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동에 사는 김수정 씨. 김 씨는 혼자되신 시아버지를 10년 동안 모시고 살고 있는 인근에 소문이 자자한 효부다. 그런 그녀가 얼마 전 때늦은 후회로 가슴을 쳤다고 한다.
“몇 달 전부터 아버님이 유난히 언성을 높이시며 말씀하시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어요. 별 일도 아닌데 화를 내시는 것도 그렇고요. 언성이 높아지니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꼭 싸우는 것처럼 느껴지고 점점더 가족들과 사이가 멀어져서 가족 모두가 너무 힘들었어요. 게다가 가끔 엉뚱한 말씀도 하시고 딴소리까지 하시니깐 너무 걱정이 됐죠. 그래서 청력검사 받으러 가자고 말씀드렸는데 그때마다 괜찮다고 자꾸 미루기만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은 더 심해졌다. 결국 평소 그렇게 예뻐하던 손녀와도 마찰이 생기고, 이웃과도 오해로 인해 갈등이 잦아졌다.
“그런데도 아버님이 계속 검사받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시더라고요. 답답했죠. 결국 아이 아빠가 억지로 모시고 가 뒤늦게 검사를 받았는데 이미 청력이 상당 부분 소실된 상태였어요. 선생님이 더 이상 손쓸 수 없을 만큼 청신경이 죽었다며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치료도 하고 또 보청기만 착용하면 일상생활은 아무런 지장이 없었을 거라고 하시는데 정말 후회스러웠어요. 왜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었는지 속상해서 한참 울었죠.”
청신경 망가지면 되살릴 수 없어
우리 몸에서 청각을 담당하는 기관은 귓속 달팽이관 내의 ‘유모세포’다. 이 세포는 외부의 소리자극을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해 줌으로써 소리를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노화가 진행되면 유모세포도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때문에 소리 전달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노인성 난청이 진행된다.
특히 유모세포는 한번 파괴되면 다시 되살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청기 같은 외부 보장구를 통해 난청을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청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청신경이 최대한 살아 있을 때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신경이 완전히 망가지면 보청기도 전혀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금강디지털보청기 남동메디컬센터 김성희 원장은 “최대한 청신경이 손상되기 전에, 또 손상된 청신경이 굳어지기 전에 보청기를 착용해야만 효과가 높은 만큼 이상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청력검사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상담하다 보면 조금만 일찍 왔으면 충분히 청력도 지키고 남은 인생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분들인데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평생 고통을 겪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절대로 방치하거나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한다.
특히 어르신들은 주변 사람들은 다 알만한 난청인데도 정작 본인은 자신의 상태를 부정하는 경향이 크다. 스스로 청력을 잃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그만큼 어려운 탓이다. 때문에 자녀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부모의 청력상태를 지켜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김 원장은 “예전에 비해 사람들의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다거나 전화통화를 하면서 필요 이상 커다란 목소리로 통화한다거나 질문했을 때 되묻는 정도가 눈에 띄게 늘어나면 난청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편함 넘어 대인관계 장애까지 야기
청력은 의사소통 능력의 기본조건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되면 대화가 단절되고, 대인관계도 어려워진다. 또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만큼 일상생활에도 제약이 많아진다.
김 원장은 “청력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특히 “청력은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남은 인생 평생 침묵 속에서 사셔야 하니 얼마나 힘드시겠어요.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니 결국 점점 소외될 수밖에 없죠. 그런데 더욱 심각한 건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어르신들이 결국 밖에 나가는 것을 꺼려하게 돼 사회적으로도 고립된다는 점입니다. 일상의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대인관계에 장애까지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특히 난청은 다른 사람에 대한 오해와 의심을 키우게 만들어 가족 간, 이웃 간, 친구 간의 갈등을 야기하며 결과적으로 스스로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상담을 위해 금강디지털보청기 남동메디컬센터를 찾는 어르신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 역시 손자손녀와 더 이상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식들이야 부모의 난청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배려하고 참아주지만 어린 손자손녀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조부모를 멀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어르신들이 세상과 고립되고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면서 자연히 두뇌발달도 저하돼 치매의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는 점이다.
문의/ 466-0006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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