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남동구청 대강당에서는 인천도시개발공사에서 주최한 제5회 IUDC 영어말하기대회 본선이 치러졌다. 독서를 주제로 한 3분 내외의 연설문을 발표한 후 원어민 심사위원의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준비한 원고를 보지 않고도 술술 읊어대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자연스러운 몸짓은 물론 발표 후 원어민의 두 가지 질문에 능숙하게 답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치열한 예선을 치룬 아이들이라 그런지 누구 하나 모자람 없이 모두 훌륭했다. 쟁쟁한 아이들 틈에서 당당히 최우수상을 수상한 동막초등학교 4학년 이채연 양을 만났다.
스펙이 화려한 채연이
‘Making a book report is fun!''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채연이. 사실 채연이는 이번 영어말하기대회 참가가 처음은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사 YBM 영어 우수 장학생 선발시험에서 은상을 받았고, OBS 영어경시대회에서도 상 받았어요.”
또 교내 영어말하기대회는 물론 한국외국어평가원의 펠트나 시사YBM의 제트 등 다양한 인증시험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미국 현지의 초중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픽션 작문대회인 ‘나노’에 참가해 한국 응시생으로는 유일하게 수상하기도 했을 만큼 스펙이 화려하다.
해외여행 가 본 적 없는 국내파
스펙만 보면 영어에 꽤 많은 돈을 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6살 때 영어유치원 3개월, 어학원에서 원어민 강사 수업 1년 정도가 지금까지 채연이가 받은 사교육의 전부다.
게다가 해외거주는 물론 해외여행의 경험조차 없는 한국에서만 공부한 토종 국내파다.
그런데도 원어민 강사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영어가 능숙한 비결은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채연이의 영어실력은 엄마와 함께 한 홈스쿨 덕분이다.
하루의 시작과 끝은 ‘영어’
“채연이가 영어를 처음 접한 건 4살 때에요. 그땐 공부라기보다는 놀이였죠. 영어노래 들으면서 율동하고 만들기나 그리기 하면서 놀이처럼 했죠.
하루 종일 영어 이야기나 노래 CD를 틀어놓은 상태로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도록 했어요.” 어머니 안신희 씨의 말이다.
채연이의 하루 시작과 끝은 영어다.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6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일정이다. 빼 먹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고, 영어고수가 된 지금도 계속 진행형이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하나TV에 있는 청소년 드라마 시리즈 ‘하나 몬타나’를 30분 정도 봐요.
간혹 늦잠을 잔 경우에는 낮에 다시 챙겨보구요. 학교 다녀온 후에는 ‘SM 잉글리시’ 사이트에 접속해 공부하고 저녁 먹고 나선 영어동화책을 읽어요.
자기 전에는 침대에 누워 테이프로 이야기를 듣구요. 40분 정도 듣다보면 어느새 잠이 들죠.”
5년 동안 하루의 시작과 끝을 영어와 함께 하다 보니 직장인들의 로망이라고 하는 영어로 꿈을 꾸는 경지에 이르렀다. 의도하지 않아도 놀이를 하면서 영어로 중얼거리고 영어로 수다를 떨기도 한다.
영어고수 만든 엄마는 노력파 tip. 미니 인터뷰/어머니 안신희 씨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집에서 가르친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영어를 전공하지 않은 엄마로서 한계도 많았죠. 아이에게 1시간 가르치려면 4시간 이상 준비해야 했어요. 아이 재워놓고 ‘쑥쑥’ 같은 온라인 카페를 돌아다니며 정보도 찾고 영어교육방법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으며 노하우를 배웠죠.
시간 날 때마다 구월동에 있는 영어전문서점을 방문해 필요한 책을 구입하기도 했구요.”
실제로 안 씨가 추천한 자녀교육서 ‘부모를 위한 초등6년 영어관리법(랜덤하우스 중앙)’ 책에는 빨간 밑줄과 메모 등 어머니 안 씨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한편 채연이는 지난해 11월부터 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혼자 공부하니까 괜히 불안해서요. 새로운 자극도 필요한 것 같고. 또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니 훨씬 재밌게 하는 것 같아요.”
어학원에서 채연이를 가르치고 있는 원어민 강사 브리애나는 “채연이가 언어적인 감각이 굉장히 좋다”며 특히 “토론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말하며 토론 과정 자체를 즐긴다”고 평한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영어고수로 키운 옆집 엄마의 노하우
1. 공짜는 없다, 넘치도록 들려줘라
확인하지 말고 일단 넘치도록 들려줘야 해요. 계속 반복해서 들려주면 아이가 한 구절을 듣게 되고 점차 알아듣는 말이 많아지면서 영어가 재밌어지죠. 실제로 같은 작품을 5번~30번까지 질리도록 보여줬어요.
2. 자막 없이 보여 주라
밑에 자막이 나오면 두루마리 화장지를 붙여서 보이지 않도록 해주세요. 영어건 한글이건 일단 자막이 있으면 아이들은 생각을 안 하고 편하게 보려고 하거든요. 전부 알아듣지 못해도 일단 반복해서 들려주다보면 앞뒤 상황을 유추해 나름대로 이해를 하게 됩니다.
3. 영영사전을 써라
원어는 원어로 배우는 게 맞는 듯해요. 아이가 어리니까 일반 영영사전보다는 그림이 많은 영영사전이 좋아요. 실제로 채연이는 ‘쎄사미’ 캐릭터를 좋아해 만화형식의 ‘쎄사미 스트리트 영영사전’을 지금까지도 잘 보고 있어요.
4. 3월에는 배다리 헌책방 순례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는 헌책방에 아이들 영어동화책이 많이 나와요. 잘만 고르면 깨끗하고 좋은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죠.
5. 학교 원어민 교사와 친해져라
실제로 이번 영어말하기대회 원고 첨삭도 동막초 원어민 교사인 데이비드가 도와줬다. 평소 외국인을 만날 기회가 적은 만큼 학교 원어민 교사는 특별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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