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심순보 작곡가의 5선지 이야기

음악은 내 삶의 기쁨, 나를 지탱하는 힘

지역내일 2011-09-02

지난 6월 8일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는 초여름 밤을 우리 가곡으로 아름답게 수놓으며 함께한 모든 이들의 가슴은 따뜻한 감동으로 충만되게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이 좋아 여러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 40년이 훨씬 넘도록 단 한 번도 음악을 손에서 뗀 적이 없는 작곡가 심순보(55) 선생이 처음으로 창작 가곡 발표회가 열린 날이었기에 그 감동은 더욱 진하게 느껴왔던 것.
두어 달이 지났는데도 그날의 설레는 잔영이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동참한 이들의 가슴에 아직도 맴돌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창작 문을 노크했다.


오선지에 음표 그려 넣으며 일상을 노래하고 꿈을 키운 아이
선하디 선한 얼굴에서 맑은 영혼을 느끼게 하는 것이 심순보 작곡가의 첫인상이었다.
조금 수척해보이기는 하지만 그의 눈빛은 더욱 초롱초롱 빛나는 게 아직도 갈망하는 게 많이 남아 있는 듯해 보인다. 그 해맑은 눈으로 심 선생은 자신의 음악계기는 그저 단순했다며 눈웃음으로 대신한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음악 듣는 게 좋아 늘 두 귀를 쫑긋 세웠으며, 4학년이 되니 이미 5선지에 자신의 느낌을 음표로 그려 넣고 있더라는 거다. 유달리 청음이 뛰어난 그를 중2 때 은사는 진작 알아보았는지 작곡을 전공해보라는 권유도 받을 정도가 되었다.
그 당시 어린 심순보 학생은 이 말을 듣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는 듯한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회상한다.
‘가정 형편상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꾸니 전공도 할 수 없는데 본격적으로 작곡공부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하지만 어린 순보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꿈을 꾸기보다 자신의 일상을 늘 오선지에 글을 쓰듯, 대화하듯이 그의 독백을 5선지에다 전달했다는 거다. 그 어떤 전문 수업은 받지 않고 독학으로만 습작 반복을 했다고.

시와 함께하니 감성은 더욱 서정적으로
유달리 김소월을 좋아했다는 그다. 지나칠 정도로 서정적이면서도 우리의 한이 서려있는 미요적인 소월 시가 그를 붙잡았다고 또 다시 회상하는 심순보 선생.
소질을 인정하고 그 꿈을 키우고 싶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는 애틋함이 컸기에 소월의 정서에 공감을 했는지도 모를 일.
고향이 언양인 그는 주변 산을 가까이 하며 그 산들을 동경했고, 어릴 적 고향에서의 경험들이 모두 자신의 노래에 좋은 소재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지산을 시작으로 고향을 배경으로 하는 노래가 많이 창작되기도 했단다. 그래서이니 그의 노래에는 산, 강 등 자연이 많이 등장한다. 또 시를 좋아하다보니 때론 시집 한 권에서 30여 편의 싯말에 곡을 붙이기도 하며 흡족해하기도 했단다.

홀로작업에서 대중과의 교류로 작곡 활동 더욱 왕성해져
그러다가 ‘시노래패 울림’과 인연이 되면서 대중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어 아버지합창단을 통해 그가 아끼는 ‘가지산’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과 교류가 더해지고 급기야 우덕상 선생과 함께하는 기회를 가지면서 지역 문화제에서 자신의 곡을 발표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이어 우리가곡 보급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에 이른다.
현재 심순보 선생이 지금껏 작곡한 곡은 500여곡에 이른다. 그 많은 곡들이 고스란히 묻혀있던 어느 날, 친구의 적극 권유로 ‘나 그대에게’란 창작 가곡 악보집이 탄생하게 되고 또 가곡집 CD도 만들어 내며 난생 처음 본인 창작곡만을 발표하는 뜻 깊은 날을 맞이하기도 했다.
2009년 그의 인생에 있어 건강악화란 위기가 닥쳤지만 발표회가 주는 교훈이 그에게는 아주 크다고 한다. 크고 작은 어렵고 좋은 일이더라도 그때마다 순응하며 감사해하며 노래를 만드는 그이기에,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믿어보게 하는 그다. 담담하게 50년 가까이 살아온 음악적 삶을 표현하는 심 선생이야말로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이제 그가 또 다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덕상 선생과 함께 이끌어가는 울산가곡사랑 모임이다. “평소 카페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한 달에 한 번 아마추어들이 무대에 서보는 기회를 주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싶다”며 강한 어조로 얘기한다. 또 빠른 음악에 익숙해져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우리의 멋이 깃든 우리의 가곡을 불러봄으로써 더욱 안정된 정서를 심어주고 싶은 게 그의 또 하나 바람이라고.
문의 : 010-8550-8903
이경희 리포터 lkh37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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