “벌레가 표고가 자랄 나무를 갉아먹어서 형편없어지죠. 그래도 안전하고 깨끗한 먹을거리를 생산해낸다는 마음으로 ‘친환경’이라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습니다”고 자부하는 윤영규 대표.
15년째 표고 농사를 짓고 있는 윤 대표는 “그렇다보니 일반재배버섯처럼 깎은 듯이 반듯하고 예쁜 버섯은 귀합니다. 대신 물 외에는 어떤 것도 뿌리지 않았기에 자연이 내린 선물이라 생각하고 드시라”고 소개한다.
표고버섯에는 칼슘과 인이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고 철분도 다량 포함하고 있다. 버섯 중에서는 목이버섯 다음으로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에 좋다. 또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혈관 내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고혈압이 예방된다. 표고버섯을 말리면 비타민D가 생성되는데 성장기 자녀에 도움을 준다.
버섯이 그렇듯 표고버섯도 수분이 90% 이상이다. 버섯농장이 산 속 외진 곳에 자리한 까닭도 물과 관련이 깊다. 윤 대표는 “지하 120m에서 뽑아 올린 암반수를 사용합니다. 물이 좋아야 최고품질의 버섯을 재배할 수 있어요. 또 일교차가 일정 온도 이상 나야 육질이 치밀해집니다”고 설명한 뒤 “그래서 농장도 고지대에 있죠. 사실 버섯농사는 하늘이 짓는다고 봐야죠. 그해 기후조건이 안 맞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되는 것이 버섯입니다”고 덧붙인다.
표고는 무겁고 향이 진할수록 품질이 우수하다. 지금부터 수확하는 버섯이 딱 그렇다. 윤 대표는 “더위는 못 견뎌도 영하 18도의 추위는 견디는 게 표고버섯이죠. 버섯 많이 드시고 올 겨울도 건강하게 나시기 바랍니다”고 전한다.
10월 말이면 생표고가 제철이지만 순수 햇볕에만 말린 표고버섯도 훌륭하다. 생표고 13kg을 말려야 말린 표고버섯 1kg을 얻을 수 있다. 한빛농장 표고버섯은 수확량의 대부분을 북구 친환경급식 재료로 납품할 만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문의: 한빛농장 윤영규 대표(052-295-5624/010-3869-5624)
ISO 14001:2004 인증 상황버섯 「소담농원」
다운동 깊숙한 곳에 자리한 소담농원은 15년째 상황버섯 하나만 재배하는 뚝심 있는 농가다. 재배 초기부터 친환경만을 고집한 김홍윤 대표의 고집은 지난해 10월 드디어 ISO 14001:2004 품질환경시스템인증으로 나타났다.
원래 상황버섯은 뽕나무에서 자생하는 버섯이지만 최근 뽕나무가 귀해져 이곳에선 참나무를 이용해 재배한다. 상황버섯 수확은 재배사에 따라 다르지만 소담에선 10월 말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김 대표는 “다양한 방법으로 수확을 해봤는데 18개월이 최적의 생육조건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맛이나 품질 면에서 최고 상태였죠. 상황버섯 자체가 오래될수록 나무 형질로 변해가는 특성이 있어 무조건 오래된 버섯이 좋은 버섯은 아닙니다”라고 설명한다.
덧붙여 김 대표는 “상황버섯이 ‘암’예방 등 약용성분에만 맞춰지다보니 일반시민들이 ‘아파야 먹는 버섯’으로 오해하고 계시는 분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상황버섯은 몸을 안 아플 상황으로 만들어주는 기특한 버섯입니다”고 소개한다.
사실 상황버섯은 혈압강하와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에도 뛰어나며 지질대사도 개선하는 천연장수버섯이다. 따라서 혈압이나 비만, 여성의 자궁출혈이나 생리불순에도 꾸준히 음용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상황버섯이 다른 버섯에 비해 고가다보니 캄보디아나 베트남, 중국 등지에서 수입된 버섯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수입산은 토종 상황버섯에 비해 비교적 값은 저렴하지만 재배과정이나 유통경로, 효능 등을 보장할 수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
소담농원 상황버섯은 지난 2005년 울주군 우수농산물로 지정된 데 이어, IOS 인증 받던 해에는 울산시 에코혁신사업으로 지정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이곳 상황버섯은 그 빛이 아주 노르스름한데 자연 그대로 건조시킨 덕택이다. 김 대표는 “상황버섯은 선풍기바람 등 인공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빛이 붉거나 어둡게 변합니다. 포자가 바람에 다 날아가기 때문이죠. 태양 아래서 자연건조해야 노랗게 숙성된 최상의 버섯을 얻을 수 있습니다”고 전한다.
가끔 농원에서 바로 따가기를 원하는 손님도 있는데 상황버섯은 달여 먹는 버섯이라 전문가의 손에서 제대로 말린 버섯이라야 가치가 높다.
소담농원에는 상황버섯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상황버섯, 오가피+상황버섯, 헛개나무열매+상황버섯 추출액도 판매한다. 4인가족 기준으로 상황버섯 1kg이면 1년 정도 음용할 수 있다. 참나무에서 일일이 손으로 잡아낸 굼벵이도 구입가능.
문의: 소담농원 김홍윤 대표(052-297-6034/010-4004-6036)
버섯, 제대로 이용하기
상황버섯
자궁 출혈이 심하거나 생리 불순으로 고생하는 여성은 볶은 상황 가루를 공복에 1회 8g씩 술과 함께 복용하면 좋다. 한방에선 스트레스, 숙취가 심한 사람에게 상황 10g에 물 1ℓ를 넣고 달인 물을 흔히 처방한다. 약한 불로 물이 반쯤 줄 때까지 달인 뒤 식후 세 번 복용하는 것이 바른 섭취법이다.
표고버섯
감기 들기 직전에 오한이 나면서 열이 날 때 표고버섯 말린 것 8개(15g)에 물 세 컵을 붓고, 반으로 줄 때까지 약한 불에 달여서 하루 세 번 복용한다. 목에 통증이 있을 때는 소금과 함께 달여 마시자.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할 때에도 표고가 약이 될 수 있다. 이때 표고 두 개를 잘게 썰어 컵에 담고 끓는 물을 부어 둔다. 처음 물을 버리고 다시 끓인 물을 부은 뒤 표고의 맛이 우러날 수 있도록 1~2분쯤 담가 놓는다. 우리 선조들은 여기에 소금을 약간 타서 아침 식전에 마셨다. 일본 학자들은 생표고 100g(마른 것은 50g)을 일주일간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10%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송이버섯
편도에 염증이 있으면 숟가락으로 혀를 누르고, 말린 송이 가루를 양쪽 편도 부위에 골고루 뿌려준 뒤 30분쯤 후에 물을 마신다.
영지버섯
평소 기관지에 문제가 있거나 날씨가 건조할 때, 영지를 넣고 끓인 물을 하루 세 번 식사 전에 마시면 효과적이다. 한방에선 피로, 어지럼증, 불면증, 저혈압 환자에게 이 버섯 12g을 물 100㎖에 달여 하루 두 번에 나눠 마시라고 흔히 처방한다.
운지버섯
물 1ℓ에 갓 20개가량을 함께 넣어 달이는 것이 원칙이다. 단 몸이 냉한 사람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자료제공: 소담농원 김홍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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