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되던 해, 4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했다. 새로운 한 가족으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연애시절부터 자녀양육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들을 지속적으로 해왔기에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인 나는 자녀양육에 전념하기로 했다.
아기가 태어나기 일주일 전까지 지금껏 해왔던 직장 일, 청소년 상담을 열심히 했다. 언제 다시 시작하게 될지도 모를 직장 일이었고, 그래서 성공적으로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 이후 자녀양육에만 12년을 전념했다. 아이들 속에서 나의 개인적인 비전과 자아실현은 잊혀져가고 있었다. 아니 잊으려고 내면 깊숙이 꾹꾹 눌러놓았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다시 나만의 일을 하게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결코 버리지 않았다. 나이는 계속 먹어가도 마음은 결코 시들거나 늙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2010년 10월,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상담에 관한 좋은 교육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교육상담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이었는데 자격증 이름이 개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시간 면에나 비용 면에서도 나의 형편에 적합했고, 교육내용이나 자격증의 성격들이 매우 솔깃했다. 자격증 취득 후 전문 상담 또는 학교 관련 상담직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나의 시대가 열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 생각했다. 사실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매우 두려웠다. 12년간의 공백 기간을 깰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은 열망이 두려움을 넘어섰기에 어느새 나는 짧지만은 않은 교육상담사 교육을 열성적으로 받았고, 자랑스럽게 자격증을 취득했다. 원래 상담관련 자격증이 2개가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나의 전공 관련 자격증을 하나 더 얻게 된 것은 자격증을 하나 더 추가하는 의미가 결코 아니었다. 전업주부이자 엄마로서 가정 외의 일은 생각하지도 않았던 나에게 이번 교육과 자격증은 나에게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하는 기회이자 도전이자 엄청난 격려가 되었다. 자격증 취득이 곧 나의 미래를 보장해 줄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교육상담사 훈련을 계기로 나에게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잠잠하던 내가 공부한다고 수선(?)을 피우자 남편과 아이들은 그런 나를 오히려 흐뭇하게 보았다. 교육을 위해 7주간의 토요일을 종일 집을 비울 수밖에 없었지만 전혀 불평하지 않았고, 활력 있게 열심히 살아가는 나를 보고 오히려 기뻐하는 듯 했다. 가족의 그런 반응이 열심히 교육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2011년 3월. 나는 광주에 있는 한 초등학교 위클래스 상담실에서 상담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쉬는 시간과 방과 후에 이 상담실은 아이들로 북적댄다. 놀러오는 아이들, 심리 검사하러 오는 아이들, 고민 때문에 찾아오는 아이들. 집을 나오니 새로운 아이들로 둘러싸이게 되었다. 매 시간마다 위클래스 선생님! 위클샘! 하며 상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교육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그냥 집에서 눌러 앉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에너지를 받은 김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전히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았지만 당당하게 한 초등학교에 원서를 제출했다. 경쟁자가 6명이나 더 있었지만 합격에 집착하지 않았다. 원서를 낸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작년 12월부터 오늘까지의 기억은 나의 개인사에 있어서 매우 새롭고, 가슴 떨리는 시간들이었다.
결혼 후 오직 내 가족, 나의 자녀들에게만 집중되었던 나에게 학교 상담교사로서의 삶은 가족이라는 나의 한정된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배 아파서 낳은 자식에게 쏟아 붓던 나의 마음을 가슴으로 새로 낳은 많은 아이들에게도 나눠줄 수 있게 되었다. 그 아이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힘닿는 한 도와주면서 그 아이들이 내 가슴에 새겨지는 경험들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자녀들을 낳고 엄마가 되면서 성숙하게 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성숙으로 나를 이끌어준 경험이 되었다.
아동교육상담 문의 062)652-0675/ 010-8299-6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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