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최호성
얼마 전 내원한 J군은 평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갑갑함과 두근거림, 심리적 불안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청소년의 갑갑함과 두근거림은 청소년이 처한 내적·외적 환경으로 인하여 기인하는 증상으로 진단되지만 원인에 대한 정신상담이 진행되자 청소년은 자신의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학생은 부모에게 표현할 수 없었지만 수년전부터 죽음에 대한 강렬한 궁금증과 욕구를 가지기 시작했고 자신 뿐 아니라 타인을 죽이는 상상을 할 때 상당한 쾌감을 느끼고 내면에서 이를 막는 자아 또한 존재한다고 하였다. 이 학생에게 있어 죽음(자살, 타살)은 안타깝게도“평온함과 쾌락”으로 각인되고 있었다.
청소년이 죽음을 쉽게 여기는 이유는 현대사회의 문화, 사회적 풍조에서 기인한다. 올바른 인성이 확립되기도 전에 청소년은 경쟁과 효율을 강요받고 청소년들의 욕구는 자극적인 매체와 게임에 길들어 좀처럼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영화와 게임 속에서는 잔인한 장면으로 사람을 죽고 죽이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며 더욱 실감나고 잔인한 게임이라며 자랑스럽게 홍보한다. 이렇게 주입된 죽음에 대한 인식들은 현실과 비현실속에서 혼란스럽게 표류하다 나의 욕구와 만족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을 억압하거나 힘든 상황이 지속되면 마치 죽으면 다시 시작되는 게임처럼 “죽으면 끝나”하고는 안타까운 선택을 하게 된다.
이처럼 죽음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그릇된 선택을 낳게 된다. 죽음이란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것으로(죽음을 보는 것 또한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죽음에 대한 인간의 공포와 두려움은 종교와 철학의 숙제가 될 만큼 모든 인간이 어떤 식으로든 가지고 있는 관념의 일종이다. 따라서 인간의 인식 속에서 죽음은 다양하게 해석되어지며 때로는 이러한 죽음을 대하는 그릇된 인식으로 자살과 살인이 일어나기도 한다.
청소년 자살 예방은 올바른 삶의 가치관 정립으로
삶과 죽음이 하나이며 우리는 매순간 살고 죽고를 반복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며 우리의 정신 속에서 일어난다. 죽는 순간에도 우리는 실제 죽음을 체험하지 못하며 죽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문제와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은 미완으로 영원히 남게 될 것이다.
죽음을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삶을 먼저 알게 해야 할 것이다. 삶을 알지 못하면 죽음을 알지 못한다. 죽을 만큼 힘들고 괴로운 청소년들에게 삶과 존재의 이유를 먼저 깨닫고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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