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의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한다. 끝나면 그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부부끼리도 계약서, 각서, 공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에 부인이 각서를 요구한다.
‘다시 욕을 하거나 외박을 하지 않는다. 위반하면 사람도 아니다. 개다’라고 각서를 쓴 사건을 본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남편은 동일한 행태를 계속하였다. 결국 이혼 소송으로 가서 각서가 증거로 제출되었다.
그런데 이혼을 당장 할 것도 아니면서 미리 각서를 받아둔 경우가 있다. 나중을 위하여 미리 받아 놓았다가 몇 년이 지난 후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각서를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가 있다.
이혼 소장을 받은 남편이 변호사 사무실에 와서 억울하다고 항변하였다. 그런데 얼마 후 부인이 추가로 증거를 제출하였는데 몇 년 전에 남편이 써 준 각서였다.
‘다시는 000를 만나지 않는다. 만나면 위자료로 3천만 원을 주고 집도 부인에게 양도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이혼을 하면서 이런 합의를 하였다면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합의로서 유효하다. 양육비, 위자료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이혼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같이 살면서 먼 훗날을 위해 각서를 작성한 경우이다.
혼인이 파탄에 이른 부부가 협의 이혼할 것을 약속하면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하였다면, 이는 협의이혼 절차가 유효하게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는 합의로서 유효하다.
그러나 이혼의 단계에 이르기도 전에 미리 장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경우를 예상하여 상대방에게 이혼 및 위자료 지급을 약속하거나 재산포기서를 작성해 주었다면 이는 이혼을 전제로 한 것이라기보다 단순히 앞으로 정신 차리고 살겠다는 의미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이혼을 하기로 확실하게 합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이혼소송을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정상참작 사유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미리 위자료를 지급한 경우는 어떨까? 일정한 직업이 없이 다른 여자와 내연관계를 맺어온 남편이 고소취하 조건으로 처에게 2천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였다. 부인이 그 후 이혼에 응하지 않자 남편이 이혼합의를 전제로 위자료를 주었으니 이혼에 응하라는 소를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파탄의 원인은 가정을 돌보지 않고 외도를 한 남편에게 있으므로 남편의 이혼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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