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할 것 없이 현대인들은 모두 바쁘다. 미처 읽지 못한 신문이 쌓여 가고, 답변하지 못한 이메일도 늘어간다. 하루 종일 숨 돌릴 여유조차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데도 잠들기 전 생각해보면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바쁘다’ ‘정신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수록 가슴 한 구석 휑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잘 사는 것인지’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답이 궁하기 때문일 게다.
이러한 고민에 대한 답을 고전에서 찾으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옛 선현의 말씀 속에 삶의 모든 지혜가 들어있다’며 고전의 가치를 강조하는 ‘온고재’의 이우재 소장이다.
인천 유일의 고전 배움터 ‘온고재’
지난 2009년 9월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문을 연 ''온고재(溫故齋)''는 동서양 고전을 공부하는 평생학교다. 논어, 맹자, 금강경 등은 물론 자본론과 프랑스혁명사, 성서, 칼 폴라니, 20세기 서양음악사 등을 넘나들며 동서양 고전을 함께 읽고 공부하는 공간이다.
지금까지 공공도서관이나 문화원에서 단기강좌로 고전이나 인문학에 대한 강의가 개설된 적은 있지만 정기적으로 고전강의를 진행하는 민간기관으로는 인천에서 유일하다.
고전을 통해 세상과 화해하다
온고재를 운영하는 이우재 소장은 인천 토박이다. 인천송월초등학교와 인천중학교, 제물포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동양사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재학시절 운동권에 뛰어들어 1978년 유신반대 학내시위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된 뒤 1988년에는 인천 5·3사태 주동으로 소요죄가 적용되면서 오랜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92년 총선 전후 민주화운동권은 밖으로는 동구 사회주의권 몰락에 따른 이념적 혼란과 안으로는 87년 대선 패배의 후유증으로 인한 노선 갈등 때문에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 속에 몸담고 있던 저 역시 방황이 심했지요.”
당시 이 소장은 상실감과 배신감에 문밖출입을 자제하고 집에만 처박혀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책장 속에서 뿌옇게 먼지를 뒤집어 쓴 논어를 발견하고 읽기 시작했다.
“논어의 첫머리가 인상 깊었습니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에서 나는 공자 말년의 삶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고심한 학덕을 지녔으면서도 이 세상에서 한 번도 제대로 쓰임다운 쓰임을 얻지 못했던 공자였으니 말년에 그저 집에 물러앉아 책이나 읽고, 그러다 벗이 찾아오면 오랜만에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지냈던 것이지요.”
당시 이소장의 심정도 이와 비슷했다.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이 야속했다. 세상에 대한 원망은 신세 한탄과 자기학대로 이어졌다.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었던 것이다.
“논어를 읽으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인생을 이렇게 살다 갈 수는 없다. 언제까지 세상을 원망하고 나 자신을 학대할 것인가? 내 비록 공자만한 큰 사람은 못되지만 그로부터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한 번 배워 보자’ 결심했죠.” 이때부터 독학으로 고전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바쁠수록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먹고 사는 문제만으로도 치열한 시대, 잠깐의 휴식이나 딴 생각, 딴 짓조차 허용하지 않는 각박한 세상, 출세를 위한 자기계발서가 대세인 요즘, 수천 년 전 선현들의 가르침이 담긴 고전을 읽는다는 게 과연 의미 있는 일일까?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는 시대와 사회를 초월해 동일합니다. 형태만 변할 뿐 그 본질은 똑같습니다. 선조들의 고민과 우리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말이지요. 고전에는 동서양 선조들의 온갖 고뇌와 진지한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살았고, 앞서 같은 문제를 고민했던 인류의 큰 스승들이 남겨 놓은 글을 읽으면 오늘날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유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전을 공부하다 보면 마음의 위안을 얻고 인생에 대한 성찰이 깊어진다. 자신의 삶은 물론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도 넓어진다. 덕분에 각박한 현실 속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 내면을 살펴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된다.
“고전은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도록 도와줍니다. 인간에게 있어 돈, 명예, 권력이 전부가 아님을 알려줍니다. 오히려 동 시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어울려 사는 것, 그렇게 살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게 최고의 행복임을 가르쳐줍니다. 사랑이 시대를 초월한 불변의 가치임을 알려줍니다. 부처의 자비나, 공자의 인(仁)이나, 예수의 사랑 모두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셈이지요.”
문의 : http://cafe.daum.net/ongojae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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