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진로는 내가 결정한다 - 서울대 음악과 김은선양
“스스로 선택한 길,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어요”
중학교 때 상위 3% 성적을 줄곧 유지하던 김은선(서울대 음악과1년-더블베이스전공)양. 공부에 욕심이 많았던 김양은 군산(전라북도)에서 서울 용곡중학교로 전학을 온 후에도 뛰어난 성적을 계속 유지하는 모범생이었다. 부모님도 은선양이 교사나 교수 등의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원했다. 대원여고로 진학한 후 1년 동안 그녀의 노력과 부모님의 기대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현재, 김양은 서울대에서 음악공부를 하고 있다. 웬만한 경력과 실력으로는 넘을 수 없는 서울대 음대 입시. 2년 동안 그에게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서울대 음대에 가고 싶어요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은선양이 더블베이스를 선택하게 된 것은.
“음악 시간에 더블베이스 연주 영상을 보게 됐어요. 어릴 때 피아노를 하다 그만둔 후로 항상 음악에 대한 미련이 있었는데 그 영상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죠. 다시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이후 음악선생님과의 진로상담이 이어졌다. 그녀의 ‘악바리’같은 근성과 절대음감·초견력 같은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정치훈 음악교사는 그에게 “네가 진정 하고 싶은 게 음악이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넌 할 수 있다”며 음악전공을 적극 권했다.
그녀 역시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평생 직업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 허투루 결정할 수 없었다”고 은선양은 그때를 기억한다.
한 달여의 갈등 후 부모님께 자신의 결정을 이야기했다. 예상대로 부모님의 반대는 거셌다.
‘이제까지 공부 잘 하다가 갑자기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느냐’ ‘왜 그리 힘든 길을 선택하려 하느냐’ ‘경제적으로도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음악이라는 게 외로운 길이라고 하더라’ 등 모든 반대에는 그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래서 갖게 된 목표가 ‘서울대 음악과’.
입시까지 2년이 채 남지 않은 때였다.
정말 서울대에 갈 수 있을까
음대 입시는 내신과 수능, 실기의 3박자를 모두 갖춰야 한다. 1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입시를 위한 그의 사투가 시작됐다.
우선 더블베이스를 배워야했다. 초등·중학교 때 피아노를 잘 쳐서 잠깐이나마 전공으로 생각한 적이 있는 은선양이지만 더블베이스라는 악기는 생소하기만 했다. 더블베이스 강사는 정 교사가 추천했다.
“두 분의 강사선생님을 추천해주셨어요. 호되게 꾸지람도 많이 하시는 선생님과 친절하고 부드럽게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중 어떤 선생님이 좋겠느냐고 물으셨죠. 이왕이면 강도가 세게 배우고 싶었어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보다 더 엄하게 배울 준비가 되어 있었거든요.”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연습에 몰두했다. 학교에서는 공부를 100% 해낸다는 생각으로 수업에 집중하고, 방과 후에는 버스 안에서 대충 때우는 김밥 한 줄을 저녁으로 새벽 2~3시까지 연습하는 날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작해서 과연 서울대에 갈 수 있을까?’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더욱 연습에 집중했다. 주위의 의심 어린 시선이 걷히기 시작한 것은 3학년이 된 후, 피나는 노력의 결과가 드러나면서부터다. 나날이 실력이 발전한 은선양이 유명 콩쿠르에서 1등을 휩쓴 것. 은선양은 지난해 한음콩쿠르에서 현악 전체 대상을 수상했고 음악협회 콩쿠르에서도 1등을 했다.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은선양의 1등은 커다란 이슈였다.
“반신반의하던 주위사람들도 콩쿠르에서 1등을 하니까 그제서야 믿어주시더라구요. 저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에요. 혼자만의 싸움에 지쳐 힘들 때 ‘난 정말 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거든요.”
올해 서울대 음악과에서 뽑은 더블베이스 전공은 2명. 은선양은 그 중 한명으로 당당히 서울대 새내기가 됐다.
더블베이스와 서울대, 스스로의 선택이자 목표
그는 짧은 시간 새로운 악기를 시작해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스스로 정한 목표와 꾸준한 노력”이라 단언한다.
대원여고 음악중점학교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는 은선양은 후배들이자 제자들에게도 ‘뚜렷한 목표를 가지라’고 늘 조언한다.
“엄마에게 등 떠밀려 어릴 때부터 악기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 목표나 계획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작은 목표라도 스스로 세운다면 발전에 큰 도움이 되죠. 남들이 뭐라 해도 결국 자신의 인생이잖아요? 도전의식을 갖고 스스로 결정, 노력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대학교에서의 한 학기를 보낸 은선양은 앞으로 다양한 많은 음악적 경험을 쌓아 그 경험에서 나오는 많은 일들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저 스스로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걸 믿어요. 지금까지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많은 일에 ‘무한도전’해 보고 싶어요.”
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