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예산축제 - 전국 최초 참여예산 주민총회 열린 인천 연수구
우리 동네, 우리가 디자인한다
옥련1·2동, 동춘1동 3개동 주민총회 … “구 전체 주민총회도 개최”
“오늘 행사가 동네 발전을 위해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참여예산제에 따라 24일 오후 주민총회가 열린 인천 연수구 옥련초등학교. 운동장 입구엔 간이 투표소가 설치돼 있고 입장하는 옥련1동과 2동 주민들은 해당 동의 현안사업 10개를 면밀히 살펴보고 한표를 행사했다.
사진설명 : 24일 오후 전국 처음으로 주민참여예산 주민총회가 열린 연수구 옥련초등학교에서 투표에 참여한 노부부에게 지역위원이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수구청 제공
옥련1·2동 참여예산 주민총회에 참여한 오현자(46)씨는 “아직은 낯설고 신기하지만 좋은 일인 것 같아 나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오후 6시 30분부터 시작된 행사는 축제형식으로 진행됐다. 초등학교 운동장 한가운데에 무대와 좌석이 설치되고 퓨전음악단 공연, 영화상영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졌다.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찾은 주민부터 무슨 일인가 구경나온 주민까지 옥련초등학교는 순식간에 축제의 장으로 바뀌었다. 행사는 지역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직접 전달하는 주민발언대, 구청장과의 토크 쇼 등으로 이어졌다. 주민발언대에선 재래시장 주차장문제, 청소년 시설, 자전거 비치대 등 다양한 지역 요구가 쏟아졌다.
이혁재 연수구 주민참여예산 구민위원장은 “예산 결정과정이 딱딱한 행정절차가 아니라 우리 모두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옥련 1동과 2동 주민참여예산 지역위원 20명이 준비했다. 이들은 4월부터 3개월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지역 자생단체, 종교단체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쫓아가 참여예산제를 홍보하고 지역 현안사업을 물었다. 그렇게 모은 주민의견은 200여개. 이 가운데 가장 의견이 많았던 20개 사업을 이날 주민총회에 상정했다.
조일녀(53) 옥련1동 지역위원은 “활동하면서 주민참여예산제의 의미를 더욱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조 지역위원은 “무엇보다 주민들이 주민참여예산제 자체를 몰라 이를 설명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행사 막바지 투표함이 열렸다. 총 투표자는 424명. 1동과 2동 10개씩 상정된 사업 가운데 1동은 CCTV설치, 생활체육시설 확대, 청량산 보존 3개를 선택했다. 2동은 주민자치센터 연장 개발, 실버층을 위한 무료프로그램 운영, 주민자치센터내 어르신 쉼터 조성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구 단위 사업으로는 옥련동 주변 도서관 건립과 현대5차아파트 뒷편 자투리땅 쉼터조성이 선택됐다.
이들 사업은 전날 열린 동춘1동 주민총회 결과와 함께 참여예산 구민위원회 분과에 상정돼 심의를 거친 뒤 11월 민관협의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아쉬움도 남았다. 아직까지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행사 현장에도 이를 묻는 주민들이 많았다. 옥련1동에 사는 전동선(48)씨는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면서도 “기존에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던 공무원과 마찰을 빚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고남석 연수구청장은 “주민들이 스스로 지방자치의 주인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니 감격스러웠다”며 “서툰 점이 많았지만 앞으로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구청장은 “앞으로 동 단위가 아니라 구 전체 주민이 참여하는 주민총회를 열고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총회도 개최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2012년 연수구 예산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자치단체 단체장과 공무원이 독점하던 예산편성에 주민을 참여시킨 제도다. 1989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시에서 처음 도입돼 1996년 유엔(UN)이 40대 도시혁신사례로 선정하기도 했다.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참여예산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주민대표로 구성된 참여예산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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