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사업차 한국에 온 일본인 친구와 만났을 때, 한국 온 김에 꼭 먹고 싶은 음식이 뭐냐고 물으니 ''간장게장''이란다. 도쿄 신주쿠에 있는 한국음식점에서 게장을 먹어봤는데 맛있더라고, 일본 TV에서도 게장이 소개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본고장의 게장을 맛보여주겠다며 데리고 간 곳이 댕이골에 있는 천년꽃게장 식당이다. 이집은 게장 맛있기로 소문난 집이다.
일본인도 “게장 맛있어~”
오백년꽃게장 정식을 시켰더니 주홍빛 알이 든 간장게장이 먹음직스레 나온 걸 보고 일본 친구가 감탄을 한다. 게 등딱지에 밥을 비벼먹는 것도 가르쳐줬더니 게 향기가 입에 가득한 게 맛이 정말 좋다며 즐겁게 먹는다. 양념게장도 맵지만 맛있다고 다 먹는 모습을 보니 한국의 맛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출국하는 그녀를 위해 일본까지 가져갈 수 있게 간장게장을 주문해뒀다가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에 찾아서 선물하니 이 친구 무지 감격했다.
가끔 일본인 지인들이 한국에 올 때마다 이번엔 뭘 대접할까 고민이 된다. 냉면이나 불고기 삼겹살 같이 흔한 음식 말고 특별한 음식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은데 뭐가 입에 맞을지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간장게장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일본손님이 오면 맛있는 게장집을 필수코스로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맛있는 꽃게장에 정갈한 반찬
댕이골 천년꽃게장 간장게장은 봄철에 잡아 냉동해 둔 알배기 암게를 해동 후 간장에 절여 4~5일 숙성시킨 다음에 손님상에 낸다. 그래서 게살은 간장에 ‘쩔지’않고 딱 적당히 간이 배인 게 쫀득쫀득하다. 간장의 색도 맑은 것이 보기도 깔끔하고 맛도 고급스럽다. 가을에 잡힌 수게는 주로 양념게장으로 만든다.
이집 맛의 비결은 첫째가 좋은 꽃게를 쓴다는 것, 둘째가 게장이 알맞게 숙성됐을 때 상에 낸다는 것이다. 인천연안부두 수협중매인인 이집 사장이 봄에는 품질좋은 암게를, 가을철에는 살이 잘 오른 수게를 경매 받아 제 맛을 잘 보존할 수 있도록 급속냉동을 해둔다고 한다. 생산자에게 직접 꽃게를 사서 게장을 만들어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천년꽃게장에서 점심특선꽃게장(1만원) 메뉴를 새로 내놓았다. 게 크기는 좀 작지만 간장게장 양념게장을 다 맛볼 수 있는 푸짐한 메뉴다. 게장 외에 반찬도 많이 나온다. 구수한 들깨미역국에 게된장국, 버섯볶음 가지나물 깻잎무침 찐고추무침 호박말랭이 계란조림…. 조금씩이지만 무려 20가지나 된다. 재료맛을 살렸으면서 정갈한 반찬들. 먹다보니 그릇을 다 비웠다.
여름철이라 그런지 매콤한 양념게장이 입맛을 끈다. 양념이 잘 숙성된 매운맛과 꽉 찬 게살이 입안에서 어우러지면서 맛을 배가시킨다. 양념게장은 주로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천년꽃게장의 점심특선꽃게장(1만원)은 12시~14시까지 가능하다. 다른 메뉴는 1만3000원~2만2000원까지 있다. 게장과 간고등어는 포장판매도 한다.
(천년꽃게장: 031-438-5409)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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