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부터 경찰관이 되고 싶었습니다.”
부천원미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이종섭(30) 형사. 그는 자라오면서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 그런 일편단심은 현재 경찰관으로 살면서도 변함이 없다. 분쟁이 있는 곳에 가서 해결책을 찾아내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에게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하는 지금 직업에 만족하고 있어서다. 10월 15일 경찰의 날을 맞아서 2011년 1학기 학교폭력자진신고 도내 1위 달성의 주역인 그를 만나봤다
직업정신 투철한 부드러운 조사관
“TV에서 어려운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는 경찰관을 보고 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게 됐어요.”
대구대학교 법학대학에서 공부했고 27세라는 약간은 이른 나이로 2007년 7월 부천원미경찰서로 발령받은 이 형사. 그는 3년 동안 지구대에서 일했고 지금은 원미경찰서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계에서 학교폭력 담당자로 근무하고 있다.
원미서 근무 중에는 여러 가지 일을 해왔다. 그는 “별로 한 일이 없다”며 겸손해 했지만 인터뷰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문제 학생들의 전화를 받으면서 일을 처리하느라 바빴다.
그의 책상 위에 조사관 이종섭이라는 직함이 적힌 명패가 보였다. 왜 형사라는 직책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다.
“강한 어감의 형사보다는 사건을 묻고 풀어내는 조사관으로 순화해서 쓰고 있어요. 이름이야 어떻든 피해당한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평소에 사람들은 저를 부드럽게 보지만 일이 발생하면 달라집니다. 그렇게 해야 일을 정확하게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현실 문제 알려주며 폭력 예방 교육
“저는 청소년들 사이에 일어나는 분쟁인 학교폭력 사건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학교 폭력근절을 위한 범죄예방교실에서 강의하고 있다. 또 학교폭력자진신고와 청소년 관련 사건처리에 관한 업무를 맡고 있다. ‘범죄예방교실’은 부천 68개 초·중·고등학교를 방문해서 학생들을 상대로 시청각 교육을 진행하는 것. 초등학교 저학년은 유괴와 아동성폭력을, 고학년은 학교폭력과 왕따, 절도 문제를 다룬다. 중, 고등학생들에게는 절도, 공갈, 폭행, 자살방지 교육을 하고 있다.
“범죄 현장에 친구와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자기는 하고 싶지 않은데 선배가 무리하게 요구해서 후배에게 나쁜 짓을 시킨 경우 등 청소년 사건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바르게 알려주는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학기 초와 졸업 시즌에는 ‘학교폭력자진신고’가 실시된다. 가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했을 때 법적인 처벌 대신 선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다.
“언젠가 가해학생 한 명이 ‘이렇게 경찰관에게 적발되지 않았으면 잘못된 행동을 반성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지요. 그만큼 자진신고기간은 가해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범죄예방교실 전문 강사 되고 싶어
이 형사가 기억하는 일이 있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 K의 이야기다. 환경이 좋지 않았던 삐뚤어진 성격의 K는 후배와 친구들에게 많은 돈을 요구하면서 문제를 일으켰다. 사건이 처리되고 합의가 끝난 뒤 K는 이 형사 앞에서 크게 반성했고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이 됐다.
“K는 춤에 관심이 많았어요. 춤 동아리에 가입하고 연습해서 대회에 나가 상까지 받았지요. 이처럼 저를 믿고 마음을 연 학생들이 진심으로 반성한 뒤 바른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 보람과 자부심이 커집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소년 범죄 건수가 줄었지만 재범률은 높아졌다. 이것은 재범 관리 체계가 소홀하고 문제 청소년들을 선도하는 교육과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천에는 크게 우려할만한 폭력 서클은 없지만 폭력의 정도는 심해졌다. 그는 비행 청소년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것도 큰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삐딱한 시선으로 사회를 보고 있는 청소년들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저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앞으로 학교 폭력에 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고민하는 범죄예방교실 전문 강사가 되고 싶어요. 학생들과의 관계에 진심을 담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싶습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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