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와 유방암

지역내일 2011-08-08
‘외과의사와 모유 수유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내가 여자 외과의사로서, 그리고 유방과 갑상선 전문의로서 국제인증수유상담가(IBCLC)라는 조금은 생소한 이력을 밝힐 때 상대방의 반응이다. 외과의사로서 암 수술을 잘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환자를 보다 보면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예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유방암이 전 세계에 유래 없이 30~40대에서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로 고지방, 고칼로리로 대변되는 서구화된 식생활과 그로 인한 비만, 늦은 결혼, 빠른 초경, 늦은 폐경 등을 들 수 있다. 다른 모든 ‘생활습관병’과 마찬가지로 유방암도 잘 먹고, 잘 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 포인트다. 거기에 하나 더 ‘일찍 결혼해서 아기 많이 낳고 모유 오래 먹이는 것’ 이것이 내가 하루에도 수십 번 환자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나처럼 일하는 엄마들에게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찍 결혼할 수도 없고 아기를 많이 낳기도 힘들다. 하지만 한 아이라도 모유 수유를 시도할 수는 있다. 여성의 유방은 아기를 출산해서 수유를 하기 전까지는 일종의 미발육 상태이다. 그래서 여러 암 유발인자에 취약한 것이다. 수유를 1년 더 할수록 유방암 발생률은 4.3%씩 감소한다.
출산 며칠 전까지 수술대에 무거운 배를 올려놓고 수술해야 했던 나는 미리 수유에 대한 공부를 하지 못했다. 첫째 때 고생해서 어렵게 수유에 성공한 후로 본격적으로 국제인증수유상담가가 되어 환자들을 도와줄 수 있었고, 더불어 우리 둘째 녀석은 수월하게 엄마 젖을 먹고 자랐다. 유방울혈을 유선염이라 잘못 알고 수유를 포기하는 경우, 유선염이 심해져 농양이 된 경우, 젖 물기가 잘못 돼 유두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등 치료 후 바로 좋아지는 아기와 엄마를 보면 종양 수술 후에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기쁨을 느낄 수 있어 난 수유모와 아기 보는 것을 좋아한다. 태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수유 공부다. 수유는 아기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아기를 위해 엄마가 더 건강해지는 시작인 것이다. 
매년 8월 첫째 주는 세계 모유 수유 주간이다. 올해 모유 수유 토픽은 ‘모유 수유를 젊은이에게 널리 알리자’이다. 난 오늘도 유방 초음파를 하러 온 환자에게 말한다.
‘얼른 결혼해서 아기 많이 낳고 수유 오래 하세요~’
 
리더스서울외과
김혜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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