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의존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정신과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초기에는 예외 없이 자신의 문제를 부정하기 마련이다. 부정이란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정신적 외상으로부터 자신의 정신적 평형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마음의 방어기전이다.
감정적으로 발달이 미숙한 어린아이들은 감당하기 힘든 괴로움에 부닥치면 쉽게 현실을 부정한다. 그럼으로써 그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적응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명백한 현실을 부정하고 또 이 때문에 필요한 도움을 받는 것을 방해하면, 이는 비적응적이라 할 수 있다.
자기 문제를 완강하게 부정한다고 하여 무조건 억지로 직면케 하려할 일은 아니다. 그의 두려움을 심각하게 생각하여 인정하고 지지할 필요가 있다. 중독은 워낙 부정적인 낙인이 크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두려운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하고, 혹시 불합리하게 생각하고 잘못 믿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증거를 갖고 진실을 알려주어 잘못된 생각과 믿음을 바꾸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끝끝내 자신의 음주 문제를 부정하는 이유는 스스로 충분히 느끼고 있는 수치감이나 죄책감을 감추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얼마나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했고, 자신을 얼마나 엉망으로 망가뜨렸는지에 대해 깨치라고 가르치려 한다면 공격하여 쓰러뜨리는 것으로 받아들여 더 파괴적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뻔히 드러나 보이는 그의 현실을 분명하게 말하면서도 동시에 그의 마음을 공감하고 이해하여야, 자신이 그토록 부정해온 진실을 직면해도 안전할 것으로 믿고 안심할 수 있다. 자신의 중독을 인정하는데 따르는 불안과 두려움을 겪는 동안, 주위 사람들로부터 전폭적인 수용과 지지를 받아야만 한다.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문제를 부정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직면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먼저 가족들부터 그에 대한 쌓인 분노와 원망의 감정을 잘 처리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를 지지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지 못한 채, 그를 돕겠다고 서두르면 악영향이 더 많다. 중독과 관련하여 부정을 직면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 가족들 또한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내심은 가장 바람직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러자면 가족들 먼저 감정적으로 여유를 회복하여야만 하고,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가족집단치료에 참여하는 것이다.
신 정호 (연세 원주의대 정신과 교수, 강원알코올상담센터 소장)
무료 상담: 강원알코올상담센터 748-5119 ww.alj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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