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그루터기학교 개강 둘째 날인 지난 화요일 오전 10시. 새벽부터 쏟아지고 있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구미시특수교육지원센터(구미초등학교 내)에서는 50여명의 중.고생들이 5개의 팀으로 나누어 장애체험을 하고 있었다. 리포터는 비 때문에 행사가 잘 진행될지 내심 걱정하면서 그루터기학교로 향했는데 괜한 걱정을 했다. 오늘은 출석률이 100%란다.
직접 체험해보니 느낌이 달라
경상북도 장애인부모회 구미시지부의 주최로 8일부터 5일간 진행되는 그루터기학교는 구미시내 중.고등학생 250명을 대상으로 자원봉사활동교육과 함께 지체, 농아, 시각, 지적, 뇌병변 등 5가지 장애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리포터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지체장애체험. 현관에서 10여명의 학생들이 휠체어를 타보기도 하고 밀어도 보면서 지체장애 체험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휠체어를 타고 자꾸만 한쪽 방향으로 가는 모습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체장애체험 맞은편 계단에서는 시각장애체험이 한창이다. 학생들은 안대를 하고 지팡이를 짚으면서 복도의 중앙에 설치된 유도블록을 따라 걸어보지만 역시 한쪽으로 쏠리면서 걷는 모습이 힘겨워보였다.
또 다른 교실에서는 손가락 언어인 지화를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 학생들은 손가락 문자인 지문자를 익혀 단어를 만들어보기도 하는가 하면, 소리 없이 입모양만으로 단어를 알아맞히는 게임도 하면서 재미있게 청각장애 체험을 하고 있었다. 2층 교실에서는 지적장애와 뇌병변장애체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학생들은 거울에 비친 그림을 따라 그려보면서 영화 ‘말아톤’의 5살 지능의 20살 청년이 되어 지적장애체험을 했다. 뇌병변장애체험은 산업체 안전장갑인 두꺼운 장갑을 끼고 퍼즐을 맞추고 나사를 풀고 죄어 보는 것이다. 리포터도 한번 체험해보았는데 퍼즐이 생각처럼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어
“아빠가 몸이 불편하셔서 조금이나마 아빠를 이해하고 싶어 참여하게 되었다”는 박다솜(금오고 2)양은 직접 휠체어를 타보니까 아빠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구미여고의 한 학생은 “처음에 봉사시간을 채우기 위해 신청을 했는데 장애체험을 직접해보니 장애인은 나보다 조금 불편할 뿐이지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고,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경상북도 장애인부모회 구미시지부 안순희 회장은 “올해로 3번째 그루터기학교를 개강하는데 장애체험을 해본 학생은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며 해보지 않은 학생과 분명히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을 통해 장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리포터가 오늘 몇 가지 장애체험을 하면서 느낀 것은 장애인이 위험하고 힘든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보다 더 힘든 건 나와 차별해서 보는 시선이 아닐까? 라는 것이다. 그런 시선은 뭔가 소외당하는 느낌일 것이다. 분명한 건 차별이 아닌 차이와 다름의 인식이다. 054)457-0260
안정분 리포터 bu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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