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폭행을 당하여 피해자가 왼쪽 눈을 심하게 다친 사건이 있었다. 폭행을 한 가해자들은 여러 명이었고 그 중에는 학생도 끼어 있었다. 피해자는 왼쪽 눈의 시신경 주위에 심한 망막하출혈과 직접 동공반응의 소실로 실명되어 시력의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피해자가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었다. 그 이유는 사건이 발생한 지 10일쯤 지났을 때 가해자 중 1명의 보호자와 피해자의 아버지가 합의서를 작성하였다는 것이었다.
합의서는 가해자 중 1명의 보호자와 피해자를 대리한 아버지 사이에 작성된 것이었다. 이에 의하면 피해자가 입은 상처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돈 30만 원을 지급하고 그 당시까지 소요된 치료비는 별도 지급하기로 한다는 내용과 앞으로 가해자들에 대한 나머지 일체의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한다는 것이었다.
그 사건에서 피해자의 아버지는 합의서를 작성해 준 것은 맞지만 가해자의 아버지가 학교에 제출하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여 작성해 준 것일 뿐 합의금액을 정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에서는 하급심 판결과 달리 합의서가 제대로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 이유는 합의서 본문에 합의금액이 기재되지 아니하였는데 사후에 누군가가 금액을 가필한 흔적이 있고, 피해자 본인은 아버지가 가해자들의 대표와 합의서를 작성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는 점, 가해자 대표라는 것도 가필한 흔적이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합의서 작성 경위에 비추어 보면 실명한 아들의 보호자가 가해자 중 한 명이 학생인 점을 감안하여 학교 제출용으로 합의서를 작성해 준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히 있었다.
대법원은 실명한 아들이 왜 손해배상청구를 쉽게 포기했는지, 아버지가 보호자로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면 왜 아들이 모르고 있었는지, 실제 합의금은 약정한 사실이 있는지, 손해배상의 일부에 대한 합의인지 전부에 대한 합의인지 여부 등에 대하여 좀 더 재판을 한 후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할 것인지를 가렸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원래 대법원은 사실인정에 대한 하급심의 판단에 손을 대지 않는다. 하급심에서 적용한 법률의 적용이 잘못된 것인지 여부만을 심리한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좀 더 심리를 더 해보아야 한다는 뜻의 심리미진, 석명의무 위반도 법리 오해의 일종으로 상고 이유가 될 수 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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