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부터 굽기까지 건강한 빵에 대한 고집을 지키고 있는 성남동 ‘빠삐용 베이커리’가 팥빙수를 선보인다는 소식이다. 며칠 되지도 않은 팥빙수는 맛이 벌써 입소문이 나, 하루에 세 번이나 팥을 삶아야 할 정도다.
특이하게 팥빙수 이름도 있다. ‘고진감래’. 팥을 제대로 삶기까지 힘들었던 것이 떠올라 박노정 대표가 직접 지었단다.
달콤한 팥의 고진감래 팥빙수
빙수 맛은 팥이 반인 건 맞다. 그런데 삶는 게 무에 그리 어려운 일일까 싶다. 박노정 대표는 “그냥 물러터지게 삶는 거야 쉽죠. 하지만 빙수에 들어가는 팥은 질척해도 안 되지만 심하게 보실보실해도 맛이 떨어집니다. 불 조절에 조금만 소홀하면 오히려 딱딱해지기도 하고요. 오랜 기억 속, 팥빙수가 요란하지 않던 그 시절 맛을 내고 싶었어요”라고 털어놓는다.
팥 삶는 연습에 반 가마니를 버렸다. 경북 예천 농가에서 토종 팥만 들이는데, 불리는 데만 하루가 꼬박 걸린다. 팥은 매일 쓸 만큼만 삶아내는 것이 원칙인데, 요샌 하루에도 여러 번 삶는다.
감미료나 화학조미료가 털끝만큼도 안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다보니 삶는 시간에 단골이 들르면 갓 삶은 달콤한 팥을 대접하기도 한다.
소박함에 묻어나는 속 깊은 정성
‘고진감래’는 아주 곱게 간 얼음을 사용하는데, 얼마나 곱게 갈렸는지 서걱거리는 소리가 요란하지 않다. 눈보다 고운 얼음 위에 주인장의 야심작 팥이 오른다. 그 흔한 딸기시럽 초코시럽도 없다.
우유와 연유로 얼음을 적시고 갓 썬 수박과 몇 가지 열대과일, 핸드메이드 찹쌀떡을 소복이 모으면 전부다. 소박하다. 그런데 이 놀라운 녀석. 차가운 얼음을 한 가득 물었는데 어느새 사르르 녹아 포근해진다.
박노정 대표는 “빙수가 점점 자극적이 돼 가고 있잖아요. 과하게 달고 화려해지고. 저는 당장 혀끝에 달콤하기보다 돌아서서 생각나는 빙수를 대접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 빙수가 반 정도 비워질 즈음, 그 차가움에 뒤통수가 당긴다.
포장을 원할 때 갈 길이 멀다면 미리 말하는 센스. 빨리 녹지 말라고 우유와 연유를 따로 담아준다.
나눔과 배려, 이웃사랑 실천
오는 12일이면 빠삐용은 울산에서 처음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에서 지정하는 ‘울산 착한가게 1호점’이 된다. 그날 판매한 금액 중 재료비를 제외한 수익금 전액을 지역사회를 위해 기부한다.
사실, 빠삐용의 이웃사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한 주도 쉬지 않고, 매주 수요일 갓 만든 빵을 지역의 아동센터에 제공하고 있다.
박 대표는 “우연히 복지기관이나 아동센터마다 후원실정이 달라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 빵집도 지역 공동체 일원이고, 더불어 잘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던 차였죠. 없는 걸 만들어가며 나누는 건 어려운 일인지 몰라도,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건 어렵지 않아요”라는데 뚝심 있는 그의 손이 세상을 밝힌다 생각하니 부끄러워진다.
국산콩과 과일로 유산균천연발효종을 직접 배양해 몇 날 며칠 반죽을 발효시키고, 그 덕분에 유통기한은 짧지만 몸에 이로운 빵만 만드는 그의 노력은 일부분일 수 있겠다. 가게 앞에 어르신들을 위해 작은 쉼터를 만들었듯, 더불어 천천히 나아가지만 함께 발맞추는 것이 되레 빠른 길임을 알고 있는 것일 게다.
빠삐용 베이커리: 248-0250
허희정 리포터 summer0509@lycos.co.kr
빠삐용에서 알립니다
빠삐용 베이커리에서는 매월 1일과 2일, 구매금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의 할인권을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고객 감사의 날’ 행사를 실시합니다. 고객 여러분의 많은 이용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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