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칼럼-이상범 전 울산광역시 북구청장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 일본에서는 지금

지역내일 2011-09-02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해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지, 그리고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를 돕고자 먼저 현재 일본의 상황을 몇 가지 살펴보자.


<사례 1 "흔들리는 일본"> 
후쿠시마에서 300km이상 떨어진 시즈오카 현에서 생산하여 프랑스로 수출한 녹차에서 방사성 세슘 2배 이상 검출로 전량 폐기되었다. 또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 동북지역 해역에서 고기를 잡을 수도 없고, 잡아도 판로가 없어 시름에 빠진 어민들 상황 소개됐다.
정부와 전력회사 발표와 달리 도쿄시내 여러 지역에서 방사능 물질 오염도가 심각함을 고발하는 어느 시민운동가의 활동에 따르면 방사능 오염도를 조사할 때 지표면에서의 높이와 바람 등에 따라 수치가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상 지난 6월 9일 KBS스페셜 방영)
후쿠시마를 비롯한 핵사고 인근지역 초 중학생들 피로감 호소 및 코피를 흘리는 경우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보도에 이어 올해 수확하는 햅쌀이 방사능 물질에 오염됐을 것을 염려하여 재고 쌀 사재기 바람이 불고 있다는 언론보도(8월5일).


<사례 2  정부의 책임지는 자세>
지난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투하 기념식장에서 간나오또(菅直人) 총리가 ‘비핵3원칙’을 견지하며 "핵발전소 의존도를 낮춰 핵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핵무기는 물론 핵발전소도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일본의 목표임을 선언한 것이다.
또한 지난 11일 오전에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후쿠시마(福島) 제1핵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에 대해 "지진, 쓰나미가 발생하더라도 대규모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두는 것이 정부와 도쿄전력의 본래 책임이다"면서 "인재(人災) 측면도 크다"고 과실을 인정했다.
한편 사토(佐藤) 전 후쿠시마현 지사도 시사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핵 사고는 인재"라고 규정하고, 일본 정부와 동경전력이 자신의 재임시절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례 3 국가안전기관의 공정성>
우리나라 기관으로 말하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해당하는 일본의 원자력 안전?보안원의 후카노 히로유키 새 원장이 18일, 취임 후 첫 기자 회견에서 "핵발전소는 절대로 안전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으켜선 안 될 사고를 냈다. 많은 분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것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있다" 라고 사죄하고, 종래의 규제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사고 조사?검증 위원회와는 별도로 조사를 진행시킬 의향을 나타냈다.
전임자인 마다라메 하루키(班目春樹) 전 위원장도 지난 6월 중의원에서 후쿠시마 핵 사고에 대해 "틀림없이 인재"라고 밝힌 바 있다.


울산은 지구상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핵 단지에 포위돼 있다. 한국의 산업수도라 부르는 울산을 심장에 비유한다면 양쪽 겨드랑이에 핵발전소 5~6기씩을 껴안고 살고 있는 것과 같다. 더욱이 앞으로 경주에 2기, 고리에 4기를 추가건설 중이거나 예정이다.
이렇듯 가공할 위험성을 지닌 핵발전소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음에도 정작 우리는 너무나 태평하고 무관심하다. 단 한번이라도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모든 것을 다 잃는데도 사고확률이 낮다는 주장은 요행을 바라는 것과 같다.


서두에 소개한 것처럼 일본에서는 핵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한 이래 지금도 언론에서 매일같이 핵사고 관련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또한 주요 각료와 책임자들이 강진과 대형 쓰나미로 비롯된 천재(天災)라고 미루던 태도에서 벗어나 대비를 소홀히 한 인재(人災)임을 인정하고 국가 전력정책을 변경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와 한수원은 여전히 핵에너지에 의존하는 전력정책을 고수하는 입장이다. 정부와 관료들은 사고 불감증에 만연되어 있고, 살기 바쁜 국민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쉽게 잊어버린다.
망각이 편리한 면도 있지만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사고의 교훈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인류에 대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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