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만사 - 한성백제박물관 김기섭 박사

박물관은 역사의 타임머신이다

지역내일 2011-10-02 (수정 2011-10-02 오후 2:17:52)

올림픽 공원 안에 자리 잡은 한성백제박물관. 갈색 톤으로 멋스럽게 지어진 박물관 외벽에는 내년 4월 오픈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개관 문의가 빗발치는 등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워지자 박물관 측은 인근 백제유적지 탐방을 진행하고 역사 강좌를 마련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박물관 전시기획팀장을 맡고 있는 김기섭 박사(49세)는 매일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지내면서도 감회가 남달라 보였다. “30년 전 현재의 올림픽공원은 산책하기 좋은 야트막한 야산이었어요. 그러다 88올림픽 경기장을 지으려 터파기 공사를 하는데 백제 유물이 쏟아져 나왔지요. 서울대 조사팀이 1만여 점을 급히 발굴했어요. 그 뒤 5공 정부 때부터 박물관을 짓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제야 결실을 맺게 되네요.” 김 박사는 싱긋 웃는다.




백제를 짝사랑한 역사학자
 역사학자 김기섭은 백제사 가운데서도 특히 근초고왕에 애정이 깊다. <백제와 근초고왕> <사료를 보니 백제가 보인다> 등 관련 책도 여러 권 냈고 여러 해 동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때론 외로움에 이를 사리물고 때론 배고픔에 허리띠 조이기도 했지만 제왕의 학문인 역사학을 배우고 익히며 마음 뿌듯해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그의 책 서문에 속내를 밝혔듯 ‘백제사랑’은  한결같다.
 백제하면 흔히들 공주․부여를 떠올리지만 두 도시가 백제 수도였던 기간은 고작 185년에 불과하다. 500년간 백제의 수도는 서울이었다. 김 박사 입에서는 한성 백제와 관련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온다. “풍납동에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1997년. 이형구 박사팀이 몰래 아파트 공사장을 들어가 보니 땅 속에 토기 조각이며 기와장 등 엄청난 백제 유물들이 나뒹굴고 있었어요. 곧바로 문화재연구소에 신고, 긴급 발굴에 들어갔지요.” 폭 40m, 높이 15m에 달하는 거대한 풍납토성 일대를 발굴하자 각종 토기와 우물터, 하수관 등 소중한 유물들이 대거 출토되었다. 한성 백제 도읍지를 놓고 역사학계에서 그동안 하남과 송파를 놓고 벌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일본 교토는 ‘1천년 고도(古都)’로 전 세계에 이미지 메이킹하고 중국 만해도 600년이 넘는 역사적인 도시가 꽤 많아요. 우리는 그동안 한성백제 역사는 싹 무시하고 서울을 조선 건국을 중심으로 ‘정도 600년’ 알리는 데만 치중했죠. 잃어버린 5백년 역사를 되살리는 구심점 역할을 한성백제박물관이 제대로 해야 됩니다.” 김 박사의 다부진 각오다.




5백년 백제도읍지 ‘송파’
 2005년부터 한성백제박물관 건립추진반에 몸담고 있는 구는 우여곡절 많았던 박물관의 산증인인 셈이다. “우리 박물관 콘셉트는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예요. 때문에 다양한 역사 체험과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지금부터 여러 프로그램들을 짜고 있지요. 박물관 입구에는 백제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풍납토성 성벽 절개 면을 전시할 계획입니다. 또 복제한 칠지도와 토기 등을 자유롭게 만져보며 관람객이 오감으로 역사를 느낄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한성백제박물관을 위해 김 박사는 수년째 국내외 크고 작은 박물관들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학자였던 시기에는 유물 그 자체를 중심으로 봤다면 이젠 전시장 인테리어와 공간 배치, 그래픽 자료, 조명과 받침대 같이 아주 디테일한 것까지 살피게 되요.” 박물관에는 약 1천 점의 백제 유물이 전시될 예정이며 모형과 영상자료를 통해 역사적 배경을 쉽고 재미있게 연출할 계획이다.
 특히 ‘교과서 같은 박물관’을 위해 역사적 고증과 전문가 자문에 공을 많이 들였다. “한강을 중심으로 중국, 일본과 교역한 백제는 조선기술이 꽤 발달했어요. 전시실에 선보일 백제 시대 배를 복원하기 위해 크기, 내부 구조, 돛의 모양과 개수를 꼼꼼히 검증했어요. ‘역사’를 다루기 때문에 더디더라도 제대로 복원해야 하니까요.” 백제사 전공자로서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오롯이 쏟아 붓는 듯 보였다.




“몽촌토성 아래 잠자는 백제 역사를 깨우고 싶어요”
 “예전엔 ‘사료’에서 지식을 쌓았다면 박물관에서 일하면서부터는 ‘사람’한테 많이 배워요. 자비까지 털어가며 역사 PR에 애쓰는 문화해설사분들, 전시실 공사를 맡은 외주업체 직원 은 ‘자식이 와서 볼 박물관이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감을 가지고 밤늦게 까지 먼지투성이 공사장에서 도면과 씨름하죠. 가끔씩 지칠 때마다 이런 분들 보며 에너지를 받아요.” 속내를 털어놓는다.
 내년 봄 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정신없이 바쁜 틈틈이 김기섭 박사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몽촌토성 아래에는 아직도 잠자고 있는 백제 유물들이 무궁무진해요. 박물관 내에 조사팀을 꾸려 그 유물들을 내 손으로 발굴해 보고 싶어요.” 백제사가 평생의 화두라는 그에겐 백제의 숨결이 묻어있는 토기 한 조각, 깨진 막새기와 하나가 역사를 읽어낼 소중한 타임머신이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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